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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을 위한 전원주택 만들기는 크게 예산을 고려한 계획 수립과 설계, 공법 선택, 시공회사 선정, 시공 등으로 이루어진다. 정도正道에 따라 모든 과정을 밟다 보면, 꿈에 그린 장밋빛 전원생활로 들어선다. 문제는 예산 편성 단계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 행복해야 할 전원주택 만들기의 여정이 가시밭길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전원생활자들은 전원주택 예산은 대지 구입비, 설계비, 대지 조성비, 건축비, 조경 및 부대 시설비, 인·허가비, 제세공과금 외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복병을 만날 수 있으니 여유롭게 잡으라고 조언한다.

윤홍로기자


매월 전국을 누비며 두세 명씩 1년이면 30여 명의 전원주택 생활자들을 만나면서 느낀 첫 번째 공통점은, 전원주택 관련 전문지와 도서, 박람회 또는 인터넷 등을 통해 유익한 정보를 접할수록 부지 마련에서 전원주택 짓기까지 시행착오를 덜 겪었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하여 허접스런 정보까지 마구잡이로 담아내다 보니 스스로 딜레마에 빠졌다고도 말했다. 따라서 정보 수집 못지 않게 그것을 비교 검토하여 알짜만을 취하는, 이른바 내공(학습) 쌓기의 지혜가 필요하다. 만약 시간에 쫓겨 내공을 쌓을 여력이 없다면 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 선정 도서이자, 교보문고 추천 도서인 '좋은 전원주택 만들기 시리즈' 《전원주택 짓기 입지 선정에서 완성까지》를 추천한다. 각 분야별 전문가가 전원주택 입지 선정 절차에서부터 지목 변경과 비용, 설계 포인트, 공법별 특성, 예산 수립과 시공 업체 선정, 시공 과정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해 놓았다. 또한 다양한 공법과 평형대별로 전원주택 생활자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엿볼 수 있다.

두 번째 공통점은 전원주택을 지은 후에도 건축주와 시공회사 사이에 유대 관계가 돈독할수록 건축물의 완성도가 높다는 것이다. 시공회사 선정 시 중요한 잣대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사실 대중 매체에 자신의 집 내부, 심지어 안방이며 화장실까지 속속들이 내보이기란 여간해선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선뜻 공개함은 집에 대한 애착심 만족감 자신감 그리고 설계 및 시공회사에 대한 배려의 표시이다. 삶을 담아내는 집이 건축의 3요소 즉, 튼튼함(구조) 편리함(기능) 아름다움(미)을 두루 갖추면 전원생활도 즐겁기 마련이다. 반면 벽체에서 삐거덕 소리가 나고, 천장에서 물이 새어 마감재가 들뜨고, 값비싼 냉·난방비에 비해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고, 손님을 치르기에 거실이 협소하고, 뭘 하나 하려면 움직임이 많고, 외부에서 실내가 빤히 들여다보이는 … 상황이 여기에 이르면 언제까지나 살고픈, 가사가 즐거운, 빨리 돌아가고픈, 손님을 초대하고픈 집은 분명 아니다. 집이 제 역할을 못하면 주변 환경이 아무리 빼어나더라도 전원생활은 고역일 수밖에 없다. 하자 투성이인 집은 예산과 설계도와 견적의 순환적 접근 방식이 아닌, 건축주의 '평당 얼마' 하는 식의 저가적低價的 접근 그리고 능력이 부족한 시공회사의 시공 중 사양 변경 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평당 건축비, 닭이 먼저 달걀이 먼저

"시공회사의 평당 건축비를 알아야 예산을 짜지."-건축주.
"건축주의 예산과 요구 조건을 알아야 거기에 맞추어 설계하지."-건축사.
"설계도면을 봐야 자재 물량과 공사 기간을 파악해 견적을 산출하지."-시공회사.

