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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집


살림집으로 더욱 빛나는 

평택 165.7㎡(50.1평)복층 목구조 황토집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평택시 청북면 고잔리
·대지면적 : 654.0㎡(197.8평)
·건축면적 : 165.7㎡(50.1평)
·건축형태 : 복층 한옥형 목구조 황토집(맞배지붕)
·지  붕  재 : 평판 기와
·외  벽  재 : 치장벽돌, 황토벽돌
·천  장  재 : 루버, 벽지(고미서까래, 경사 천장)
·내  벽  재 : 황토 모르타르, 한지 벽지
·바  닥  재 : 온돌마루(클릭형), 한지 장판
·창  호  재 : 우드 새시, 수공 문살 창문, 목문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 기름보일러 겸용
·식수공급 : 지하수
·설계 및 시공 : ㈜행인흙건축 031-338-0983       

                                                      www.hangin.co.kr

 

전원주택 하면 도시인이 전원생활을 누리고자 시골에 땅을 마련하여 지은 집만을 생각한다. 때문에 전원생활자들 대부분은 도시적 삶과 취향을 그대로 둔 채 이웃의 간섭(?) 없는 전원이라는 자연 환경의 혜택만을 바란다. 생활과 삶을 담는 그야말로 살림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통사람이 보기에 농촌주택보다 전원주택에 가까우면서 일터와 생활을 공유하는 살림집도 드물게 존재한다. 경기도 평택시 청북면 고잔리 금형농장(돈사豚舍) 안에 들어선 이계운(57세)·지영자(57세) 부부의 살림집이 그러하다. 특히 한옥 목구조 방식의 우리네 살림집이면서 알프스산 어느 농장에서 본 듯한 반비례 경사 기와지붕의 육중함과 권위를 환하고 밝게 변화시켰다는 느낌이다. 한옥 목구조 황토집의 본성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현대적이고 실용적인 살림집을 만나 보자. 

이계운·지영자 부부는 이곳 평택이 고향이다. 아버지가 살던 집을 물려받아 살았으나, 그 집이 낡아 7∼8년 전부터 새로 짓고자 했다. 남편은 젊을 때 미장일을 한 경험을 살려 20년 넘게 돈사와 집을 수리하는 등 거의 모든 일을 아내와 함께했고 집도 손수 지으려고 했다. 본지本誌를 정기 구독하고, 시간이 나는 대로 본지에 실린 집들을 이곳저곳 구경 삼아 찾아다녔다. 마음에 드는 집은 행인흙건축㈜에서 지은 집들이었다. 특히 행인흙건축 이동일 사장하고 오랜 시간 가까이 지내는 사이였기에 집을 지을 때는 이 사장에게 조언을 받을 생각이었다.
부부는 건축허가 문제를 해결하고 경량철골조에 황토벽돌을 쌓는 건축 설계를 확정했다. 이 사장에게 조언을 구하여 철골조 시공업체에게 견적을 받으러 갔는데, 그곳에서 시공해 달라면 그렇게 해 드리겠지만 철골조는 수명이 15∼20년밖에 안 돼요. 나무로 짓는 한옥 목구조는 기본이 100년이에요하더란다. 아차 싶었던 부부는 고민 고민하다가 빚을 얻어서라도 제대로 된 집을 짓자고 결론을 내렸다. 평생 소원하던 집인데 이번에 지으면 언제 다시 지을까 싶어, 그 길로 행인흙건축을 찾았다.

 

아내의 살림 지혜를 고스란히 담아
농장 안에 부모 선산이 있기에 형제들이 명절 때마다 모이고, 출가한 두 딸이 근처에 살면서 수시로 드나드는 집이다. 손자들을 좋아하는 부부는 딸들이 언제든지 와서 머물다 가는 공간을 두고 싶어했다. 또한 남편의 선후배들이 격의 없이 찾아오는 마을 사랑방 같은 공간도 필요했기에 집이 커졌다.
1층에는 부부 방(안방과 침실)과 공동 방으로 구들방을 하나 드렸다. 거실을 넓게 하고 주방은 작게 하되 그 옆 다용도실을 보조주방으로 넓게 하여 가전제품과 수납을 한 쪽으로 몰았다. 2층은 두 딸을 위한 각각의 방을 드리고 화장실과 간이 거실을 배치했다. 거실 경사 천장과 접한 주방 및 구들방 위에 다락과 수납 공간을 두었는데, 이 공간이 2층 거실 역할을 톡톡히 한다. 모든 방과 계단 아래 등 곳곳에 붙박이장과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안방에 딸린 화장실은 농장 일을 마친 후 씻고 들어오면서 작업복을 갈아입는 공간이기도 하다. 한편 손님을 수없이 치르기에 김치와 고기(농장에서 생산한 돼지고기)를 저장할 저장소-13.2㎡(4.0평) 가까운 냉장창고-를 다용도실 뒤에 두고 집 앞에 원두막을 만들었다.
 


