• 전체메뉴보기
 
바로 코앞에 명산이나 강이 흐르는 훌륭한 조망권을 확보하지 않더라도 내 집 마당의 조경을 통해 근사한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전원주택을 만들 수 있다. 본래 있던 경치는 그 가치에 대해 타당한 돈을 주고 살 수는 있겠지만 내 집 마당의 조경은 돈보다는 시간과 정성을 투자해야 더욱 가치가 있다. 수년간 손수 땀흘려 가꿔온 정원이 바라보이는 곳이 바로 VIP룸이라는 정병대·김명순 부부는 기존 낡은 주택을 허물고 개축한 덕분에 이전에는 맛보지 못했던 전원생활의 재미가 더해졌다고 한다.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여주군 점동면 흔암리
·건축형태 : 3층 철근콘크리트 + 경량목구조(2″×6″)
·건축면적 : 267.7㎡(1층 116.3㎡, 2층 75.7㎡, 다락방 75.7㎡)
·외벽마감 : 벽돌, 시멘트 사이딩
·내벽마감 : 벽지, 타일
·지붕재 : 아스팔트 슁글
·천장재 : 벽지
·바닥재 : 강화마루, 타일
·창호재 : 시스템창호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
·식수공급 : 지하수
·시공기간 : 2007년 4월∼7월
·설계 및 시공 : 대산하우징 031-637-7856
www.edaesan.com

정병대(63)·김명순(59) 부부는 전원주택이란 용어조차 생소했던 20여 년 전 현재의 부지를 마련했다. 인구 밀도 높고 공기 탁한 서울 도심에서의 팍팍한 삶을 부드럽게 희석시킬 만한 대안으로 주말용 전원주택을 생각해 낸 것이다. 대구가 고향인 데다 삶의 터전을 서울에 둔 이들에게 경기 여주군은 그저 쌀이나 고구마, 도자기 등으로 이름난 한 시골마을에 불과했을 뿐이다. 당시 부지를 찾아다니던 김명순 씨는 친구 초대로 여주에 처음 와 보고 동네와 사람 사는 모습을 속속 들여다보니 평화롭고 살기에 좋은 곳으로 와 닿았다고 한다. 부부는 두 번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여주를 전원주택지로 결정했다.

남한강을 낀 여주는 땅이 비옥해 고대부터 쌀농사로 유명하지만 세종과 효종의 능이 있는 만큼 산세山勢 좋기로도 유명하다. 몇 년 살 집은 웬만큼 따져도, 후대까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묏자리만큼은 명당을 찾는다는 옛 풍습을 봤을 때 이만하면 최상의 입지라고 추측해도 틀리지 않을 법하다. 특히 이들 부부가 전원주택을 지은 흔암리는 고대의 집터 유적과 불탄 곡식 등이 발견됐을 정도로 예부터 사람들이 정착지로 삼았을 만큼 살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이러한 여주의 특색으로 최근에야 전원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을 얻는 중인데 그동안 강한 개발 규제로 자연 환경이 잘 보존돼 있고 수도권 여타 지역에 비해 땅값도 저렴한 이유에서 그 빛이 더욱 발한다.

넓은 면적의 공용공간으로 확장감 배가

정병대 씨 부부는 기존 낡은 벽돌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주택을 개축改築했다. 한적한 시골 정취가 풍기는 마을에서 아스팔트 슁글 지붕에 벽돌과 시멘트 사이딩으로 외벽을 마감한 아기자기한 외관의 이 주택은 모른 척하고 지나가려 해도 한눈에 띈다.

향후 2세대가 함께 거주하도록 층으로 세대를 분리한 이 주택은 1층은 철근콘크리트구조, 2층과 3층은 2″×6″ 경량 목구조이다. 설계와 시공을 담당한 대산하우징 측에서는 안전성과 차음성을 고려해 층별 건축구조를 달리했다고 한다. 흡음재 사용으로 소음을 줄일 수 있지만 경량 목구조의 한계성 때문에 차음성이 좀더 나은 콘크리트 구조를 적용해 층간 콘크리트 바닥을 두껍게 하고, 그 위에 단열재와 난방배관, 시멘트 모르타르 등으로 시공했다.

