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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 움집(토굴)에 뿌리를 둔 우리네 전통 살림집은 그 지역에서 구하기 쉬운 황토와 나무, 돌 등 자연 재료를 이용한 다양한 건축 구조로 발전했다. 신토불이 재료로 터(땅)를 닦고 기둥(인간)을 세우고 지붕(하늘)을 덮은 천지인天地人이 합일하는 구조이기에 정서와 인성을 기르는 자연미를 느끼게 했다. 그러나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자연 건축 재료는 회색 시멘트에 자리를 내주고 천지인 합일 구조는 고층 고밀도에 무너졌다. 그 대가로 우리는 지금 문명병(문화병)이니 성인병이니 새집증후군이니 하는 각종 질병을 앓고 있다. 천만다행으로 곳곳에서 전통 살림집을 계승 발전하여 잘못된 주거 문화를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 중심에 친환경과 건강, 웰빙 등의 수식어가 붙은 전원 속 황토집이 여러 가지 형태로 자리한다. 황토를 주 건축재로 사용하여 지은 전통 살림집이 오늘날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났는지 살펴보자.

윤흥로 기자


인간이 집을 짓지만, 인간을 형성하는 것은 집이기에 삶을 담은 살림집은 '좋은 집'이어야 한다. 그러면 좋은 집이란 무엇일까. 크고 화려하며 값비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집이 아닌 생명을 북돋우는 집이어야 한다. 좋은 집의 조건으로 황혜주 교수(목포대 건축조경토목공학부)는 "사람은 자연 환경의 일부이고 자연 환경이 잘 보존돼야 사람 또한 잘 살 수 있다"면서 "그러한 관점에서 좋은 집이란 자연 환경을 파괴하는 데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 환경과 집이 다르지 않다는 불이不二, 상생相生, 조화調和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바로 우리네 조상들이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지은 자연과 인간이 합일하는 황토집이다.

특허청 한국특허정보원에서 1977년부터 2006년까지 조사한 주요 나라의 '황토를 이용한 건축재 분야 특허 동향'을 보면 우리나라가 75%로 일본 22%, 미국 2%, 유럽 1%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황토 건축재 주요 특허 품목은 인조석 또는 세라믹스(Ceramics)가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시트 및 패널 부재, 마루용 피복 조성물, 난방 부재, 벽면 및 천장 조성물, 종이 부재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황토 건축재가 발달한 것은 예부터 황토를 단순한 흙 또는 광물이 아닌 주요 건축재로 이용한 문화적 배경 때문으로 본다.


태양에너지의 저장고 황토와 그 효능

황토는 스펀지처럼 표면이 넓은 벌집 구조의 공간으로 이루어졌으며, 여기에는 동식물의 성장에 필요한 원적외선이 다량 흡수 저장돼 있다. 태양에너지를 흡수 방출하는 '태양 에너지의 저장고'로 열을 받으면 이 원적외선을 발산하여 다른 물체의 분자 활동을 자극한다. 요즘 이러한 황토의 성질을 약리적으로 이용하여 황토집뿐만 아니라 여타 건축 구조에도 방 하나쯤은 황토 구들방을 드리는 추세이다.

그러면 황토는 인체에 어떤 유익을 주고, 그것을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을까? 《동의보감》 《본초강목》 《향약집성방》에서 기술한 황토의 약효와 활용 예를 간추려 보자. 황토 구들방에서 자면 당뇨병, 고혈압, 중풍, 산후부인병, 위장병, 비만, 빈혈 그리고 냉기와 지기地氣 부족으로 생긴 냉증, 신경통, 관절염에 효과가 탁월하다고 한다. 또한 과학적으로도 황토에는 인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50여 종류의 효소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카탈라아제, 프로테아제, 디페놀 옥시다아제, 사카라아제 등이다. 카탈라아제는 인체 대사 작용 과정에서 노화를 일으키는 독소인 과산화지질을 중화 내지 희석시키고, 프로테아제는 암 종기 기타 부패한 세포를 분해하여 파괴시키고, 디페놀 옥시다아제는 생체 구성 성분에 필요한 에너지 흡수를 촉진시키고, 사카라아제는 포도당으로 영양제 해독제 강장제 역할을 한다. 실지로 가족 구성원의 지병을 고치고자 물 좋고 공기 좋은 전원에 황토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황토집에서 건강을 되찾은 사람들…

청원군 남이면 산막리에서 만난 조원금 씨는 "아파트에서는 아토피성 피부 질환으로 밤잠을 설치던 아들이 목구조 황토집에서 살면서 잠을 푹 자고 피부가 보송보송해졌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 한국전통초가연구소 윤원태 소장은 "공기 맑은 전원에 황토집을 짓고 살면, 습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황토의 약성으로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고 쾌적한 환경에서 숙면을 취하는 동안 아토피가 저절로 낫는 사례들이 많다"고 한다.

방경석 씨는 혈액 종양 수술을 받은 후 김포시 양촌면 유현리에 구들방을 드린 33㎡(10평) 목구조 황토집에서 생활한다. 그는 "황토집에서 생활한 지 4년이 지나자 암 환자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건강해졌다"고 한다. 윗옷을 젖혀 가슴과 배에 남은 수술 흔적을 보이며 "이렇게 큰 수술을 받고도 살아 있는 것은 황토집 덕이다"라고 말한다.


