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단 하나뿐인 터에는, 그에 맞는 생명을 잉태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집이라도 터를 거스르면 좋은 집이 될 수 없다. 주변의 자연 환경, 터의 생김, 집의 방향 등 자연에 순응하는 집 짓기야말로 건강한 집을 짓는 기본 요소이다. 그래서 우리네 선조들은 집을 짓기 전에 풍수風水를 살펴서, 좌향坐向을 잡았다.
인간의 길흉화복을 풍수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다. 풍수란 산세山勢와 지세地勢, 수세水勢 등을 판단하여 화를 막고 복을 기원하는 의미가 크다. 서북쪽이 산으로 막혀 겨울의 한파를 피하고, 동남쪽이 트여 새벽의 기氣와 대낮의 채광을 밝게 하고자 하는 지혜이기도 하다. 집 앞으로 개천이나 강이 흘러 농작물에 수원水原을 공급하는 땅이 농촌 사회의 기본이기도 했다. 전망을 중시하는 현대인에게 조망으로서 강이나 저수지, 계곡 등이 터를 정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가파르거나 막히지 않은 땅, 물의 범람(장마)과 바람(태풍)을 피하여 살만한 터를 만났다면, 좌향은 그 터의 중앙을 잡아 집의 방향을 확정하는 것이다. 좌향이란 집터가 자리잡는 방위方位를 말하는 것으로 산과 물의 형세, 전망 등을 살펴서 조화調和를 이루는데 그 의미가 있다. 이것은 길지吉地 역할을 하며, 그 중심점은 곧 어머니의 자궁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글 이동일<㈜행인흙건축 대표>
집이 탄생하는 과정은 인간 생명이 태어나는 것과 같다. 때문에 집이라는 생명체를 인간 형상 그대로에 적용시켜 보면 집 짓는 전체 과정을 통째로 이해할 수 있다.
터를 구하고 설계하는 것은 집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다. 터에 맞는 집이 있다. 대지의 폭과 길이, 향向, 경사도를 고려하여 주변 환경에 맞는 집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성원에 맞는 용도와 기능에 따른 설계(공간 구분) 및 전원주택의 필수인 외부와 연계성을 잘 살려야 한다.
기초공사는 건축물이 대지에 뿌리내리는 일이다. 기초가 흔들리면 건물 전체가 불안정하기 마련이다. 절토나 성토한 땅, 건수乾水가 나는 땅 등 토질과 지반에 따라 그에 맞는 기초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줄기초에 준하는 기초공사를 진행하되 건축물의 공간 구성과 하중을 고려해야 한다.
뼈대(골조)는 집의 규모와 수명을 결정한다. 일정 규모를 갖춘 현대 건축물에 있어 황토벽은 구조체가 아니라 건강한 벽체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다. 튼튼한 집, 안정적인 집, 수명이 긴 집을 원한다면 반드시 뼈대(구조)를 세워야 한다. 한옥형 목구조 황토집(기둥, 도리, 보 방식의 민도리집 형태)이나 혼합 구조 형태의 구조체를 만들어야 한다.
외형은 지붕 모양과 지붕재가 결정한다. 건축물의 외형은 지붕 모양이 어떠하냐에 따라 느낌이 천차만별이다. 한옥형 지붕 모양을 낼 것인지, 현대식 지붕 모양을 낼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한식 기와냐, 수입형 기와냐, 아스팔트 슁글이냐, 금속 기와냐, 아니면 적삼목 혹은 참나무 너와냐에 따라 지붕의 구성과 마감이 달라진다.
황토벽돌의 모양과 성질이 집의 기능과 모양을 좌우한다. 황토집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황토벽돌로만 집을 짓는다 생각하고, 어떤 황토벽돌을 사용할까 고민한다. 황토벽돌은 손으로 찍는 재래식 황토벽돌과 기계압을 이용해서 찍는 황토벽돌, 자동화된 공장에서 찍는 황토벽돌로 구분할 수 있다. 옛집의 느낌과 순도를 생각하면 손으로 찍은 재래 황토벽돌이 가장 좋다. 모양이나 시공상의 용이성과 현대적 느낌 등을 고려하면 공장에서 만드는 황토벽돌이 좋다. 비에 강하고 강도를 높이기 위해 혼화제(시멘트, 회, 기타 첨가제)를 많이 사용한 황토벽돌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창은 사람의 눈과 같다. 옛 살림집은 여름에는 시원하다. 하지만 겨울에는 웃풍과 창 틈으로 들어오는 한기로 윗목의 냉수가 꽁꽁 얼기도 했다. 현대인이 중시하는 전망과 단열 문제를 해결하려면 창호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창호는 채광과 통풍의 기능성뿐만 아니라 집 전체의 느낌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전망과 채광, 환풍을 위한 창은 욕심내서 만들되 단열을 위해서 반드시 이중창으로 구성하고, 내부에는 황토집과 어울리도록 살이 들어간 목창으로 하는 것이 좋다. 이것이 단열과 멋을 동시에 취하는 길이다.
