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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전통 가옥에서 살아 본 나이 지긋한 사람들은 춥고 불편하던 기억들을 떠올린다. 추운 겨울 방바닥은 뜨끈뜨끈한데 코가 얼 정도로 웃풍이 심하고,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이 들어와 오들오들 떨었다고 한다. 또한 마당을 거쳐야만 부엌으로 들어가고 외부에 화장실과 우물을 판 세면장이 있어 불편했다고 한다. 현재는 황토를 사용한 각종 구조재와 내·외장재, 인테리어 치장재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황토 건축 기법의 발달로 외풍과 웃풍도 사라졌다. 평면 구조도 현대인의 생활 환경에 맞춘, 이른바 전통 주거 양식에다 아파트와 같은 서구식 내부 설계를 혼합한 퓨전(Fusion) 황토집으로 지어진다. 현대인이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할수록 황토 건축 자재와 건축술은 진일보할 것으로 보인다.

윤흥로 기자



시멘트와 화학수지 섞은 황토 자재는 No

황토는 '동황토'를 으뜸으로 친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동벽토' 즉, 동쪽에서 비치는 햇빛을 직각으로 받는 산과 절벽의 황토를 일컫는다. 한편에선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수송비를 절감하려면 집터 주위에서 채취한 황토가 좋다고들 한다. 《벽난로 온돌방》의 저자 이화종 씨는 강원도 영월에 토담집을 지을 때 집터 주위에서 황토를 구했다. 그 까닭을 "흙은 그곳의 자연 흐름〔氣〕을 담기에 터를 닦고 살려는 사람하고도 잘 맞기 때문"이라며 "비탈진 터를 다듬을 때 거름기를 머금어 거무튀튀한 겉흙을 20㎝쯤 걷어 내고 속에서 나온 누렇고 뽀얀 원래의 흙을 사용했다"고 말한다. 요즘 농약을 비롯한 각종 공해 물질이 토양을 오염시켜 주로 평야보다 양지바른 산에서 황토를 채취한다.

황토벽돌은 황토에다 약 5㎝로 잘게 썬 짚을 10% 정도 섞어서 물에 반죽한 것을 목재 틀에 넣어 찍어낸 '재래식'과 황토를 금형 속에 넣고 100톤 이상 무게로 눌러 만든 '프레스식' 그리고 황토를 물과 반죽하여 반죽기 속에서 밀어내는 '진공반죽식'이 있다. 한국전통초가연구소 윤원태 소장은 "프레스식이나, 진공반죽식은 여러 가지 무늬를 내므로 내·외벽으로 적합하지만, 일부에서 압력이 낮은 프레스로 찍어낸 압축 강도가 낮은 황토벽돌 그리고 압축 강도와 결합력을 높이고자 시멘트와 화학수지를 섞은 황토벽돌이 유통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신영건축사사무소 최길찬 건축사는 "요즘 많이 사용하는 구운 황토벽돌은 황토가 아닌 전혀 새로운 물질(Ceramic)이기에 황토가 지닌 효능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한다. 참고로 황토 자재에 시멘트를 섞은 제품은 물을 뿌리면 시멘트 냄새가 나고, 화학수지를 섞은 제품은 불을 대면 플라스틱 냄새가 난다.

종종 건강하게 살고자 황토집을 지었다면서 실내를 온통 실크벽지로 마감한 경우를 접한다. 살아 숨쉬는 생명체에 랩(Wrap)을 감싼 것과 마찬가지여서 황토가 지닌 생명력과 해독력, 온·습도 조절력, 항균력, 통풍력, 전자파 차단 등 유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외풍과 웃풍을 잡아낸 현대 황토집

안동시 정상동 소재 1600년경에 지은 수다재水多齋에 거주하는 이숙자 씨(55세)는 "예전과 달리 아궁이 부엌을 입식으로, 재래식 화장실을 수세식으로 바꾼 후부터 불편함을 모르는데 겨울철 밖에서 스며드는 바람으로 춥다"고 말한다. 정면 5칸, 측면 6칸인 口자형 기와집으로 구조는 심벽집(뼈대집)인데 창틀과 황토벽, 기둥과 도리, 보와 접한 황토벽과 틈새의 단열 문제 때문이다. 행인흙건축㈜ 이동일 대표는 "특히 서까래와 서까래 사이의 틈으로 발생하는 한기寒氣 때문에 전통 살림집은 웃풍으로 겨울에 춥다"고 말한다. 요즘 짓는 목구조 황토집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이동일 대표의 설명이다.