살림집으로서 황토집의 계승 발전

전통 살림집은 반가班家든 민가든 모두 황토와 나무, 돌 등 자연 재료로 지었다. 이러한 황토집은 자연과 기후 환경이 다른 지역과 신분, 시대 변화에 따라서 집의 뼈대를 이루는 골조와 지붕재, 지붕 및 처마 모양 등이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벽체를 구성하는 골조로는 토담집, 황토벽돌집, 심벽집, 귀틀집 그리고 토담 형태에 목심을 박은 목심집으로 구분한다.

현대 황토집의 주류, 황토벽돌집

황토벽돌집은 황토와 잘게 썬 짚을 섞어 물로 반죽한 흙을 나무로 만든 틀에 넣어 다져서 굳힌 벽돌로 벽을 쌓은 형태이다. 황토벽돌은 지역에 따라 제조 방식에서 차이가 나고 이를 이용한 건축 기법도 여러 가지이다. 현재는 황토벽돌, 통나무 + 황토벽돌, 전통 목구조 + 황토벽돌, 서구식 경량 목구조 + 황토벽돌, 철골조 + 황토벽돌 등 형태가 다양하다. 황토벽돌집은 일반적으로 기초공사, 기둥 세우기, 도리와 보 얹기, 지붕에 생황토 알매 얹기, 기와 얹기 및 황토벽돌 쌓기, 실내 마감순으로 시공한다.

《열하일기》를 보면 중국에서는 주로 길이는 1자이고 넓이는 5치이며 두께는 2치인 벽돌로 집을 짓는다고 기록돼 있다. 아랍권에서는 찰흙을 틀에 넣어 햇볕에 말려서 만든 벽돌인 어도비(Adobe)로 벽과 아치형 천장, 돔(Dome)을 축조한다.

흙을 다져서 굳힌 토담집

토담집(담틀집)은 토담만 쌓아 그 위에 지붕을 덮은 형태로 목재나 다른 재료를 구하기 힘든 지역에서 나타났다. 토담은 40∼60㎝ 공간 양쪽에 목재 널을 짜서 안팎에 말뚝을 박아 고정하고, 그 속에 물을 섞지 않은 황토를 넣어 육중한 나무망치로 다져서 만든 벽체이다. 이때 황토는 산기슭에서 푸석푸석한 마사가 많이 섞인 석비레로, 이것을 습기가 마르기 전에 사용한다. 토담집은 처마를 길게 뽑아야 비바람으로부터 벽체를 보호한다. 지금은 옛 토담집의 원형을 찾아보기 힘들고 본지本誌에서 이를 계승한 현대식 토담집을 소개한 바 있다. 외국에서는 토담집을 다져서 굳힌 흙이라는 뜻의 피제(Pise)라고 하는데 남아메리카, 아랍,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과 중국에 분포한다.

전통 살림집의 현대화, 심벽집

심벽집은 기둥과 기둥 사이에 상 중 하로 인방을 넣고, 다시 인방 사이에 잡목으로 외를 엮어서 황토를 바른 형태로 전통 살림집의 주류를 이룬다. 심벽 자체가 지붕의 하중을 지탱하는 내력벽이 아니고, 그 역할을 목재 기둥과 보, 도리를 사개맞춤한 가구架構가 하므로 목구조 황토집이다. 윤원태 소장의 설명으로 심벽치기 과정을 살펴보자.

"집의 뼈대공사와 지붕이기가 끝나면 내부 벽체공사를 시작한다. 벽체공사는 맨 먼저 벽체를 만들어야 하는 상인방과 중인방, 하인방 사이에 힘살대를 30∼40㎝ 간격으로 박고, 욋가지(반으로 쪼갠 대나무나 싸릿대 등 외를 엮는데 쓰는 것)를 촘촘히 엮는다. 그리고 짚을 썰어 넣어 반죽해 놓은 흙을 2중으로 엮은 욋가지 내부에 가득 채운다. 그 뒤 3∼5일 건조시킨 다음 안쪽 벽과 바깥벽에 맞벽치기를 하는데 이를 초새바르기라고 한다. 초새를 바른 후 흙이 굳어지면 다시 보드라운 황토를 체에 쳐서 모래나 황운모 등을 7대3 정도로 섞은 다음, 물 또는 누릅나무나 해초(다시마 종류인 도박) 삶은 물로 반죽해 벽면을 매끈하게 덧붙여 발라 끝낸다." 이렇게 심벽 구조를 만든 후에 안쪽은 종이나 천으로 도배하고 바깥쪽은 회반죽으로 마감했다.
오늘날 심벽구조는 전통 목구조 황토집을 계승한 형태뿐만 아니라 서구식 경량 목구조 황토집도 나타났다.

산간지역에서 손쉽게 지은 귀틀집

귀틀집은 나무가 많은 산간에서 별 도구 없이 지름 15㎝ 이상인 통나무를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쌓아 올려서 벽을 삼은 집이다. 귀틀집은 방틀집 목채집 틀목집 말집 투방집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데 특히 통나무 틈에 황토를 채워 넣으면 화통집이라고 한다. 주로 2개의 방만 귀틀로 짜고 정지나 외양간 등 부속 공간은 널벽으로 마감했다. 현재 귀틀집은 대개 건축주 직영으로 지어지는데 여타 구조의 황토집에 비해 극히 드문 편이다.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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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건축선택 가이드1-황토집] 살아숨쉬는 건강 전원주택, 황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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