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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전원생활을 꿈꾼다. 노후에는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여유롭게 보내고 싶다고들 한다. 그리고 덤으로 조그마한 카페를 열고 소일거리를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한다. 여기 전원생활 희망자들의 이상향이 있다. 독특한 콘셉트로 산 정상에서 10년 넘게 전원카페 비루개를 운영하고 있는 정연호(56세) 오정임(52세) 부부의 노하우를 들어본다.



"많은 사람들이 전원생활을 희망하지만 실상은 다른 경우가 많아요. 고생스럽게 집을 짓고 나자 부쩍 심심해지는 거죠. 농사에 재미를 못 붙이거나 주변에 말 한마디 거들 상대가 좀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상상했던 것과 달리 감옥에 있다 느끼는 경우도 더러 봤어요."
정연호 오정임 부부가 남양주시 별내면 산골짜기에 카페를 오픈한 것은 1996년으로 벌써 10년을 훌쩍 넘겼다. 그 당시 비루개의 모습은 지금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현재 카페가 산뜻하고 세련된 느낌이라면 이전에는 투박한 통나무로 만들진 데다 숲에 싸여 예스러움과 함께 별장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카페를 시작하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시는 분들이 경치는 물론이고 가정집 같은 분위기가 좋다고 하셔서 시작하게 됐는데 덕분에 사람들과 연결고리가 생겼지요. 여기는 산꼭대기 외지라 사람 만나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별과 가장 가까운 곳, 비루개

카페지기의 말처럼 비루개는 약 2㎞에 달하는 다소 가파른 숲길을 거쳐야 만날 수 있다. 게다가 구불구불하고 완만하지 않아 초행길이라면 '이 곳이 맞나?'하는 의심이 생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언덕 정상에 이르니 무수한 산봉우리가 앞 다퉈 겹쳐 보이는 탁 트인 전망이 이곳이 범상치 않은 곳임을 알린다.
카페 이름은 마을 이름에서 연유한다. 산 정상 즈음에 자리한 마을은 별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고개라는 뜻에서 별의 고개에서 벼루개, 비루개로 전해왔다. 마을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카페는 산과 어깨를 같이 하고 해와 별의 축복을 가장 듬뿍 받는 곳에 있는 셈이다.
평소 꽃과 나무를 좋아하는 오정임 씨는 카페를 에워싸는 '아까운'땅을 그냥 버려두지 않았다. 틈틈이 그리고 부지런히 카페 내 · 외부를 허브 동산으로 가꾸었다. 취미가 깊어지니 사심私心이 생겼고 그것이 지금의 식물원을 만들게 된 동기가 되었다고. 부부는 2005년 5월 통나무 카페를 청산하고 유리온실을 만든 후 2층에 카페를 열었다. 주변 허브와 야생화들을 더욱 규모 있고 계획적으로 가꾸고 싶었던 것이다.
"사람에게 유익한 일을 하고 싶었어요. 우리 부부만이 아니라 여기 오는 모든 사람이 식물의 기운을 받을 수 있도록 말이죠. 몸과 마음에 모두 이로운 곳이 식물원이라는 생각에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카페는 현재 두 동의 유리온실과 식당으로 운영되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팔각형의 유리 온실은 두 개의 동과 연결 통로로 구성돼 멀리서 보면 다각형 모양이 한눈에 시선을 잡아끈다.
큼직한 유리 온실 속으로 들어서니 온통 허브와 야생화 꽃 천지다. 향긋한 허브 향기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2층은 온실 가장자리를 에둘러 마루를 깔고 카페를 만들었는데 1층 식물원 전경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탁월한 전망을 갖는다.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리니 카페를 둘러싼 산세가 눈에 들어온다. 어디를 보아도 산과 꽃 세상, 말 그대로 자연 속에 폭 안겨 있는 형국이다. 테이블은 창을 향하거나 중앙을 향해 설치돼 있고 사이 공간이 넓어 쾌적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온실은 전체적으로 22㎜ 복층 유리를 사용하고 두 동을 연결시키는 가운데 통로 부분에 심야 보일러를 놓았다. 환기는 중앙 환풍기와 8개의 뻐꾸기 창을 사용한다.
"이 카페의 장점은 자연스러움이죠. 겉보기에 화려한 것은 순간적으로는 그럴 듯해 보이지만 금방 식상하기 마련이에요. 자연이 주는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죠. 손님들도 카페 안팎에 자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그 어느 곳보다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카페를 처음 오픈한 1990년대 후반만 해도 연인 위주의 손님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가족 단위의 손님이 많다고 한다. 가족과 함께 좋은 곳을 보러 오고 두 번째로 연인을 데려온다는 것이다. 정 씨 역시 이러한 흐름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족과 연인과 좋은 것을 함께 보고 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노라면 카페지기에게도 그 정이 훈훈하게 밀려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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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외관으로 매체의 주목을 받은 경험도 적지 않은 비루개. 카페지기 부부가 말하는 앞으로의 비루개 모습은 어떠할까.
"집을 크게 지으려던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아이디어가 생겼고 이렇게 규모가 켜져 버렸죠. 지금까지 하드웨어를 완성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에 시간을 투자할 생각이에요. 외관이 더 빛나도록 현 상태를 더욱 아기자기하고 정성스럽게 가꾸려고요."
카페를 나서며 생각했다. 다음에는 해질 무렵 오겠노라고. 해가 머무르는 동안은 빛 가득 머금은 산 아래를 굽어보고 밤이 깊어지면 불빛조차 희미한 산 정상에서 별빛을 충만한 허브 꽃 천지를 보고 싶기 때문이다.







비루개
주소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용암리 227
TEL. 031-841-7612


서상신 기자 사진 홍정기 기자 취재협조 비루개 031-841-7612 http://birug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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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트인 전망, 향긋한 허브, 감미로운 차… 오감만족, 비루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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