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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의 진입로나 앞마당과 달리 후정後庭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방치되기 쉬운 공간이다. 하지만 외부로 노출돼 있지 않은 점을 이용하면 사적인 야외활동이 가능해 활용도가 높다. 특히 여름철에는 가든파티나 식사 공간 등 모임의 장소로 제격이다. 감춰져 있어 더욱 매력적인 후정에 대해 알아보자.

글·사진 서상신 기자
자료협조 푸르네 02-529-2030 www.ipurune.com



우리 선조들은 안채와 사랑채의 후면 또는 측면에 위치한 공간을 후정後庭 또는 후원後園이라 부르고 다양한 용도로 활용했다. 보통 집이 구릉과 연결된 부지에 위치할 경우 경사진 공간을 후정으로 만들었는데 완경사 지형일 때는 채원, 과원, 약포 같은 실용 공간으로, 경사가 심한 경우에는 화계를 만들어 앵두, 살구 등 꽃나무와 반송 등을 심고 돌을 두어 자연을 완상하는 공간으로 조성했다. 일부 사대부가士大夫家의 사랑채와 맞대어 있는 후정은 뒷산과 연결돼 야생의 분위기가 나고 정자와 연못, 샘과 돌이 적절히 어우러져 깊은 사색을 할 수 있는 사적영역이자 풍류의 공간이었다.

안채 후정은 대부분 부엌과 연결돼 장독대와 우물 등이 자리하고 주로 여성들이 사용하는 공간이었다. 이른 새벽에 처음 길은 우물물(정화수井華水) 한 그릇 떠놓고 자식이 잘 되기를 두 손 모아 빌던 장소, 시집살이 설움에 복받쳐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훔쳤던 장소가 바로 후정이다.



후정 공간 활용하기

우리네 전통 가옥과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집의 정면을 기준으로 그 뒤편에 위치한 공간을 후정이라 한다. 후정의 성격과 활용도는 집의 좌향 및 배치에 따라 달라진다. 전원주택의 경우 풍수지리에 따라 산을 뒤로하고 냇물을 면해 입지하는 경우가 많아 집과 산지 사이의 공간이 후정이 된다. 또한 앞마당과 뒷마당이 구분되는 일자형의 주택에서 후정이 발달하기 쉽다.

반면 도로에 인접해 있거나 조망권을 확보하기 위해 북향으로 앉혀진 주택은 전정보다 후정이 남쪽에 위치한다. 이런 경우 볕이 잘 드는 이점을 이용해 텃밭을 만들고 꽃을 심어 앞마당과 같은 개념의 정원을 가꿀 수 있다.

오늘날에도 주택의 뒷마당은 보통 부엌과 동선 연결하여 장독대와 함께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용한다. 공간이 여유롭다면 키가 큰 수목이나 침엽수 등을 식재해 겨울철에는 추위를 막고 여름철에는 나무그늘로 활용하면 좋다. 후정에 정자나 퍼걸러를 놓으면 바비큐 파티 등 모임공간으로도 활용도가 높다. 또 미니 풀장을 설치하는 것도 후정을 활용하는 좋은 방법. 외부에 노출될 염려가 없으므로 효과적일 뿐 아니라 자연의 풍요로움도 만끽할 수 있다.

일조량이 풍부한 후정에서는 텃밭 가꾸기가 가능하다. 텃밭을 만들 때는 정원의 다른 수목과 어울리게 심어 수확의 기쁨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아름답게 꾸민다. 꽃과 잎의 질감이 매력적인 종류의 채소를 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텃밭의 바닥면을 높여주면 외관상 산뜻하고 깔끔해 보인다. 채소를 손질하기 위해 몸을 굽힐 필요가 없어 거름을 주기에도 편리하다.


강한 차단은 피하고, 되도록 가볍게

후정을 꾸밀 때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남향받이 주택의 후정은 전정보다 공간 자체가 어두운 경우가 많으므로 화목 식재는 피한다. 또한 정원 소품이나 바닥재 등을 선정할 때도 너무 어두운 분위기로 흐르지 않도록 주의한다. 석재를 주재료로 사용하거나 초화 중 강한 원색의 수종을 선택하면 한층 가볍고 산뜻한 느낌의 후정을 만들 수 있다. 정원 용품 역시 규모가 작고 아기자기한 것을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후정은 개인이나 가족만의 공간으로 활용도가 높긴 하지만 너무 강한 차단은 자칫 답답함을 주므로 설계 시 주의한다. 또한 식사나 바비큐 파티 등 모임공간으로 활용 시 식당/주방과의 동선도 고려하는 것이 좋다.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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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Garden(1)]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곳, 후정後庭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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