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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은 전원주택

한 지붕 두가족 살도록 설계된 단층 목구조 흙집

장모님은 거동이 불편하여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했는데 일반적인 집 구조는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데 몹시 불편하여 당사자는 물론 간병하기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우선 단층으로 설계하여 한 세대는 휠체어가 다니기 쉽도록 문턱을 없애고 의료용 침대가 드나들 수 있도록 문을 모두 크게 만들었다. 물론 현관 진입로는 램프시설을 하여 휠체어 사용이 편리하도록 하였으며 환자 방엔 벨을 설치하여 도움을 요청하기 쉽도록 했다.


내 나이 쉰 여덟.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로 고향이 없어 지금까지 명절이면 더욱 외로움을 많이 탔다. 비록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나이에 그 곳을 떠난 데다 이제는 가족은 물론 친지도 남아있지 않아 사실 찾아갈 고향이 없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명절 때면 귀성전쟁이라 불리는 교통대란을 겪으며 부모님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이 내겐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내가 전원생활을 계획하게 된 것은 찾아갈 시골이 없고, 그래서 내 손자 손녀들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시골집이 없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에게 만큼은 평생의 추억과 포근함이 만들어지는 곳이자 명절이면 생각만 해도 마음이 설레는 그런 고향을 만들어 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마음에서 오래전 용인의 한 외진 곳에 땅을 마련해 두었고, 은퇴 후엔 줄곧 내려와 노후의 꿈을 한껏 키웠다. 단순한 텃밭 개념이 아니라 밭농사는 물론 논농사도 지었는데 동네분들 덕에 서툴던 농사일도 점점 익숙해 졌고 정성스레 가꾼 집주변의 꽃나무들과 함께 소망하던 일들이 활짝 피어오르는 듯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어느날 정붙여 가꿔 놓은 땅이 택지개발지구로 수용돼 버리면서 나는 고향 같은 그 곳을 떠나야 했다.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환경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보다는 부담감이 더 크게 작용했다.

그러던 중 장모님의 건강이 악화되었고 큰처남이 미국으로 이민을 간 상태여서 누군가는 장모님을 모셔야 했다. 장모님은 서울 생활 보다 시골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어했고, 그래서 우리 내외는 장모님과 함께 시골에서 살기로 하고 집 짓는 일을 서두르기로 했다.

마침 우리는 우연히 ‘흙건축 행인’에서 짓고 있는 용인의 흙집 단지를 들리게 되었고 아내는 평소 황토집을 짓자고 이야기 해왔던 터라 흙집을 짓는데 이견이 없었다. 인근에 이미 집터를 마련해 두었기 때문에 집 짓는 일은 바로 시작할 수 있었다. 비용은 큰처남과 공동 부담하기로 하고 집의 구조는 한 지붕 두가족의 형태로 결정해 장모님이 생활하는데 불편이 없고 우리가 장모님을 모시는데 불편이 없도록 설계했다.

그동안 장모님은 거동이 불편하여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했는데 일반적인 집 구조는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데 몹시 불편하여 당사자는 물론 간병하기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우선 단층으로 설계하여 한 세대는 휠체어가 다니기 쉽도록 문턱을 없애고 의료용 침대가 드나들 수 있도록 문을 모두 크게 만들었다. 물론 현관 진입로는 램프시설을 하여 휠체어 사용이 편리하도록 하였으며 환자방엔 벨을 설치하여 도움을 요청하기 쉽도록 했다.

또 다른 세대는 일반주택구조로 독립된 생활을 하면서도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간병하는데 수월하도록 설계했고, 큰처남이 한국에 나오면 머물러야 하는 점도 염두에 두었다.

착공한지 두어달이 지나면서 점차 집의 모양이 갖춰져 갔다. 이 글을 쓰는 동안 기초공사가 완료되었고, 기둥들이 세워지며 집의 형태가 완성됐다. 당초 계획보다 토목공사에 시간이 많이 소요돼 다소 지연이 됐으나 튼튼한 기초 위에 집이 세워졌다는 생각에 한결 마음이 뿌듯하다.

