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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정보

·대지위치 :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서후리
·부지면적 : 2,145㎡
·대지면적 : 660㎡
·건축면적 : 277.2㎡(1층 85.8㎡, 2층 191.4㎡)
·건축형태 : 1층 철근콘크리트주택, 2층 목구조 황토집
·벽체구성 : 황토벽돌 이중쌓기(벽돌 200㎜+숯 40㎜+벽돌 150㎜),
하단부 전돌
·외벽마감 : 황토벽돌 줄눈 마감
·지 붕 재 : 기와
·천장마감 : 노출 서까래, 선자연, 루바(향목, 시다)
·내벽마감 : 한지벽지, 황토미장
·바 닥 재 : 강화마루
·식수공급 : 지하수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
·설계 및 시공 : 황토와 소나무 016-251-6987
www.soilpine.com


“처음 이 땅을 접했을 때 사람들 눈에는 잘 띄지 않을 만한 곳이었어요. 경사 가파른 언덕배기에 잡풀이 무성한 밭으로 놀리는 땅이었고 고개를 조금만 들면 보이는 땅이나 이곳에 집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은 쉽게 하지 못할 곳이었지요.” 양평 서종면 서후리에 소재한 성열학 씨의 택지는 옆 동네 수능리와 함께 이미 ‘시인의 마을’을 비롯한 전원주택과 펜션들이 즐비해 거대한 전원주택 단지를 형성한다. 이 점에 비추어 보면 성 씨의 택지는 중심가에서 살짝 벗어난 주변부에 속한다. 그러나 성 씨는 이 땅을 보자마자 도로를 개선하고 다리를 놓으면 이보다 더 좋은 적지가 어디 있겠나 싶어 터를 발견한 지 3일 만에 속전속결로 계약했다고 한다. 부지 선정부터 건축까지 그의 꼼꼼한 계산과 주거공간에 대한 취향이 반영돼 ‘후회 없는 집 짓기’를 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부지에 대한 성열학(57세) 씨의 견지見地가 탁월했음은 그의 집에서 동네를 내려다봤을 때 느낄 수 있다. 등성이 곡선이 부드럽게 굽이치는 건너편 산이 내 집 마당 안에 든 것처럼 편안하게 다가오고 마을이 발아래 한눈에 펼쳐지는 것이 꼭 황제의 자리에 오른 듯한 기분을 낼 수 있다.

성 씨는 “이 터를 구입하면서 앞산을 산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정도로 산세가 좋고 그 자연풍광이 풍경화처럼 감상되는 적지에 건물을 올린 것이다.


부지를 택하는 4가지 원칙

“부지 선정 시 고려한 첫째는 서울에서 1시간 반 이내 거리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갑작스레 시골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울 테니 수월하게 서울을 다닐 수 있고 서울에 있는 자식들도 어렵지 않게 들를 수 있는 곳이어야 했지요.”

성열학 씨는 서울 도심과의 거리 외에도 부지 선정 시 고려사항으로 세 가지를 더 꼽았는데 둘째는 배산임수, 셋째는 주마안탈走馬安脫로 시야가 탁 트인 개방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 넷째는 정남향, 남저북고 동저서고의 부지조건으로 등 뒤에 집이 있어서는 안 되며 산이 받쳐주고 동쪽 일출을 일찍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확고부동의 부지조건을 세워놓은 것은 30여 년간 대형 건설사에 있으면서 아파트는 많이 지어봤으나 전원주택 짓는 것은 처음이기에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이에 따른 분명한 기준을 정해놓고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성 씨는 말한다. 그리고 현재 집을 지은 터는 그 기준에 딱 들어맞는 곳이다.

건축주-시공사 머리 맞대고 치열한 설계작업 선행

성열학 씨는 이른 은퇴 후 1년간 부지를 알아볼 겸 여행 겸 다녔고 부지를 확정한 후 또 1년간은 집의 형태에 대해 고민했다 한다. “우선 서울에서 시골로 내려간다면 건강이 최우선 관심사이지요. 해서 시멘트는 일절 쓰지 않고 친환경 자재를 생각하다 보니 황토와 나무가 답이었어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오랜 기간 건축 분야에 몸담은 사람으로서의 자부심을 지키고 건축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담아서 ‘제대로 짓자’고 마음먹은 그였다. 그렇기에 1년간 인근에 전셋집을 구해 서울과 양평을 수시로 오가며 설계와 시공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1년 반 동안 설계를 수십 번씩 뜯어고쳤다”는 성 씨는 건축업계에서의 경험으로 시공업체 입장을 잘 헤아리기에 시공 중 변심해 뜯어고치는 일만은 피하겠다는 생각으로 설계 단계에서 철저히 한 것이다. 시공에 들어가기 앞서 사전 조사를 충분히 하고 시공사와 머리 맞대고 의논하여 계획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집 짓기에 장인정신을 가지고 임하는 ‘황토와 소나무’ 유재봉 사장을 만난 것도 성 씨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어떻게 하면 더 저렴한 자재를 쓰고 공정을 생략해 이익을 챙길까 하는 것이 보통 시공사 측의 생리인데 유 사장님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집이 될까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가장 적합한 자재와 가장 적합한 방법을 시도했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좋은 집 짓기를 위해 ‘한옥 전문가와 현대건축물 전문가가 상부상조’하며 만들었다고 자부하며 그런 진행과정에서 재미를 느꼈다고.