 

부부의 생각이 담긴 허가 도면을 행인흙건축에서 한옥 목구조 방식의 시공 도면으로 다시 설계했다. 난방 문제와 1층 거실의 오량천장 등의 특징을 고집하던 시공사가 반비례 경사지붕 형태로 1층 거실을 오픈하는 새로운 유형에 도전한 것이다.

 

현대 한옥의 진화
행인흙건축 이동일 사장은 그동안 지어온 현대 한옥 유형과 다른 이 집의 설계를 보고 처음엔 난감했다고 한다. 일반 한옥 목구조 뼈대 방식과 지붕 형태로는 이 집을 담아내기 어렵고, 특히 비가 들이치는 외벽 처리와 노출 거실 경사 천장의 마감 문제를 고민했다. 그렇다고 부부가 구상한 집의 형상이 너무나 분명하여 일반 한옥 목구조 방식을 권하기도 어려웠다. 고민은 그동안 집을 지으면서 축적한 시공 기술력과 감각적 판단이 더해져 새로운 유형의 집으로 만들어졌다.
1층 위의 일부가 2층이라 1층 거실을 노출 경사 천장으로 만들기에는 경사도가 너무 심하고 집의 모양도 방갈로 형태가 되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1층 경사면에 3자의 작은 기둥을 세우고 그 중간에 6자 기둥을 보완하는 식으로 경사도를 완만히 조정하면서 거실 내부 경사 천장은 한옥 고미서까래 천장 형태로 보완했다. 경사 천장의 길이가 길어 경사면에 루버만으로 마감하려던 계획을 바꾸어 18자와 6자의 사각 고미서까래를 걸고, 그 위에 루버로 마감함으로써 단조로움을 피하며 서구식 경량 목조주택의 경사 천장과 색다른 맛을 찾아낸 것이다.
1층 뒤 주방과 구들방 위는 당초 다락이었으나 경사면이 심한 곳만 미닫이문을 달아 수납장으로 꾸미고, 나머지 공간은 루버 경사 천장으로 마감한 훌륭한 차실茶室과 사랑방으로 바뀌었다. 부부가 가장 맘에 들어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무한한 신뢰가 빚은 집
이동일 사장은 가까운 사람의 집을 짓는 일은 더욱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건축은 돈과 결합되기에 좋은 관계가 그로 인해 상처받을까 우려한 때문이다. 집이 지어진 지금은 어떨까. 100% 만족스러운 집이 있을까. 그런데도 아내는 200% 만족스럽다고 한다. 여기에 대한 이 사장의 설명이다.
이 집은 두 내외의 무한한 신뢰가 만들어낸 집이에요. 모두 일하는 분들이기에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지극했어요. 농장과 집안에 어려운 일이 있었지만 늘 낙천적으로 이겨냈고요. 그 마음이 나나 일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전해져 한 마음이 된 거지요. 좋게 보면 다 좋은 것이고, 뭐 하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 나쁘게 보이는 것이 세상일이잖아요. 내가 늘 하는 말인데요, 집은 건축주와 시공사, 현장 일꾼의 3박자가 모두 갖춰져야 해요.
이 집은 행인흙건축이 49번째로 지은 집이다. 이 사장은 이 집에 전통 의례인 49제의 의미를 부여한다. 탈상의 의미다. 그간 현대 한옥, 현대 황토집 짓기의 지난한 과정을 마치고 새롭게 도약하는 꿈을 꾸는 것이다. 그러한 집이 진정한 살림집이었기에 그 의미는 더욱 크다 하겠다.
 

*
이 집은 2008년 8월 말 착공하여 12월 초에 완공했다. 건축 공사 기간은 현장에서만 꼭 3개월이 걸렸다. 기존 주택을 철거하고 컨테이너 임시 시설에서 생활하던 부부가 한겨울이 되기 전 새 집으로 이사한 것도 시공사에 감사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집을 지으며 완공이 늦어져 속을 끓이는 경우를 종종 보아온 터라 약속한 기일에 맞추어 주변 정리와 조경공사까지 마친 것 또한 기쁨이란다. 새 봄이 오는 길목, 농장이 한 눈에 보이는 살림집에서 환하게 피어나는 부부의 미소가 아름답다.田 

 

 


글 사진 홍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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