내장 기능이 원활해야 잔병이 없다. 살다 보면 무엇보다 문제로 떠오르는 것이 전기와 설비 관련 사항들이다. 집 내부가 밝고 환해야 함은 물론이요, 전열 기구 사용을 위한 콘센트와 필요한 곳에 설치하는 유선 및 전화 배선 등은 사전에 계획되어 올바르게 시공돼야 한다. 수도와 보일러 등은 겨울에 동파 되지 않고 오래토록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오수와 하수 배관, 정화조 설치 등도 세심한 주의가 요망되는 공정이다.
오래 두어도 싫증나지 않는 내부 마감이 필요하다. 인테리어에 예민한 현대인은 고급 사양의 마감재를 원한다. 특히 벽지, 마루, 화장실의 타일이나 위생기, 싱크대, 전등 등 눈에 보이는 마감재에 욕심을 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중요한 선택 기준은 친환경적인 소재로 오래 두어도 질리지 않는 편안한 느낌이 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거실은 가족의 생활 공간으로 맛을 내고, 방은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화장실과 주방은 기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열효율을 높일 수 있는 난방 방식과 관리 지혜가 필요하다. 겨울철 큰 문제는 난방이다. 상주용 주택은 에너지 효율이 문제되지만 집을 자주 비우는 주말주택이라면 사전에 난방 방식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비용을 감안해 난방 방식(심야전기, 석유, 가스, 전기)을 선택하고, 보조 난방 방식(구들방, 벽난로 등)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난방 배관 시 분배기 설치로 효율적인 난방 관리가 되도록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늘 집의 치장에 더 많은 신경을 써왔다. 남 보기에 어떨까 먼저 걱정하고,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서 화장에만 치중해 왔다. 분단장을 곱게 하는 일은 재력에 따라 나중에라도 할 수 있지만 기본을 바꾸기에는 늦다. 집도 사람과 같으니 근본을 이해하면 모든 것이 통하는 법이다.田
글쓴이 이동일 님은 사람 냄새 나는 집을 짓는 ㈜행인흙건축 대표이자 (사)전원생활협회 이사, 수필가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 《새집줄게 흙집다오》 《황토집 바로 짓기》 등이 있습니다. 집은 모름지기 건축주와 시공사, 현장 일꾼이 함께 짓는 공동 작품임을 강조하며 현재 주문주택 40여 동의 현대 한옥 현대 흙집을 지었습니다.
㈜행인흙건축 대표 031-338-0983 www.hangin.co.kr
인간의 길흉화복을 풍수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다. 풍수란 산세山勢와 지세地勢, 수세水勢 등을 판단하여 화를 막고 복을 기원하는 의미가 크다. 서북쪽이 산으로 막혀 겨울의 한파를 피하고, 동남쪽이 트여 새벽의 기氣와 대낮의 채광을 밝게 하고자 하는 지혜이기도 하다. 집 앞으로 개천이나 강이 흘러 농작물에 수원水原을 공급하는 땅이 농촌 사회의 기본이기도 했다. 전망을 중시하는 현대인에게 조망으로서 강이나 저수지, 계곡 등이 터를 정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가파르거나 막히지 않은 땅, 물의 범람(장마)과 바람(태풍)을 피하여 살만한 터를 만났다면, 좌향은 그 터의 중앙을 잡아 집의 방향을 확정하는 것이다. 좌향이란 집터가 자리잡는 방위方位를 말하는 것으로 산과 물의 형세, 전망 등을 살펴서 조화調和를 이루는데 그 의미가 있다. 이것은 길지吉地 역할을 하며, 그 중심점은 곧 어머니의 자궁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글 이동일<㈜행인흙건축 대표>
집이 탄생하는 과정은 인간 생명이 태어나는 것과 같다. 때문에 집이라는 생명체를 인간 형상 그대로에 적용시켜 보면 집 짓는 전체 과정을 통째로 이해할 수 있다.
터를 구하고 설계하는 것은 집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다. 터에 맞는 집이 있다. 대지의 폭과 길이, 향向, 경사도를 고려하여 주변 환경에 맞는 집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성원에 맞는 용도와 기능에 따른 설계(공간 구분) 및 전원주택의 필수인 외부와 연계성을 잘 살려야 한다.
기초공사는 건축물이 대지에 뿌리내리는 일이다. 기초가 흔들리면 건물 전체가 불안정하기 마련이다. 절토나 성토한 땅, 건수乾水가 나는 땅 등 토질과 지반에 따라 그에 맞는 기초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줄기초에 준하는 기초공사를 진행하되 건축물의 공간 구성과 하중을 고려해야 한다.
