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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있는 마을

조상의 숨결 살아 숨쉬는 ‘외암리 민속보존마을


사회가 급변하면서 점차 우리 ‘옛 것’들은 그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있는 아파트 빌딩 숲. 그 속에서 더 이상 우리의 한옥, 초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빠르고 편리한 것만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조금은 불편한 우리 옛 전통가옥은 거추장스러운 것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자연과 가장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우리의 전통가옥은 보는 것만으로도 고향의 포근함과 정겨움을 느끼게 한다.


가끔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우리네 조상들의 삶을 엿보는 것도 생활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한 방편인 듯 싶다.
충남 아산시와 천안시의 경계인 광덕산 아래 자리잡은 외암리 민속마을은 옛 전통가옥과 문화가 잘 보존된 곳이다. 1978년 민속보존마을로 지정되었고, 이어 1990년에는 문공부가 전통건조물 보존지역 2호 (1호는 강원도 고성군 죽암면 오봉1리)로 지정하였다.

이곳 민속마을은 연못을 갖춘 넓은 정원의 거대한 한옥을 포함 10여 채의 양반가옥과 단아하고 잘 정돈된 여러 채의 초가 그리고 나지막이 가옥들을 두르고있는 돌담 등이 한데 어우러져 고스란히 옛 모습 간직하고 있다.

또한 마을입구의 장승을 비롯하여 물레방아, 디딜방아, 연자매 등 잘 보존된 많은 민속유물들은 옛 조상들의 생활상을 그대로 엿볼 수 있게 한다. 마을 앞을 지나다보면, 입구에 버티고 서서 모든 부정한 것들을 물리치는 장승들과 멀리 광덕산에서부터 시작되는 시냇물이 돌리는 물레방아가 제일 먼저 발길을 붙든다.

추수를 기다리며 깊이 고개 숙인 벼와 잘 다듬어진 소나무 숲 그리고 이를 가로지르는 오솔길. 이 좁다란 오솔길을 따라 마을로 들어서면 몇 백년 시간을 거슬러온 듯한 느낌이다.

연대를 알 수 없는 이끼낀 나지막한 돌담, 그 너머로 유연한 곡선을 뽐내는 초가지붕, 장독대와 옛 모습 그대로의 사립문 그리고 버들잎이 띄워진 한 바가지의 물을 생각케 하는 우물가 풍경, 이 모두가 옛 시골의 정취를 한껏 느끼게 한다.옛 모양의 기와가 가지런히 얹어진 한옥과 잘 꾸며진 어느 양반댁 정원의 담 너머로 길게 가지를 내민 감나무는 이러한 정취를 한층 고조시킨다.

이곳의 초가는 대부분 ‘일자형’이나 ‘ㄱ’자 형태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안방, 사랑방, 부엌, 마루, 건넛방, 곳간 등을 갖춰져 있으며, 막대기단, 초석 위 가는 기둥, 납도리 반5량 등의 구조적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밝은 재사벽, 완곡한 지붕선의 흐름 그리고 장독대와 우물가사이의 배수로 등은 담백한 충청도 초가의 전형을 보여준다.



반면, 이곳에 있는 10여 채의 한옥은 양반생활의 풍족함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데, 이는 조선시대 충청지방 고유의 반가(班家)양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문화유산으로써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마을 동쪽 중심부에 자리잡은 이득선(59세)씨 댁, 일명 참판 댁이라 불리는 가옥은 고종으로부터 하사 받아 지은 집이다. 창덕궁 후원의 낙선재를 본떠 만들었다고 하는데 행랑, 사랑채, 안채, 곳간 및 가묘 등이 갖춰져 있으며, 2동의 ‘ㄱ’자 곱패집이 안마당을 사이에 두고 ‘터진 ㅁ자형’을 이루는 전통한옥으로 중요민속자료 제195호로 지정되었다.

외암리 민속마을은 5백여 년 전부터 정착해 대를 이어 살아오고 있는 예안 이씨의 집성촌이다. 외암(外岩)이라는 지명 역시 조선후기 문신이자 뛰어난 성리학자였던 외암 이간(巍巖 李柬:1677∼1727)선생 호에서 유래되었는데, 후에 한자만 외암(外岩)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현재 이 마을에는 83가구 93세대가 살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예안 이씨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점차 외지인의 유입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민속보존마을 지정이후 이곳의 가옥들은 대부분 정부보조금에 의해 보수나 증ㆍ개축이 이뤄지고 있다. 대신 건축물들의 내부구조는 건물주의 임의 데로 개조를 할 수 있으나 외부구조의 경우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기타 보수 역시 지정업체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아직까지 이곳에는 보수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초가가 여러 채있는데 최근 공법이기는 하지만 우리 전통가옥이 지어지는 과정에 관심이 있는 이는 지금쯤 방문하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최근 이곳은 사극이나 영화촬영 장소로 종종 이용되고 있고 각종 매스컴들이 앞다투어 소개하고 있어 외부인의 발길이 부쩍 빈번해졌다. 그로 인해 대부분이 일반 살림집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곳의 옛 가옥을 찾는 관광객들과 주민들 사이에서 작은 마찰이 생기는 경우도 가끔 있다.

하지만 주요 생계수단을 농사에만 의존하던 이곳 주민들은 지금은 점차 늘어가는 관광객들로 인해 연엽주(충남 무형문화재 11호) 등 이 지역 특산물 판매로 상당한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田

■ 글·사진 김성용

도움말

납도리: 도리의 한 형태로 기둥과 기둥 위에 건너 얹어 그 위에 서까래를 놓은 나무를 도리라
칭하는데, 이는 그 모양에 따라 각진 모양을 납도리, 둥근 모양을 굴도리라 한다.

재사벽: 모래와 흙을 섞어서 만든 벽을 사벽(砂壁)이라 하는데, 여기에 한번 덧 칠한 형태를
말한다.

낙선재: 창덕궁 후원에 있는 건물로 원래 국상을 당한 왕후와 후궁들이 거처하기 위해 헌종
13년(1847년)에 세운 것이다.

반가(班家): 양반의 가옥

곱패집: ‘ㄱ’자 형태로 굽어있는 집

가묘(家廟): 한 집안의 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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