●외풍 - 가창틀과 전통과 현대식 이중창으로 : 창과 문틀은 황토벽 작업 전 수장 드리는 과정에서 벽선과 문선을 설치한다. 창과 문의 개구부는 가창틀(2×10인치 건조목)을 짜 넣은 후 벽체공사를 한다. 문틀 설치는 가창틀에 맞추어 실측하여 창틀을 제작한 후 내부 창틀을 먼저 설치하고 여기에 외부 창틀을 결합하는 방식을 취한다. 가창틀과 문틀 사이의 틈은 실리콘이나 황토 모르타르로 밀폐시킨 후 외부에서는 외부 새시 틀에 맞추어 적삼목으로 가창틀과 황토벽 이음매를 감싸는 몰딩 처리를 한다. 이것은 외부 새시와 황토벽 이음매와의 결합 부분에서 발생하는 틈을 보완할 뿐만 아니라 창틀의 질감을 목재 분위기로 연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내부에서는 가창틀과 흙벽 이음매 부분을 황토로 밀폐시킨 후 목 창틀에 문선 몰딩으로 벽 미장 기준선을 잡아 황토 미장으로 마감한다.

●웃풍 - 심벽 방식에서 황토벽돌 이중 쌓기로 : 기둥과 기둥을 잡아주고 벽체 형성을 용이하게 했던 하인방, 중인방, 상인방을 없애고 심벽 방식의 황토벽에서 황토벽돌 이중 쌓기로 대신했다. 거실의 오량 천장은 지붕을 짜기 전에 거실 공간 그 자체만으로 중도리와 중보, 종도리로 오량을 형성하여 오량 천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 위에 덧지붕을 형성하면 서까래와 서까래 사이의 외부 공기를 내부의 오량 천장이 막아 준다. 방은 아늑한 공간성을 살리기 위해 평천장으로 하되 단열과 석고보드 이중 마감으로 현대 주택의 주거 기능을 잘 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평면의 짜임에 일정 제약을 받기도 하지만 덧지붕으로 지붕을 형성하는 방식은 지붕 모양에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다.田



손수 지은 목구조 황토집

강원도 양양군 서면 황이리 미천골 자연 휴양림 초입에 82.5㎡(25.0평) 단층 목구조 황토집을 지은 유재홍(54세) 씨. 16살 때부터 나무만 만져 온 그는 직영으로 인근 산판山坂에서 소나무와 낙엽송을 구하여 바심질하고 유압기로 황토벽돌을 찍어 집을 지었다.

원형 기둥 위에서 보와 도리를 사개맞춤하여 서까래를 걸고 기와를 올린 맞배집이다. 기둥과 기둥 사이에는 황토벽돌을 쌓고 내·외벽 모두 황토를 체에 걸러 물에 부드럽게 개어 약 2㎝ 두께로 바르고 실내에만 한지 벽지로 초벌 마감했다. 욕실을 비롯한 실내 전체에 구들을 깔고 아궁이를 동향東向을 한 전면에 냈다. 유 씨는 집을 지을 때 구들 구하기가 어려워서 30∼50㎝ 폭에 6∼10㎝ 두께 자연석을 1년을 두고 모았다. 또한 유압기로 황토벽돌을 찍을 때 황토와 짚을 섞었더니 마르는 과정에서 황토벽돌이 떠서 황토만 사용했다.

유씨는 나무 만지는 일을 하며 3년간 틈나는 대로 지은 집이 투박하면서 푸근한 느낌이 들어 좋은데 관리가 여간 힘들다고 한다. 벽에 미장한 황토와 실내에 바른 벽지가 떨어지고, 문틀과 황토벽에 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는 건강에 좋은 황토집에서 살려면 부지런해야 한다고 말한다.
요즘 유 씨처럼 건축주가 직접 황토집을 짓는 사례가 부쩍 늘어났다. 그러나 시공 기간이 긴 반면 올바른 공정을 거치지 않아 집을 짓자마자 하자 보수에 들어가는 예가 많다. 시간과 경제적 손실을 파악할 때 집을 짓기에 앞서 황토집 건축 관련 학교에서 이론과 실기를 익히든지, 전문 시공업체에 의뢰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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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건축선택 가이드1-황토집]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향한 황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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