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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츠와 닥터만이 양수리 북한강변을 따라 밀집해 있는 카페들과 다른 점은 '변치 않음' 이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인테리어를 바꾸고 외벽 색을 달리하여 손님을 맞는 다른 카페들과 달리 왈츠와 닥터만은 1996년 문을 열었을 때 모습 그대로다. 진하고 그윽한 커피 맛과 향도 여전하다. 1년에 한 번씩만 들러도 단골이 될 수 있을 만큼 오랜 전통을 만들어 자랑하는 곳, 왈츠와 닥터만으로 가보자.



글 서상신 기자 사진 홍정기 기자 취재협조 왈츠와 닥터만 031-576-0020 www.wndcof.com





커피 하면 연상되는 것은 비단 쌉싸래한 맛만이 아니다.

향과 함께 커피를 마셨던 장소 그리고 그 때의 기분도 자연스럽게 추억된다. 여기 숱한 이들의 추억을 간직한 카페가 있다. 커피 마니아라면 익히 알고 있을 '왈츠와 닥터만' .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에서 서울영화촬영소 방향으로 가다 촬영소 맞은편 진입로로 들어가면 북한강을 배경으로 그림 같은 성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초록색 담쟁이덩굴이 붉은 외벽을 타고 올라가 고풍스러움이 느껴지는 왈츠와 닥터만은 1층은 레스토랑, 2층은 커피 박물관이다.



일본 커피회사 왈츠가 모티브

왈츠와 닥터만은 대표 박종만 씨가 만들어온 커피 역사의 집약체이다. 인테리어 회사에서 근무하던 박 씨는 일본 출장 중 '왈츠' 라는 커피 회사를 알게 되면서 인생 진로를 바꾸게 된다. 커피의 매력에 급속도로 빠져든 그는 원두커피라는 말조차 낯설던 1989년 일본 커피회사 이름을 따 원두커피 전문점 '왈츠' 를 열었다. 이를 모태로 1996년 오픈한 레스토랑이 왈츠와 닥터만. 닥터만이라는 이름은 박사를 뜻하는 '닥터' 와 자신의 이름 끝 글자 '만' 을 합친 것으로 한국 최고의 커피 박사가 되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다.

외관은 독일 여행 중 폭격 맞은 성에 착안했다.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변치 않은 모습에 가치를 느꼈다고. 100년 가는 집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박종만 씨는 3년 뒤 비바람에도 끄떡없도록 철근 콘크리트로 골조를 올렸다. 왈츠와 닥터만의 가장 큰 특징은 환풍기가 없다는 점. 공기 흐름을 이용해 환풍기 없이도 음식 냄새 및 담배연기가 자연스럽게 빠지도록 설계했다. 덕분에 구조가 단순해져 12년이 지난 지금에도 특별한 수리 한 번 없이 원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내부는 예스러움이 물씬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200년된 미니 파이프 오르간이 보이고 천장 중앙에는 180여 년 전 영국 왕실에서 사용했던 램프가 자리한다. 12년 전 오픈할 때 마련한 낡은 소파는 천을 덧대 그대로 사용한다.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담아낸 까닭에 4~5년 전에 온 손님도 마치 어제 온 듯 익숙하고 편안한 느낌을 받는다.

 





커피 철학으로 지켜온 변치 않는 맛과 향

박종만 씨는 해외에서 직접 커피 생두를 사온다. 기온과 강수량 및 토양 등에 따라 예민하게 달라지는 커피 맛을 변함없이 유지하기 위한 그만의 원칙이다. 이처럼 왈츠와 닥터만 커피에는 그의 확고한 철학이 깃들어 있다.

그간 프랜차이즈 제의도 많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각 지점마다 같은 맛을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최근 부쩍 늘어난 로스팅(Roasting) 카페와 의미를 달리하는 점도 여기에 있다.

"물론 힘든 부분이지만 이것이 곧 왈츠와 닥터만이라는 브랜드와 정체성을 뜻한다고 생각해요. 왈츠와 닥터만을 매년 찾아주시는 손님들에 대한 책임감이기도 하고요."

그 연장선상으로 약 3년 전부터 닥터만 금요음악회를 진행하고 있다. 커피 문화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바람에서다.

"10명도 채 안 되는 사람들만 모여 공연을 한 적도 있어요. 연주자들에게 얼마나 미안했는지 몰라요.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열의를 다해 연주하는 모습에 모두 감동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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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츠와 닥터만에는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잔이 있다. 빅토리아 시대에 사용했던 이 잔은 카페를 찾는 손님 중 최고의 품격과 인격을 가진 이에게 대접하고자 준비해 놓은 것.

"고故피천득 선생님께서 생전에 이곳에 오시면 항상 같은 자리에서 커피를 마시곤 하셨어요. 그분께 드리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아요."

왈츠와 닥터만은 꿈꾼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커피의 산실産室로 100년, 아니 그 이후로도 만인의 추억과 함께 하는 공간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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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카페] 커피 왕국 100년을 꿈꾸다 왈츠와 닥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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