뼈대(골조)는 집의 규모와 수명을 결정한다. 일정 규모를 갖춘 현대 건축물에 있어 황토벽은 구조체가 아니라 건강한 벽체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다. 튼튼한 집, 안정적인 집, 수명이 긴 집을 원한다면 반드시 뼈대(구조)를 세워야 한다. 한옥형 목구조 황토집(기둥, 도리, 보 방식의 민도리집 형태)이나 혼합 구조 형태의 구조체를 만들어야 한다.
외형은 지붕 모양과 지붕재가 결정한다. 건축물의 외형은 지붕 모양이 어떠하냐에 따라 느낌이 천차만별이다. 한옥형 지붕 모양을 낼 것인지, 현대식 지붕 모양을 낼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한식 기와냐, 수입형 기와냐, 아스팔트 슁글이냐, 금속 기와냐, 아니면 적삼목 혹은 참나무 너와냐에 따라 지붕의 구성과 마감이 달라진다.
황토벽돌의 모양과 성질이 집의 기능과 모양을 좌우한다. 황토집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황토벽돌로만 집을 짓는다 생각하고, 어떤 황토벽돌을 사용할까 고민한다. 황토벽돌은 손으로 찍는 재래식 황토벽돌과 기계압을 이용해서 찍는 황토벽돌, 자동화된 공장에서 찍는 황토벽돌로 구분할 수 있다. 옛집의 느낌과 순도를 생각하면 손으로 찍은 재래 황토벽돌이 가장 좋다. 모양이나 시공상의 용이성과 현대적 느낌 등을 고려하면 공장에서 만드는 황토벽돌이 좋다. 비에 강하고 강도를 높이기 위해 혼화제(시멘트, 회, 기타 첨가제)를 많이 사용한 황토벽돌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창은 사람의 눈과 같다. 옛 살림집은 여름에는 시원하다. 하지만 겨울에는 웃풍과 창 틈으로 들어오는 한기로 윗목의 냉수가 꽁꽁 얼기도 했다. 현대인이 중시하는 전망과 단열 문제를 해결하려면 창호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창호는 채광과 통풍의 기능성뿐만 아니라 집 전체의 느낌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전망과 채광, 환풍을 위한 창은 욕심내서 만들되 단열을 위해서 반드시 이중창으로 구성하고, 내부에는 황토집과 어울리도록 살이 들어간 목창으로 하는 것이 좋다. 이것이 단열과 멋을 동시에 취하는 길이다.
내장 기능이 원활해야 잔병이 없다. 살다 보면 무엇보다 문제로 떠오르는 것이 전기와 설비 관련 사항들이다. 집 내부가 밝고 환해야 함은 물론이요, 전열 기구 사용을 위한 콘센트와 필요한 곳에 설치하는 유선 및 전화 배선 등은 사전에 계획되어 올바르게 시공돼야 한다. 수도와 보일러 등은 겨울에 동파 되지 않고 오래토록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오수와 하수 배관, 정화조 설치 등도 세심한 주의가 요망되는 공정이다.
오래 두어도 싫증나지 않는 내부 마감이 필요하다. 인테리어에 예민한 현대인은 고급 사양의 마감재를 원한다. 특히 벽지, 마루, 화장실의 타일이나 위생기, 싱크대, 전등 등 눈에 보이는 마감재에 욕심을 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중요한 선택 기준은 친환경적인 소재로 오래 두어도 질리지 않는 편안한 느낌이 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거실은 가족의 생활 공간으로 맛을 내고, 방은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화장실과 주방은 기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열효율을 높일 수 있는 난방 방식과 관리 지혜가 필요하다. 겨울철 큰 문제는 난방이다. 상주용 주택은 에너지 효율이 문제되지만 집을 자주 비우는 주말주택이라면 사전에 난방 방식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비용을 감안해 난방 방식(심야전기, 석유, 가스, 전기)을 선택하고, 보조 난방 방식(구들방, 벽난로 등)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난방 배관 시 분배기 설치로 효율적인 난방 관리가 되도록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늘 집의 치장에 더 많은 신경을 써왔다. 남 보기에 어떨까 먼저 걱정하고,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서 화장에만 치중해 왔다. 분단장을 곱게 하는 일은 재력에 따라 나중에라도 할 수 있지만 기본을 바꾸기에는 늦다. 집도 사람과 같으니 근본을 이해하면 모든 것이 통하는 법이다.田
글쓴이 이동일 님은 사람 냄새 나는 집을 짓는 ㈜행인흙건축 대표이자 (사)전원생활협회 이사, 수필가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 《새집줄게 흙집다오》 《황토집 바로 짓기》 등이 있습니다. 집은 모름지기 건축주와 시공사, 현장 일꾼이 함께 짓는 공동 작품임을 강조하며 현재 주문주택 40여 동의 현대 한옥 현대 흙집을 지었습니다.
㈜행인흙건축 대표 031-338-0983 www.hang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