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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웰빙에 환경을 더한 로하스는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인 주거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생태 건축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건축 자재의 생산, 건축 과정, 건축물의 수명 등 전체 사이클을 통해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에너지를 절약하며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바로 자연 재료인 나무와 황토와 돌로 집을 지어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고, 후에는 자연 상태로 되돌아가는 우리네 전통 가옥인 황토집이다.

글·사진 윤홍로 기자 도움말 박시익〈명당건축사사무소 대표〉, 윤원태〈한국전통초가연구소 소장〉, 최성호〈전주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


풍요 속의 빈곤, 이것이 현대인의 삶이다. 산업사회의 비약적인 성장은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준 반면, 환경 오염과 무한 경쟁으로 정신적 빈곤을 불러왔다. 이러한 삶을 과연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온전한 상태라고 규정했다. 여기에 우리의 삶을 비추어 보면 병약함과 쇠약함 그 자체이다. 이것이 21세기 서막과 함께 참살이(Well-Being)가 등장한 배경이다.

참살이는 물질적 가치나 명예보다 육제적 건강, 정신적 건강, 사회적 건강의 균형을 통해서 행복하고 평안한 삶을 추구하자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그러나 개인과 그 가족의 삶에만 치우치다 보니 이기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강한 편이다. 여기에 대한 반성과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로하스(LOHAS : Lief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로 자신과 가족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뿐만 아니라 나와 너, 나아가 세상과 미래까지도 생각하는 삶의 형태이다.

로하스 건축 - 생명 공동체를 살리는 황토집

자연과 인간의 공존과 조화 차원에서 인간 생활의 3요소 중 하나인 건축〔住]은 매우 중요하다. 건축 산업은 전체 재료 소비의 40%, 에너지 소비의 24%,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2%, 산업 폐기물의 30% 그리고 매년 버려지는 불법 폐기물의 6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심각한 지구 온난화, 도시 열섬 현상, 오존층 파괴, 사막화 확대, 열대림 파괴, 다양한 생물 종 감소 등의 주범인 셈이다.

지구 환경 파괴를 막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재생이 가능하고 에너지 소비가 적으며 무독성인 생태 건축 자재를 사용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콘크리트가 아닌 천연 재료인 나무와 흙을 사용한 생태 건축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바로 인간의 주거 환경이 자연과 공존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주로 나무와 흙을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우리의 전통 살림집인 심벽집, 황토벽돌집, 토담집, 귀틀집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는 전통 가옥을 얘기할 때 '자연에 순응한다'느니, '자연을 닮았다'느니 하는 수식어를 붙인다. 선조들이 집을 지을 때 사람이 자연의 일부이듯 사람이 사는 집도 자연의 일부로 여겼기 때문이다.

선조들은 풍수風水 자연을 살펴서 산자락에 집터를 잡되 결코 산자락을 훼손하지 않았으며, 그 위에 환경 오염 없이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나무와 황토와 돌을 사용해서 집을 지었다. 바로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고 공존하는 로하스 건축이다.

집터 - 명당에는 고기압이 흐른다

집이 건강해야 사람이 건강하다고 말한다. 그러려면 먼저 주거 환경이 쾌적하고 명랑하며 밝아야 한다. 여기에는 기압과 습도와 온도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선조들은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집터를 잡았다.

집터를 잡을 때는 먼저 풍수를 살폈다. 풍수란 바람을 가두고(즉, 바람을 피하고) 물을 얻는다는 뜻의 장풍득수藏風得水를 줄인 말이다. 여기에는 자연 위에 군림하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한 선조들의 경험 과학과 생활 철학이 담겼다. 현대 과학으로 풍수 이론을 분석하면 매우 합리적이라는 데에 놀란다. 집터로 좋은 땅〔明堂〕과 나쁜 땅〔凶地〕의 차이는 무엇일까. 박시익 건축사(명당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대한건축학회지》에 발표한 '풍수지리와 주거 공간'에서 좋은 땅에는 고기압이, 나쁜 땅에는 저기압이 흐른다고 설명했다.

