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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에 지은 집

콘크리트의 새로운 시도 ’청담을 위한 집’

경기도 일산에 있는 이 주택은 공간을 이루는 벽과 벽을 넓히고, 높이고 때로는 없애 서로의 경계를 최대한 없애려고 노력한 집이다. 인간관계에서 보여지는 벽을 없애는데 일조하지 않을까 하는 바램으로 작업하였다. 경계를 허물어 버린 그 공간의 ‘공명’은 서로에게 벽을 허물면서 ‘반향’을 일으키고 ‘울림’을 통하여 가족임을 자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청담을 위한 집’이란 이름이 붙은 이 집은 건축주의 거주성에 크게 중점을 두고 계획되었다. 특히 신도시에서의 도시적 맥락의 질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우선시 했다.
일산은 농지가 대지로 바뀌면서 만들어진 도시다. 어딘지 모르게 이 도시의 낯선 주변 풍광은 함께 어우러진 모습보다는 각각의 표정들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의 주변 역시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주변의 낮은 야산은 경관으로서가 아닌 삶의 방해요소로 건축주는 인식했고, 밖에서 집안 내부가 보일 수 있다는 것에 짐짓 불편해 하고 있었다. 열린 외부공간과 거주자의 삶 중 어느 하나를 택일해야 했다.

결국 건축의 배치는 건물에 의해 만들어진 외부공간과의 소극적인 연결에 의해서 이뤄졌다. 또 도시와 건축과의 경계를 일부는 열고, 일부는 도로를 뒤로 한 질서에 순응과 대응된 직교의 공간배열이 계획의 기본이 됐다.

내부 공간에서의 개인적 공간과 가족간의 유대관계를 적절히 배려했고 공간의 통합에 의한 상·하 공간 연결에 주안점을 두었다.

이 집을 만들어 내는 작업에는 몇 개의 단어가 등장하게 된다. ‘청빈’ ‘공명’ ‘의식과 무의식’ ‘신뢰’가 그것이다.

먼저 청빈은 이 집을 소유함으로서 놓치게 되는 귀중한 삶의 가치와 불필요한 소유에서 가치로움을 추구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음에 대한 경계이다. 중국 남북조 시대의 기름져 보이는 청담이 아니라 올바른 소유를 통하여 불필요한 소유로 인한 삶의 무게를 벗어나고자 함이기도 하다.

또 그 소유는 물질적 풍요가 아닌 정신적 절제를 통한 여유와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기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깊은 골짜기에 흐르는 맑은 샘물의 흐르는 소리 같은 순수함이 가족간의 대화 속에 자리하기를 바라는 삶의 질을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공명은 주거공간의 핵심으로 가족간의 상호 존재확인과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의 문제였다. 때로는 혼자일 수도 있고, 가끔은 함께 하는 가족의 관계는 공간의 분리와 결합을 통합해 건축에서 가능해 진다.

어쩌면 인간관계를 건축이라는 행위를 통해 공간을 구획한다는 자체가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건축은 관습의 구획을 강요하고 있기에 인간의 심리상태를 하나의 단어로 정의하기 어려운 만큼, 실제 건축에서의 결정은 어려울지도 모른다. 결국 건축이 어려운 점도 인간과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경기도 일산에 있는 이 주택은 공간을 이루는 벽과 벽을 넓히고, 높이고 때로는 없애 서로의 경계를 최대한 없애려고 노력한 집이다. 인간관계에서 보여지는 벽을 없애는데 일조하지 않을까 하는 바램으로 작업했다.



경계를 허물어 버린 그 공간의 ‘공명’은 서로에게 벽을 허물면서 ‘반향’을 일으키고 ‘울림’을 통하여 가족임을 자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거실공간에서의 구성은 가족간의 이쪽과 저쪽의 관계를 시선의 교차로서, 소리의 울림으로서, 몸의 부딪침으로서 서로를 확인하는 교차점으로 틈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의식과 무의식’의 논리라는 단어가 때로는 얼마나 우리의 사고를 경직시키고 상상력을 빼앗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건축 작업은 도시적 상황, 주변의 상황, 건축적 상황 등 기본적인 사항들이 이성에 의한 합리적인 분석과 접근 태도가 요구되고 있지만 그 이상은 또 다른 세계를 요구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이 세계는 인간이면 누구나 내재되어 있는 감성의 세계로, 때로는 의식으로, 때로는 무의식으로 건축 속에 녹아 들어가게 된다.

건축이라는 그 대상을 건축가가 짜놓은 건축이라는 유기체를 건축가의 언어를 통해 이해하기보다는 감상자 스스로 하여금 건축작업의 결과물인 형태와 공간을 직접 방문해 자신의 눈과 감각의 더듬이로 그 세계를 직접 경험해야 한다.

만든이 자신의 자의적인 묘사보다는 관심 있는 사람이 직접 사물 그 자체에 대하여 자기 중심적인 자의적 해석을 해보면 그 결과는 읽는 방법에 따라서 다의성이 증폭되기 때문이다.

신뢰는 이 작업의 시작과 완성까지 건축가 자신에게 머물러 있었던 중심적인 단어이다. 오랜 기간동안 건축주는 사회전반에 영향을 미친 경기침체에 의하여 공사의 중단을 겪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나와 모든 것을 상의하면서 작업을 진행해왔다.

아마 건축주의 적극적인 후원이 없었다면 상당히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이쪽과 저쪽에는 항상 이해관계에 얽힌 사이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건축주는 그 사이를 좁혀주려고 노력했고, 그 틈 사이에는 사회의 모든 찌꺼기들이 존재하지만 신뢰라는 단어가 그 틈을 좁혀주었다.田

■ 글·사진 배병길 (배병길건축사무소 소장 02-588-6342)

■ 건축정보


위치: 고양시 일산구 대화동
부지면적: 70평
건축면적: 31평
골조: 철근 콘크리트조
외벽마감: 노출 콘크리트
내부마감: 석고보드 위 수성페인트
지붕마감: 알미늄 패널
바닥재: 재래식 종이장판
건축비: 평당 5백만원
■ 설계 및 시공: 배병길 건축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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