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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친환경 재료인 황토와 통나무만으로 우리가 살 집을 직접 지으셨어요. 하지만 짓는 동안 많은 사람이 오가며 편하게 구경하도록 개방해 줄 수 없겠냐고 하셔서 결국 찻집이 됐지만요."
송림다원 경영 및 홍보를 담당하는 큰딸 김소영(23세) 씨의 소개를 듣고 소박한 황토집을 예상했던 기자의 판단은 오산이었다. 6600㎡(2000평) 가량의 넓은 부지에 모여 있는 황토 집들은 상당한 규모와 완성도를 자랑한다. 애초에 살림집으로 계획했던 황토집은 현재 송림다원으로 십전대보탕, 천마탕, 솔차 등과 같은 전통차를 마시는 카페로 사용되고 있다. 카페를 만드니 식사를 원하는 손님이 많아져 송림 가든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쉬어갈 수 있는 작은 방도 마련했다. 그러다 보니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가족 구성원이 함께 꾸려가는 송림원의 설계 및 시공은 아버지인 장복민(49세) 씨가, 차와 음식은 어머니 김정합(49세)씨가, 경영은 두 딸이 담당하고 있다.

 

 

가족의 헌신으로 카페를 일구다

대문을 넘어 다소 가파른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니 송림다원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여 가꾼 흔적이 역력한 정원에는 소나무들이 소담스럽게 심어져 있다. 내부에 들어서니 황토와 소나무 향이 차향과 어우러져 훈훈하게 공간을 채우고 있다. 198㎡(60평) 남짓한 공간에는 나무 기둥 외에 시야를 막는 것이 없어 시원스럽게 전망된다. 좌측으로는 주방이 자리하고 나머지는 모두 좌식으로 구성돼 있다. 살림집을 생각하고 만든 곳이기에 카페보다는 이웃집에 온 듯 편안한 느낌이 강하게 풍긴다.
당초 계획과 달리 카페로 목적을 전환한 것은 부지의 특성과 세월때문이었다. 카페지기 장복민 씨는 30세였던 1989년 젊은 시절 전 재산을 부지를 매입하는 데 투자했다. 그 후로 10년에 걸쳐 필요한 자재를 틈틈이 수집하며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려나갔다. 가장 오염되지 않은 곳이라 생각해 산 정상 가까운 곳을 선택했으나 외부와 단절되기 쉬운 단점이 있었다.
"고생이 말도 못했지요. 푹 파인 대지에 눈이라도 오면 아무 곳에도 갈 수 없었거든요. 아내 덕이 컸어요. 딸아이들이 졸업할 때까지 아침이면 거르지 않고 등교시켰지요. 딸아이들도 기꺼이 고생에 동참해주었고요."
구입한 나무들을 건조시키고 필요한 자재들이 어느 정도 갖춰지자 장 씨는 직접 집 짓는 일에 뛰어들었다. 내 마음 같이 지어줄 사람이 어디 있겠나 싶은 생각에서였다. 집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4년 전으로 황토와 통나무만을 사용해 지금의 송림다원을 만들었다. 그러자 2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집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것을 권유했다. 이웃도 거의 없는 외지인 점에 마음이 적잖게 쓰이던 차였다. 아내가 평소 즐기던 차를 주 상품으로 기획하고 2006년 송림다원을 오픈했다. 처음에는 카페지기 내외의 지인들 모임터로 활용하다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차츰 단골이 생겼다.

 

 

다른 카페와는 달리 지기가 손수 지은 탓에 손님들의 궁금 사항도 건물에 관한 것들이 많다.
대번에'얼마나 들었어요?'라고 묻는 사람부터 자신의 집을 지어달라는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이야기를 하다 흥이 나면 즉석에서 장구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있단다.
"우리 집에는 여유 있는 분들이 많이 오시는 것 같아요. 카페에 오셔서 눕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나요? 하지만 이곳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에요."
송림원의 매력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친근감 혹은 친밀함이다. 너른 찻상에서 차를 마시고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해가 뉘엿뉘엿 저문다. 황토가 주는 예스러움과 편안한 느낌 덕분에 우연히 지나가다 들린 손님들은 다음에는 부모님과 함께 가족 단위로 방문한다.
실내 곳곳에는 장복민 씨가 취미로 모아온 낡은 카메라, 먼지가 수북하게 쌓인 놋그릇, 약장 등 골동품들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별로 비싼 것들이 아니에요. 100~200원하는 것도 있는 걸요. 그저 내 눈에 좋은 것이 보이면 구입했는데 손님들이 더욱 좋아해요. 카메라 같은 경우 손님들이 사용법을 아는 경우가 오히려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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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 자유인으로 살겠다는 소망을 품고 오랜 세월을 거쳐 전원카페의 주인이 된 장복민씨는 카페에 대한 판단은 손님의 몫으로 남긴다.
"자연을 오염시키지 않는 최소한의 모습으로 살고자 노력했어요. 가족의 희생과 헌신이 없었더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내가 한 일이 옳은지에 대한 판단은 손님들과 후손에게 물을 따름이지요. 그저 지금처럼 편안하고 여유 있는 모습이 변치 않았으면 하는 바람뿐이에요."

 

 

 

 

- 서상신 기자 사진 홍정기 기자 취재협조 송림원 031-835-8813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 백석리 3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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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한 사람 이야기가 있는 곳 송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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