"명당이란 좌청룡, 우백호, 전주작 그리고 후현무 등 사면을 산이 둘러싸 바람을 막아주는 공간을 말한다. 산이 바람을 막아주면 바람의 속도가 약해지고, 바람의 속도가 약하면 기압 높은 고기압 지대를 이룬다. 반면 흉지는 바람의 속도가 강한 곳이며, 바람의 속도가 강하면 기압 낮은 저기압 지대를 이룬다."

우리는 기압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 채 살지만, 사실 기압과 건강은 그 관계가 매우 밀접하다. 몸의 신진대사는 고기압일 때 활발하고 저기압일 때 떨어진다. 기압이 낮고 습도가 높은 장마철 관절이 뻐근하다거나, 사소한 일에 짜증내거나, 우울증에 빠지거나 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도 기압과 무관하지 않다.

좋은 집터를 고르는 양택陽宅 3요소인 배산임수背山臨水, 전저후고前低後高, 전착후관前搾後寬은 모두 쾌적한 주거 환경을 조성하고자 고기압을 고려한 것이다.

배산임수▶ 높은 산을 등지고 물을 내려다보도록 한 집의 배치다. 기압은 저지대일수록 높고 고지대일수록 낮은데, 바람은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따라서 바람은 물을 내려다보는 집의 전면에서 높은 산을 등진 후면으로 흐르면서 집 안에 고기압을 형성해 주거 환경을 쾌적하게 만든다. 물론 이러한 배치는 겨울에 따듯하고 여름에 시원하며, 뒷산에서 땔감을 얻고 앞의 호수나 강에서 농사에 필요한 물을 얻기에도 편리하다.
전저후고▶ 전면의 마당이나 대문보다 집을 높게 앉힌 배치다. 기단基壇을 사용하여 집을 대문과 마당보다 높이 앉히면 대문으로 들어온 바람이 마당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오면서 기압이 높아진다. 기단 위에 집을 앉히면 지면의 습기를 피하고 밝은 빛을 집 안에 충분히 끌어들이며 조망도 한층 넓어진다.
전착후관▶ 터는 물론 집도 들어가는 입구는 좁고 안으로 들어가면 넓어지도록 한 배치다. 전면의 좁은 폭으로 들어온 바람이 내부에서 넓은 지역을 만나면 바람이 넓게 분산되면서 기압이 높아진다.


현대 과학도 놀란 전통 가옥의 우수성

기단 >>> 터를 반듯하게 다듬은 다음에 터보다 한 층 높게 쌓은 단으로, 그 위에 주초를 놓고 집을 올린다.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막아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고 빗물이 집 안으로 튀지 않는다.

지붕 >>> 지붕은 벽체나 바닥과 더불어 건축 공간을 구성하고, 외부로부터의 비 눈 이슬 등을 비롯해 온도 습도 음향 일광 바람 시선 등을 차단하는 기능을 지닌다. 여름철에는 한낮의 뜨거운 태양열을 나무와 황토가 막아 집 안이 쾌적하고 반대로 겨울철에는 따듯하다.

한지 >>> 한지는 벗긴 닥나무 껍질을 잿물로 삶고 두드려서 물에 푼 다음 대나무 발을 이용하여 섬유를 건져 올려 물을 짜고 말려서 만든 얇은 종이다. 한지를 창에 바르면 보온과 통풍에 유리하며 적당한 환기와 함께 직사광선을 순하게 만들어 집 안 구석구석까지 일정한 조도의 빛이 스며든다.

