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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도 없는 전원에서 생활하기란 생각처럼 녹록하지 않다. 종종 원주민과 화합하지 못해 소외감을 느끼다가 도시로 유턴하기도 한다. 전원주택을 신축하면서 스스로를 외지인이라는 틀 속에 가두기도 하는데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도곡리에 전원생활 보따리를 푼 김형주·최미숙 부부는 남달랐다. 농어촌주택을 매입해 정착한 지 7년이 지나서야 이웃의 도움을 받아가며 목조주택을 신축했다. 주민의 일원一員으로 자연스레 동화同化된 이 가족의 전원생활을 엿보자.

글·사진 박연경 기자



건축정보
· 위 치 :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도곡리
· 부지면적 : 617.1㎡
· 건축면적 : 72.6㎡(1층), 33㎡(2층)
· 건축형태 : 복층 경량 목조주택
· 외 장 재 : 하디사이딩
· 지 붕 재 : 2중 그림자 슁글
· 바 닥 재 : 풍산 오크마루
· 내 장 재 : 루바(거실천장), 벽지
· 난 방 : 기름 보일러
· 식수공급 : 지하수
·설계 및 시공 : 나무와 집 033-336-3847 http://iwoodhouse.co.kr


김형주(46)·최미숙(45) 부부는 8년 전 도곡리에 농어촌주택을 매입해 이주하면서 전원생활에 대한 불안감을 어느 정도 씻어냈다. 최 씨는 "전원생활 그 자체를 체험하고픈 맘에 낡은 집에서 살며 어설프게나마 주민들의 소박한 삶을 한두 해 따라하다 보니 이방인이란 꼬리표는 오간 데 없고 내가 주민 속에 푹 파묻혀 있지 뭐예요"라며 당시를 회상한다. 또한 "2006년 낡고 습한 집을 허물 때는 동네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모두 제 일처럼 거들어 주어 전혀 힘든 줄 몰랐다"면서 "집을 새로 짓는 내내 이웃집에서 기거했으니 이보다 더한 이웃사촌 관계 어디냐"고 되묻는다.


통나무주택과 경량 목조주택이 한 덩어리로

부부는 주말이면 종종 이곳에서 목공소를 운영하는 지인知人을 방문했는데 그것을 계기로 전원생활을 시작했단다.

"이렇게 참한 마을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럼, 멀리서 찾을 게 뭐 있소. 마침 집을 처분하려던 참인데 내 집을 사시구려."

그렇게 목공소 어른의 농가와 617.1㎡(203평) 부지를 1억 5,000만 원에 매입하면서 네 가족은 전원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최미숙 씨는 집을 새로 지으면 인허가 절차가 매우 복잡한데 기존 벽돌집을 구입해 전원생활을 수월하게 시작했다면서 지금 생각해도 잘한 일이란다. 당시 조적조 단층인 구옥은 네 식구가 살기엔 비좁아 큰 맘 먹고, 그 옆에다 통나무주택을 나란히 앉혔단다. 구옥과 통나무주택을 오가며 지내다가 2006년, 구옥이 너무 낡고 습해 더는 안 되겠다 싶어 헐어내고 '나무와 집'에 의뢰해 목조주택을 짓기로 한 것이다.

이 주택의 특징은 통나무집과 경량 목조주택의 만남이다. 부부는 구옥을 철거한 자리에 통나무집보다 저렴한 경량 목조주택을 계획하면서 어떻게 두 집을 하나로 연결할지 고민했다. 시공을 맡은 '나무와 집' 문병화 대표는 "기존 주택은 지면에 바로 앉혀 습기가 올라오다 보니 집 안 곳곳에 곰팡이가 슬었다"면서 "목조주택을 설계할 때 통나무집 하단에 맞춰 지면에서 띄우고, 그 부분에 라티스를 설치해 통풍이 잘 되도록 했다"고 한다.

부부의 고민은 통나무주택의 좌측 벽체를 일부 헐어내고 새로 지은 목조주택과 이어 한 덩어리로 만들면서 해결했다. 통나무주택 좌측면을 잘라내는 과정에서 나온 목재는 쓰임새 많은 파라솔 세트로 리폼했다. 목조주택은 통나무주택의 지붕선을 따라 올라가도록 지붕선을 만들고 전면과 좌측의 덱을 하나로 연결했다. 또한 활동성이 강한 자녀들을 위해 안팎으로 드나들기 편하도록 전면에 파티오(Patio) 창문을 설치했다.

예전에는 자녀들만 통나무주택에서 지냈으나 새로 지은 목조주택과 이으면서 1층에는 부부 침실을, 2층에는 자녀방을 드렸다. 공용공간으로 사용하는 목조주택에는 거실과 주방, 서재(2층)를 배치했다. 집 안은 물론 집 밖에도 샤워시설을 갖춘 욕실을 냈는데 최 씨는 "실외 욕실은 덱과 이어져 샤워 후에 실내로 바로 들어올 수 있으니 뛰놀기 좋아하는 아이들을 둔 집에서는 좋은 것 같다"고 외부 욕실의 장점을 얘기한다.


마을의 일원一員이 된다는 것

이젠 베테랑 전원생활자인 김 씨 부부는 "주위에서 주민과 어울리기 힘들다며 전원생활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면서 "내가 먼저 다가서려 하고, 마을 행사 때마다 일손을 보태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한다. 이러한 마음으로 눈이 많이 내린 날에는 초등학생인 둘째와 중학생인 첫째 아이를 데리고 주민과 함께 눈을 치운단다. 도곡리에는 주민 모두 힘을 합쳐서 마을길에 쌓인 눈을 치운 후 마을회관에 모여 떡국을 끓여 먹는 전통이 있다고.

8년을 도곡리에서 지낸 최미숙 씨는 "어쩌면 외지인이라 경계의 눈으로 볼 수도 있을 텐데 우리 가족을 자식처럼, 친구처럼 대해주니 정말 좋다"면서 "눈 내리는 겨울이 돌아왔으니 또 떡국을 먹을 수 있겠다"고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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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빈집, 애물단지에서 보금자리로(6)] 원주민 도움으로 벽돌집이 목조주택으로 거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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