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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색 있는 집

숲과 개울과 블록의 조화 ‘한호재’

이 주택에는 값싼 기성품과 콘크리트 블록 등이 적절히 결합되어 시공되었다. 특히 옥외에 설치한 석등은 운치를 더하고 있는데 3미터 높이로 기성품 하수도용 맨홀을 가지고 제작한 것이다. 여기에 이곳저곳 보기 좋게 구멍을 내고 철 구조물을 걸어서 앉아서 오손도손 얘기할 수 있게 만들었다. 내부에도 조명등을 설치해서 밤에는 빛이 구멍들을 통해서 새어 나올 수 있게 시도했다.

한호재는 본채와 별채로 구성된 전원주택이다. 대지의 서측면과 전면부는 개울에 감싸여 있으며 전반적으로 평평한 형태를 하고 있다.
이 주택의 공간구성은 한국의 전통주거공간인 독락당과 같이 평평한 대지에 담을 형성시키고, 그 내부에 ㄷ자 또는 ㅁ자형을 불균등하게 배치시킴으로써 여러 부분의 공간이 독특한 성격을 갖는다.

이렇듯 본채는 T자형, 별채는 ㄱ자형의 형상을 하고서 전체대지를 분할하고 있다. 전체 대지에 걸쳐 펼쳐진 주택은 커다란 두 개의 독립적인 쌍둥이 지붕들에 의해 공중에서 하나로 묶여진다.

이 두 개의 지붕들은 본채와 별채의 여러 외부 공간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오버랩되면서 별채측의 진입부에서 본채측의 현관에 이르기까지 공간적 위계질서를 형성시켜준다.

방문자는 여러 번의 동선상의 꺽임을 통해 본채의 현관에 진입하게 되며 결국은 두 지붕에 의해 형성된 공간을 충분히 음미한 뒤에야 본채에 도달할 수 있다.

이 집의 외장재는 콘크리트 블록이다. 이는 초기에 건축주가 요구한 평당 2백50만원의 시공비를 유지시키려는 목적에서 선정된 것이지만 설계단계에서는 콘크리트 블록의 경제성을 넘어 건축적 가능성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결국 U자형 블록 또는 구조용 일공 블록에 대해 기능적 미적 사용이 검토되었고 실제로 사용되었다.

높이 6.5m의 두 개의 지붕은 철골구조로 전면부는 철판 접기에 의한 현대적 대형발이 설치되었다. 창 앞의 방범철창은 모두 움직이는 구조로 되어 있으며 안쪽과 연결되어 독특한 외관을 형성한다.

옥외에는 기성품인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맨홀과 하수관으로 제작된 석등, 옥외 벤치가 설치되어 있다. 콘크리트 블록으로 집을 짓는다는 것이 설계 진행 중에 가장 큰 포인트가 된 것이다.

그러나 건축주는 주요 외장재로써 콘크리트 블록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놀라움과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콘크리트 블록집은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70년대 에는 생산도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슬부슬한 블록 위에 언제 삭아내려 앉을지 모르게 보이는 얇은 인조 슬레이트 지붕을 올려서 지은 집들만 보아온 집주인으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을지 모른다.

사실 콘크리트 블록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천시 받아온 건축재료다. 이제는 기껏해야 막 쌓는 담장이나 우사 정도를 지을 때 외에는 거의 블록을 사용하는 일이 없다.

이 집엔 U자형 블록이 사용됐는데 블록을 쌓는 방법을 완전히 달리해 외장형 블록이란 새로운 시도를 적용했다. 이렇게 쌓은 벽이나 담장은 U자형의 깊은 요철에 의해 강한 음영이 만들어져 매우 특이한 느낌을 준다.



또 블록 제조공정에서 소량의 색소를 첨가한 유색 블록도 사용했다. 이 유색블록을 실내와 실외에 일반 블록과 같이 층층이 번갈아 쌓아서 일반 블록만으로는 단조로워지기 쉬운 분위기를 다채롭게 꾸밀 수 있었다.
이 주택에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값싼 기성품의 콘크리트 제품들이 블록과 같은 차원에서 사용되었다. 건물 진입 부분의 바닥 페이빙은 흔히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보도와 차도 분리용 경계석을 여러 개씩 묶어서 깔았다.

옥외에 설치돼 운치 있게 보이는 3미터 높이의 큰 석등은 기성품 하수도용 맨홀을 가지고 제작한 것이다. 여기에 이곳저곳 보기 좋게 구멍을 내고 철 구조물을 걸어서 앉을 수도 있게 만들었고 내부에는 조명등을 설치해서 밤에는 빛이 구멍들을 통해서 새어 나올 수 있다.

그리고 옥외에 설치한 벤치들은 각진 하수관을 이용해 제작했다. 건물이 준공되던 날 방문한 많은 사람들중에는 자기가 걸터앉아 있는 벤치가 하수관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건축을 이해하면 이해할수록 더욱더 절실히 깨닫게 되는 것이 어떤 재료든 모두 각기 제 나름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는 게 건축가들의 공통적인 얘기다. 결국은 어떤 재료가 다른 재료보다 더 낮다거나 못하다는 생각은 맹목적인 선입견일 뿐이라는 것이다.

건축가에게 ‘금’과 ‘돌’은 모두 신이 건축가에게 똑같은 무게의 가치로 내려준 은총들이며 이들은 각기 음미하고 건축주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서 특별히 어느 한 은총을 선택하는 것이 신에 대한 임무이기 때문이다.

건축가는 결코 그것이 ‘돌’이어서 ‘금’보다 못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고 투덜거려서는 안될 것이다.田

■ 글 진선영/사진제공 토마건축

■ 건축정보


위치: 용인시 양지면 식금리
부지면적: 대지3 백평, 건축 97평
건축형태: 철근 콘크리트조
외벽마감: 콘크리트 블럭
내부마감: 석고보드위 백색 라카
지방마감: 콘크리트 슬라브 위 도막방수
건축비: 평당 2백50만원

■ 설계: 토마건축(02-782-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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