현대미와 전통미의 절제된 믹스매치

경사도에 따라서 단차가 있는 마당을 조성하고 경사지의 제일 윗자리에 2층의 집을 올렸다. 2층을 살림집으로 쓸 계획으로 팔작지붕을 머리에 인 개량 한옥 황토집으로 하고 1층은 욕실 딸린 원룸 형태로 유흥과 오락의 문화공간으로 계획, 철근콘크리트 구조에 2층 황토 마감과 잘 어울리는 목재로 외벽 마감했다. 단층으로 지어도 될 것을 집의 외형미를 고려, 길에서 봤을 때 훤칠한 느낌이 들도록 2층에다 황토집을 앉혔다고 한다.

진입로에서 이 집을 볼라치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치켜드는데 가파른 경사지 위 2층 꼭대기에 앉은 겹처마 팔작지붕 덕에 집이 풍기는 이미지는 장엄하기까지 하다. 마치 사찰을 연상시킨다. 부연까지 덧얹어 웅장해 보이는 기와 지붕은 특유의 폭넓은 한복치마 끝자락이 하늘로 잔뜩 올라가려는 것을 추녀 끝 흙으로 빚은 풍경이 꼭 붙들어 맨다.

한옥이 2층에 앉은 까닭에 툇마루 대신 현대식 발코니가 연장됐다. 발코니 설치를 계획한 후에도 한옥과 발코니가 잘 어우러질지 고민했다는데 오리엔탈과 모던 스타일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발코니 바닥은 물 쓸 것을 고려해 천연석으로 마감했는데 밝은 브라운 계열의 외벽과 현관에서 마당에 이르는 계단의 색채에 변화를 주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공간을 환기시키고 묵직한 외형미를 표현한다.

전망대와 야외활동을 위해 폭넓게 시공된 계단은 현관 앞에서 출발하여 중간에 한풀 꺾였다가 양방향으로 다시 흘러내려 마당 흙에 닿는다. 현관에 들어서면 좌우로 긴 장방형의 거실과 그 뒤로 오픈된 주방/식당 공간이 시원스럽고 부부가 사는 공간인지라 우측으로 부부침실과 좌측 거실 뒤쪽에 황토 구들방을 드려 공간 구성은 심플하다. 주방 좌측으로는 다용도실을 드리고 지상 1층인 뒤꼍으로 드나듦이 용이하도록 했다.

실내공간은 현대 주택의 실용성과 편리함을 담으면서 옛것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살려냈는데 거실 천장에서 중앙 부위는 노출 서까래 구조로 하고 양 바깥 쪽은 부채살모양의 선자연으로 변화를 주었다. 시스템창호를 시공한 각 창에는 커튼 대신 한식 나무창을 덧문으로 달아 차양 역할을 함과 동시에 운치 있는 인테리어를 완성한다. 강화마루를 시공한 바닥 역시 옛날 마루 패턴을 모방해 한옥 이미지에 부합되도록 했다. 황토와 소나무 유재봉 사장이 손수 제작한 한지 조명기구를 비롯해 전통미가 풍기는 조명기구 역시 한옥 인테리어의 완결성을 높인다.

마당 어깨에서 내려오는 계곡 물줄기는 정자 발이 담긴 인공 연못으로 흘러든다. 정자에 올라앉으면 발아래 푸른 물결이 춤추고 앞으로는 산이 굽어 인사한다. 등 뒤로 구들 때는 연기가 구름인가 연기인가 할 때 성열학 씨는 이백李白의 ‘산중문답山中問答’에서 ‘왜 산에 사느냐고 묻는 그 말에 대답 대신 웃는 심정, 이리도 넉넉하네[問余何意棲山 笑而不答心自閑]’ 하는 시구가 절로 떠오른다.田


박지혜 기자 사진 박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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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집] 고아한 지붕선 아래 완결된 전통과 현대의 절충미 양평 277.2㎡ 복층 목구조 황토집+철근콘크리트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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