부부는 기존 주택을 지은 경험을 살려서 설계 단계에서부터 요구 사항을 꼼꼼하게 제시했다고 한다. 특히 아내는 주방과 다용도실이 바로 연결돼 요리 도구나 재료를 넉넉한 공간에서 쓰도록 하고, 다용도실에는 집 뒤편 텃밭으로 나가도록 문을 냈다. 텃밭 곁에는 수도시설을 마련해 채소를 뽑은 자리에서 바로 씻어 흙 묻은 채소를 나르느라 실내가 지저분해지지 않도록 했다.

주방/식당, 거실의 공용공간이 시원스럽게 개방돼 있고 거실의 길이만큼 과감하게 설치한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주방까지 들이쳐 공간 확장감이 좋다. 1층은 공용공간을 넓게 쓰는 대신 방은 하나만 드렸다. 현재는 비워놓았지만 추후 부부가 나이 더 들었을 때를 생각해 마련한 방이다. 그래서 1층과 2층의 침실 위치나 구조가 거의 같다. 2층에는 부부침실과 서재 그리고 거실이 시원스럽게 배치돼 있고 거실에서 이어지는 발코니 역시 면적이 넓어서 2세대가 함께 살아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욕실과 창고가 딸린 원룸형 3층 공간은 지붕의 가파른 물매로 인해 아늑하고 컨트리풍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작업 공간이나 아지트로 쓰기에 제격이다. 정병대 씨가 노래 부르기를 좋아해 한쪽에는 노래방 시설을, 가파른 지붕선의 가장 낮은 천장 아래에는 테이블과 의자를 그리고 빛이 잘 드는 창가에는 더블침대를 놓았다. 계단에서 올라왔을 때 가벽으로 인해 쉽게 노출되지 않는 부분을 마련해 원룸의 공간 활용도를 높인 점도 눈에 띈다.

개축 전 주택은 1층은 창고로 쓰고 2층에 방이 3개라서 공간이 비좁았는데 지금은 사용 공간이 3층에 걸쳐 넉넉하게 있어 한결 쾌적하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제는 주말주택은 말뿐이고 이곳에 와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최고의 뷰(View), 부부의 정성으로 가꾼 정원

이들 부부가 그동안 서울과 여주를 오가며 정성을 들인 흔적들은 집 우측에 넓게 자리한 정원에서 엿볼 수 있다. 정원과 집 사이에 오솔길이 나 있고 언덕이 진 때문인지 정원이라기보다는 동산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부부는 여러 해 전 손수 심어놓은 어린 회양목을 비롯해 각종 묘목들이 세월의 바람을 마시며 훌쩍 자란 것을 보면 다 키워 품을 떠난 자식들 같기도 하고 그동안 노력의 결실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단다. 정원에는 이번에 새로 집을 짓느라 임시 거처로 마련한 흰색 시멘트 사이딩의 소형주택이 오도카니 서 있는데 그대로 사람이 살아도 될 정도로 한 폭의 그림처럼 정원과 그럴듯하게 어울린다. 한편으로는 색다른 소재로 꾸민 조경 세계를 보는 듯하다.

이 집의 전망의 하이라이트는 다름 아닌 정원으로, 각 층마다 정원이 시원스럽게 집 안으로 들도록 정원 방향으로는 일관성 있게 큰 창을 냈다. 한 층 한 층 오를 때마다 달리 조망되는 정원의 형태를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田


박지혜 기자·사진 박연경 기자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튼튼한 집] 건축주의 몸에 꼭 맞춘 여주 267.7㎡ 3층 철근 콘크리트+목조주택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