이처럼 예산, 설계, 견적이 서로 뒤엉킨 상태에서 행복한 전원주택 만들기, 그 실타래는 어디에서 풀어야 할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아파트(기성복)와 달리 전원주택(주문 맞춤복)은 건축주의 거주 목적과 경제력, 취향에 따라 규모, 설계, 공법, 내·외장재, 옵션 선정 등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결과물이 만들어진다. 건축주의 주문 사양에 따라서 평당 건축비가 달라지기에 건축주가 그 실타래를 푸는 열쇠를 쥔 셈이다.

건축주와 건축사, 시공회사의 삼각 관계를 파악했다면, 공법의 종류를 불문하고 '평당 건축비는 얼마'라는 말이 모순임을 알았을 것이다. 만약 여기에 답하는 시공회사는 무한 경쟁 속에서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곳으로, 시공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높다. 앞의 <건축 분쟁 사례>는 본지本誌 편집국에서 제보 받은 것으로 이런 사건은 현장에서 비일비재하다.

㈜행인흙건축 이동일 대표는 "집을 구상하고 설계하고 짓는 일은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므로 건축주는 먼저 진정한 파트너(건축사 및 시공자)를 만나야 한다"면서 "합리적인 견적을 산출하려면 건축사사무소나 건축사 또는 설계팀을 둔 시공회사를 찾아가 짓고 싶은 집, 부지의 위치, 건축 예산 등을 밝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문제는 건축주들 십중팔구가 예산을 밝히기 꺼린다는 데 있다. 시공회사에 예산을 오픈하면 거기에 맞추어 가격을 제시한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반면 시공회사는 건축주의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여 전원의 멋과 맛을 살린 집을 짓기를 바란다. 건축 불가능한 집 즉, 건축주의 무리한 욕심으로 배가 산으로 가는 일은 피하려고 한다. 건축주와 시공회사 사이에 적당한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설계 및 감리 인․허가 업무를 처리하는 건축사사무소의 경우, 건축주의 예산 공개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FM(Field Manual) 즉, 정석대로 진행하라는 것이다.

▲1단계-건축사는 건축주의 예산과 요구 조건을 조율하여 설계도를 만들고, 그 디자인에 적합한 공법을 선택한다.
▲2단계-설계도대로 건축할 만한(시공 실적, 규모, 현장 소장의 경험 등을 고려) 능력을 갖춘 시공회사 서너 곳과 건축 상담 후 견적을 의뢰하여 받아 보고, 그 가운데 견적이 보편 타당한 시공회사를 선정한다.
▲3단계-건축 계약서를 정확히 작성한다. 이때 현장 소장의 상시 감독 하에 공사를 진행한다는 문구를 반드시 넣는다.
▲4단계-설계도 및 시방서대로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는지 건축사가 건축주를 대리하여 관리 및 감독(감리)한다.
▲5단계-사용승인(준공) 전 각 실별 자가 점검표를 만들어 하자 유무를 파악한다. 예, 거실 바닥재의 경우 들뜸/무늬 맞춤, 오염 훼손, 걸레받이(굽도리) 마감 상태를 확인한다.

규모가 작은 주문주택이다 보니 수익이 적다는 이유로 건축사들이 설계 감리를 기피하지만, 시공회사의 견적은 당연히 설계도에 근거하여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설계도는 건축주가 바라는 여러 가지 건축 조건을 기재한 증서이므로 시공회사는 견적서에 이를 정확하게 반영해야 한다. 또한 설계도는 문제 발생 시, 그 책임 소재를 증명하는 중요한 자료이다. 간혹 몇몇 영세하고 경험이 미숙한 시공회사의 경우, 설계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견적을 낮은 가격으로 넣고 시공 중 건축주의 요구 조건에 미달하여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건축 중 시행착오를 경험한 전원생활자들은 이 부분에 있어 "견적 산출이나 시공 능력이 부족한 시공회사나 저가低價만 고집하는 건축주 모두 반성할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견적을 받으려면 시공회사에 최소한 가설계 도면이라도 가져가야 한다"면서 "건축비는 창호, 바닥재, 지붕재 등의 사양에 따라 달라지므로, 흔히 평당 얼마 하는 식으로 애매하게 말하는 시공회사는 아마추어이므로 조심하라"고 조언한다.