집이 완성되고 나니 그동안 정성을 쏟았던 용인의 논과 밭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도 많이 사라졌고, 시골생활에 대한 열정도 다시 피어오르는 듯한 느낌이다. 사랑하는 손자들에게 시골집의 추억을 만들어 준다고 생각하니 얼마간의 그 과정들이 내겐 큰 즐거움이었다.田

■ 글 박국웅/사진 류재청



작은 인터뷰/이동일 ‘흙건축 행인’ 대표
건축주와 시공업체간 신뢰를 바탕으로 지어진 집
지난해 박국웅씨와 큰처남 김성태씨 가족들이 흙집을 짓고 있던 솟대마을 현장을 방문했었습니다. 이 분들은 흙집을 둘러보고 마음에 들어하고 흙집을 짓기로 했습니다. 겨우내 집짓는 설계와 공사 계획을 준비해 건축을 마쳤는데 시공사 입장에선 이 기간 내내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는 한 분이 대기업 건설사 출신인데다 또 다른 분은 미국에서 직접 건축업에 종사하시고 계신 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시공사와 건축주 사이에선 대립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시공사는 보다 이윤을 많이 남기려고 하고, 건축주는 더 좋은 것과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됩니다. 두 분 모두 건축에 대해선 일가견이 있는 분들이었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선 적잖이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런 걱정은 지금 생각해보면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오히려 건축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많은 부분을 이해해 주었고, 저희 입장에서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 집은 시공사와 건축주 모두가 각자의 욕심을 버린 집입니다. 추가 공사가 발생하면 협의와 조정을 거쳐 합의하는 과정을 밟았고, 그 과정을 통해 집의 완성도를 더욱 높일 수 있었습니다. 이는 건축주가 시공사를 끝까지 믿어준 결과이며, 시공사가 건축주 가족들의 삶을 우선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양자의 신뢰가 최종 결과물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 건축정보

위치: 경기도 용인시 남사면 아곡리
부지면적: 대지 1백98평(구입 당시엔 준농림전)
부지구입년도: 97년
부지구입비용: 평당 15만원
건물형태: 단층 목구조 황토벽돌집
(서구식 목조 골조에 공정별로 한국식 재료 및 시공방식 적용)
공사기간: 2000년 2월~5월
건평: 본채 48평, 별채 10평
실내구조: 방 4, 욕실 2, 거실 2, 다용도실 2, 주방 2
방위: 남서향
구조체: 8치 사각목재(뉴질랜드산 소나무)
벽체구조: 황토벽돌(300×200×140), 순수 황토만을 압착한 벽돌로 총 4천3백장 소요
벽체쌓는방식: 외벽은 뉘여쌓기, 실내 칸막이는 세워쌓기(외벽은 뉘여쌓기를 함으로써
벽체 두께 20cm를 유지할 수 있고, 내벽은 세워쌓아 벽체 두께가 14cm가 돼 내부 공간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내벽마감: 황토미장(황토분, 향나무 톱밥, 무기바인다(천연소재)가 혼합된 분말 완제품)
한지벽지
지붕마감: 시멘트 가압 기와
바닥재: 한지장판 및 온돌마루
건축비: 평당 3백만원(총 1억7천만원 정도)
난방형태: 심야전기보일러
식수공급: 지하수
■ 설계 및 시공: 흙건축 행인 031-335-8133

■ 건축비 산정 내역

부지조성 및 옹벽공사 (4천5백만원)

토목 측량 설계, 인허가 세금, 측량비 8백만원
흄관공사(맨홀, 장비비용) 8백50만원
옹벽공사 1천1백만원
석축공사 4백만원
지하수공사 1천2백만원
기타경비 1백50만원
건축공사 (1억4천8백60만원)

가설공사(설계, 현장사무소 운영, 임시전기, 수도) 6백50만원
기초공사 1천1백만원
목재(구조재, 지붕, 마루재, 대나무 등) 2천3백만원
목공사(골조, 내장공사) 1천6백만원
흙벽돌, 조적용 몰탈 7백50만원
조적공임 7백만원
메지(자재, 인건비) 2백만원
흙미장 자재(황토라이트, 황토) 4백만원
미장 공사(흙, 시멘트 미장) 4백80만원
기와공사(방수시트 공사) 1천1백만원
전기공사 외 4백80만원
설비공사, 정화조 3백80만원
우드샤시, 유리 4백50만원
목창, 목문, 대문 7백만원
페인트(자재, 인건비) 2백50만원
파일, 수전, 금구류 4백80만원
한지벽지, 한지장판, 온돌마루 6백만원
싱크대(2세대) 8백만원
인조석, 현관돌 3백만원
벽난로(2개) 4백40만원
심야전기보일러, 온수기(2대) 7백만원
부대공사 (8백40만원)

주차장, 울타리, 조경 6백80만원
보전등기 외 1백60만원
시공사 이윤 (2천3백만원)

공사 총액 2억2천5백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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