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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대지에 앉혀진 단층 목조주택으로 정원이 꽤나 큰 규모를 자랑하고 깔끔한 외관이 인상적이다. 선조 때부터 살아온 집을 헐고 전원주택을 지은 건축주는 50여 년 만에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 산다는 것에 대해 무척이나 감회가 새로운 모양이다. 대지면적(2,770.0㎡)에 비해 건축면적은 135.6㎡(지하 제외)에 불과한 단층 ALC 주택으로 오랜 세월을 머금은 소나무와 앵두나무가 넓은 정원을 지키고 있다. 스터코로 마감한 깔끔하고 화사한 외관이 멀리서도 단박에 시선을 사로잡고 실용성이 일품인 내부 구조는 세 식구가 단란하게 살아가기에 제격이다. 정원에서부터 인테리어에 이르기까지 건축주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는 군산 단층 ALC 주택으로 들어가 보자.

건축정보
·위 치 : 전북 군산시
·대지면적 : 2,770.0㎡(839.4평)
·건축면적 : 189.0㎡(57.2평, 지하 60.4㎡, 다락 7.0㎡ 포함)
·건축형태 : 단층 ALC 주택
·외벽마감 : ALC 블록+스터코
·내벽마감 : 벽지
·지 붕 재 : 금속기와
·바 닥 재 : 강화마루
·난 방 : 심야전기보일러
·식 수 : 상수도
·설 계 : 맥건축사사무소 문남영 대표
063-452-0700
·시 공 : 대림ALC 1544-4460 www.alcdl.com

시시골에서 태어나 도심지에서 생활하는 이들의 상당수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귀향에 대한 강한 욕구를 느낀다. 삭막한 도시 생활에서 오는 지긋지긋함과 아울러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 당시의 기억들이 아련히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이를 실행에 옮기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뒤따르기 마련. 자녀 교육 문제, 부부간 의견 불일치, 생활 부적응 우려 등이 어우러져 발목을 잡는다. 전북 군산에 위치한 윤여성(54세), 이미혜(54세) 씨 가정은 그런 의미에서 성공적인 귀향을 실행한 경우다. 이 부부의 전원주택이 주택이 자리한 이 곳은 이미혜 씨의 선조 때부터 보금자리로 사용됐던 터다. 그녀 역시 이곳에서 태어났다. 유아기 때 부모와 함께 이 곳을 등지고 도심지로 옮겼지만 할아버지와 친인척들이 이 부근에 자리를 잡고 있던 터라 간간히 내려와 시간을 보내기도 해 이곳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선조 때부터 살던 곳, 나무 하나 소중히 여겨

기존 한옥을 허물고 주택을 올리는 과정에서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주변 환경만큼은 최대한 보존하려고 했다. 대지 뒤편 대나무 밭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족히 100년은 돼 보이는 소나무 한 그루를 발견한 건축주는 중장비를 동원해 옮겨 심는 정성으로 보였다. 가지가 해 비추는 방향으로 굴곡을 이뤄 자체만으로 조형미를 발산하는 소나무는 현재 주택 정원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다.

정원 한 가운데 위용을 자랑하는 앵두나무도 같은 방법으로 지금의 자리에 앉혀졌다. 건축주는 앵두나무 심을 자리에 흙을 쌓아 지대를 높인 후 주위를 정원석으로 둘러 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현했다.

넓은 부지에 손이 많이 간 덕에 정원 공사에만 1년을 보냈다. 될 수 있으면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직접 해결하려 했는데 인터넷을 뒤져 잔디 업체를 수소문해 잔디를 구입하고는 직접 깔기도 했고 보안상 울타리를 치는 것이 좋겠다는 주변 사람의 충고를 뒤로 하고 원래 있던 키 작은 나무들을 모아 경계에 심기도 했다.

울타리를 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건축주는 “선조 때부터 살던 곳이라 주변이 다 아는 사람들이에요. 그럼 사람들한테 뭐 숨길 것이 있다고 높은 울타리를 치겠어요. 집이 갑갑해 보이는 것도 싫고요. 이렇게 작은 나무를 심으니 주위가 환하고 비용도 절약되고 좋잖아요”라고 답한다.

정원뿐만 아니라 대문 계단, 거실, 현관 등지에 건축주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보기만 해도 자재가 얼마나 필요할지 대충 계산이 나온다고.

“집 공사를 직접 하다 보니 나중에는 어림짐작으로도 계산이 나오더라고요. 거실 아트월을 드릴 때도 그렇고 현관 앞 천연석을 깔 때도 그렇고 필요한 자재 물량을 계산해서 주문했더니 딱 맞아 떨어지는 거예요. 남들은 고생스럽게 뭘 그걸 일일이 하느냐 할 수도 있지만 하고 나니 집에 더욱 애착이 가는 게 잘한 것 같아요.”

가족에 맞는 실용적인 짜임새 구현

인근 다른 집들과 비교해 주택이 앉혀진 방향이 다소 어긋나 있다. 열의 아홉이 남향을 하고 있는 주변 집들과는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터를 잡았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남서향이다. 그러나 기존에 있던 한옥은 다른 집과 마찬가지로 남향이었다고. 이유는 겨울에는 해가 잘 들어 좋겠지만 여름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남향은 해가 정면으로 들이치니까 여름에는 눈이 부셔 하루 종일 커튼을 쳐야 할 것 같더라고요. 겨울이야 상관없지만 여름에는 아무래도 답답하잖아요.”

부부만 거주하는 주택답게 내부는 아담하면서도 상당히 실용적이다. 가족 구성원이라고는 도시에서 대학을 다니는 딸이 전부인 터라 굳이 복층이 필요치 않았다. 방학 때나 내려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딸아이를 위해 작은 방 하나를 마련해 놓으면 그만.

현관을 중심으로 오른 편에는 거실과 안방이, 정면으로는 딸 방과 작은 방이, 왼편으로는 응접실과 주방이 놓여 있다. 공용공간인 거실은 크게 가져가고 방 규모는 줄인 것이 여타 전원주택과 크게 다를 바 없으나 응접실과 주방에서 차이가 보인다. 한 층에 방을 3개 드리고 욕실에 응접실, 주방까지 놓다 보니 이들의 크기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는데 이를 보완하고자 응접실 부분을 주방 대각선 방향에 놓고 전면부를 현관보다 돌출시켰다. 그리고는 전면창을 내 채광과 조망을 살렸다. 이는 내부적으로는 ‘―’자의 단순한 평면형태를 보완하고 외부적으로는 안방과 응접실 부분이 돌출돼 현관을 가리는 보안 기능까지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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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며 인테리어 소품들도 건축주가 직접 모아 놓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 주택이 겉으로는 넓은 정원과 우람한 나무들로 인해 화려해 보이지만 내부에 들어서면 소박하고 정감 있는 분위기가 흐르는 것은 건축주 손때가 집 안 곳곳에 묻어 있기 때문이다. 역시 집은 사는 사람 손이 가야 제 맛이 난다. 田


글 ·사진 홍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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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집] 넓은 정원이 돋보이는 군산 189.0㎡(57.2평) 단층 ALC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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