건축 예산의 안전선, 견적의 120%

설계도에 근거하여 시공회사에서 뽑은 총 견적이 만약 1억 원이라면, 건축 예산은 최소 1억 2,000만 원으로 잡아야 안전하다. 총 견적이 건축 예산을 앞지르면 뜻하지 않은 여러 가지 일로 낭패를 겪기 때문이다.

건축주들은 전원행에 필요한 예산을 잡을 때 부지 구입비와 건축비, 세금 정도만 생각한다. 실지로 전원생활자들 중 상당수가 건축 과정이나 후에 예산 초과로 어려움에 직면하곤 한다. 양평에서 만난 한 전원생활자는 "토목공사 단계에서 돈이 많이 들어 집도 짓기 전에 은행 대출을 받았다"면서 "건축 외 자금이 얼마나 드는지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데 총 공사비의 20%(인·허가 및 세금 10%, 추가비 10%) 정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유앤아이건설 이제헌 대표(기술사)는 "전원주택을 지으려는 건축주들 대부분이 도시의 아파트 생활자이기에 대지 구입비와 건축비, 인곀昇?비용, 각종 세금 외에 들어가는 대지 조성 공사비와 조경 및 기타 부대 공사비를 놓친다"고 말한다. 조경 및 기타 부대 공사는 불편하더라도 집 짓고 천천히 해도 크게 상관없지만 대지 조성 공사는 건축물을 앉히기 위해 당장 필요한 공사이다.

이 대표는 "건축주들이 부지 구입 후, 건축 계획 전 대지 조성 공사를 진행하여 비용을 이중으로 들이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건축주가 지주地主와 계약 후 잔금을 치르는 과정에서 지주에게서 내가 잘 아는 사람한테 대지 조성을 맡기면 저렴하다는 말을 듣고 공사를 진행한다. 그런 현장에 시공에 필요한 정보 수집 차 방문하면 대지 조성 공사가 허술하여 경사지인 경우 안전도는 물론 우수 및 오폐수 처리 문제로 민원 발생 소지가 많다. 심지어 건축주에게 나머지는 시공회사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공사를 중도에 마치기도 한다. 결국 공사를 다시 진행하다 보면 건축주는 이중으로 비용을 지출하여 예산에 압박을 받는다."

그러면 대지 조성비는 평당 얼마나 할까? 지형 조건에 따라 다른데 5만-15만 원선이고, 경사지는 15만 원선이 많으며, 지반이 연약하거나 철근콘크리트 옹벽을 치는 난공사는 30만 원선에 이른다. 661.2㎡(200평)인 대지 조성 공사라면 보통 3,000만 원의 비용이 든다. 시행착오로 이 비용이 이중으로 들어가면 33.1㎡(10평)에 가까운 건축비를 날리는 셈이다.

예산과 관련 건설 관리(CM) 전문 업체인 한미파슨스는 주택을 지을 때, 건축 비용의 50% 이상은 내 돈으로 마련하라고 조언한다. "최근 은행 등 각종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택을 짓는 것이 종종 목격된다. 하지만 무리한 투자는 화를 자초한다. 예를 들어, 건축을 하다 보면 예상치 않은 돈이 급하게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자기 자본이 없으면 대처하기 어렵다. 건축 비용은 50% 이상 자기 자본을 갖추고 시작해야 이러한 문제 발생 시 대처가 가능하다."

이제헌 대표는 위의 표를 참고로 예산은 확정 금액 및 미확정 금액이라도 수준별 유추 금액을 대입, 총 예산 규모를 산출하고 자신의 자금 동원 능력(지불 및 상환)과 비교해 예산을 조정할 것을 권한다.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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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EDITION 꿈에 그린 행복한 전원주택 만들기(1)] 예산 편성, 전원주택 내 집 마련의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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