구들 >>> 구들은 '구운 돌'을 뜻하는 순수 우리말이다. 구들 난방은 열을 저장해 방바닥을 따듯하게 하는 축열식으로 두한족열頭寒足熱 즉, 머리는 차갑고 발은 따듯하게 만들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처마 >>> 처마는 서까래를 받치는 도리 밖으로 내민 지붕 부분이다. 처마는 비가 들이치는 것을 막거나 여름철 직사광선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겨울철에는 낮게 뜬 태양 볕을 받아들여 집 안을 밝고 따듯하게 한다. 처마 밑 그늘에는 작은 기류가 형성되어 여름철 앞마당의 뜨거운 공기를 차단한다.

후원 >>> 집 뒤에 있는 정원이나 작은 동산으로 찬 공기가 형성되는 반면 앞마당은 태양의 복사열로 공기가 뜨겁다. 집 앞과 뒤의 기온차로 자연 기류가 만들어져 바람 한 점 없는 여름에도 집 안이 시원하다.


건축재 - 집은 자연의 일부다

예전 전통 가옥의 건축 방식은 어떠했을까. 한국전통초가연구소 윤원태 소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과거(1940년대)에는 가족끼리 또는 인근에 사는 목수를 불러다 일품(날일)으로 집을 지었다. 이때 소농은 목수 한 명이, 중농은 도목수 한 명과 목수 한두 명이, 대농은 도목수와 목수에다 보조목수 한두 명이 더 참여한다. 목수의 일품은 도목수가 쌀 2되, 일반 목수가 쌀 1되를 받았다. 재목은 건축주나 친척 소유의 산판 또는 인근 마을 사람 소유의 산판에서 소나무를 베어다 지게 또는 목도(두 사람 이상이 짝이 되어, 무거운 물건을 얽어맨 밧줄에 몽둥이를 꿰어 어깨에 메고 나르는 일)를 하여 소달구지 등으로 현장까지 운반했다. 남의 소나무를 베어다 3칸이나 4칸 집을 지을 경우 논 한 마지기 값을 치렀다. 이렇게 구한 소나무로 껍질을 벗기고 건조시켜 깎거나 파서 다듬어 뼈대를 완성하기까지 2∼3개월이, 여기에 지붕과 황토벽, 창호 그리고 마무리 공사까지 합하면 족히 4∼5개월이 걸렸다."

신토불이 재료로 지은 전통 가옥은 그 형태가 매우 부드러운 곡선이다. 그러나 6·25전쟁을 겪으면서 많은 가옥이 소실되고,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넘어오면서 도시에 인구가 몰리자 주택의 다량 공급이 필요했다. 더 이상 예전 방식으로 주택공급이 어렵게 되자 공장에서 건축재를 대량 생산하면서 주택의 형태는 곡선에서 직선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건축의 3대 발명품이라 불리는 콘크리트, 철골구조, 엘리베이터는 주거 환경을 고층 고밀도로 만들었다.

다행스럽게도 요즘 로하스니 친환경이니 해서 자연 재료인 나무와 황토와 돌로 지은 황토집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생태 건축가들은 황토와 소나무를 최상의 건축 자재로 꼽는다.

황토는 열의 차단 효과가 높기에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습할 때는 습기를 머금었다가 건조할 때는 내뿜는 천연 습도 조절기이다. 또한 미립자 틈틈이 바람을 통과시킨다. 소나무는 나뭇결이 곱고 나이테 사이 폭이 좁으며 강도가 높고 잘 뒤틀리지 않는다. 송진은 습기로부터 나무를 보호하며 송진이 빠지더라도 더욱 견고해져 갈라지지 않는다. 더욱이 황토와 소나무는 제 역할을 다한 뒤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본디 자연으로 되돌아간다.

우리의 전통 가옥은 자연을 닮을 수밖에 없다. 본지本誌에 '고택을 찾아서'를 연재하는 최성호 교수(전주대학교 건축학과 겸임)는 자연 재료로 집을 지으면 절반은 이미 환경친화적인 집이라고 말한다.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자연과 상생한다는 정신으로 인간의 능력을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고 지은 집은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어떻게 집을 짓든 환경친화적인 집이 되는 것이다. 바로 로하스 홈이다.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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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사회 그리고 미래를 위한 황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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