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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에서 만난 사람


꽃을 그리는 동양화가 김선자

"예술 향기 그윽한 동검도로 놀러와 봐요"


꽃을 좋아해요. 꽃은 누구나 좋아하고 거부감이 없는 소재예요. 대중적이면서 아름답지요. 꽃을 사랑하는 동양화가 김선자 씨에게 전원은 진작 만났어야 할 동반자다. 예술과 생활이 동떨어지지 않고 예술이 곧 일상이 되는 세상을 꿈꾸는 그에게 전원에서 꾸민 갤러리와 펜션은 그러한 이데아의 실천이다. 강화도 남단에서 질퍽한 개펄 넘실대는 제방도로를 지나 다다른 아담한 섬 동검도에서 그녀와 '씨앤갤러리'를 관리하는 그녀의 남편을 만났다.

글 박지혜 기자 사진 서상신 기자 취재협조 씨앤갤러리 032-937-0416 www.sngpension.com

 

아침이면 어김없이 뭍으로 오르는 태양이 화두를 던져주고 심장을 덥힌다. 창밖으로 펼쳐진 장대한 바다는 머릿속을 시원하게 비워주고 멀리 남에서 불어오는 쾌활한 바람이 화가의 손을 어루만진다. 마당에 아무렇게나 피어난 한 떨기 야생화는 어느새 화가의 도화지에서 놀고 있다.

 
동양화가 김선자(52) 씨의 동검도 전원생활은 그림의 소재로 풍족하다. 수원 아파트 생활에 비하면 더할 나위 없다. 그동안 상상 속에 갇혀 있던 온갖 자연물과 풍광이 문만 열면 지천에 널려 있고 그대로 화폭에 담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겠는가.

 

"아파트에 살 때는 작업실이 따로 있어 다니는 데 시간이 낭비되고  도시에 있다 보니 자연 소재들도 사진 같은 이미지나 상상을 통해 얻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곳은 봄부터 가을까지 화단이 아주 아름다워요. 바로 내 정원에서 소재를 얻을 수 있으니 좋아요. 게다가 작업실도 집에 딸려 있어 예전처럼 시간 낭비할 이유가 없죠."

 

집이 바로 갤러리
예술품으로 그득한 그의 전원주택은 마치 집 전체가 갤러리 같아 혼자 보기에는 아까울 정도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작업에 몰두해야 하는 화가에게는 좀 성가신 일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대중에게는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안 그래도 이곳은 '씨앤갤러리(Sea & Gallery)'라는 명칭으로 아트 갤러리와 펜션도 겸하고 있다. 방 네 칸을 손님방으로, 1층 공간은 아트 갤러리 겸 도자 체험 공방으로 꾸몄다. 그녀의 솜씨가 곧 펜션의 테마가 됐다.


아트 갤러리에는 그의 회화 작품과 도예품이 전시돼 있고 그릇이나 머그와 같은 생활자기를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그는 꽃을 그리는 화가임을 아트 갤러리에 들어서자마자 알아챌 수 있다. 또 여인과 꽃을 그린 천경자(서양화가, 1924년~) 화백을 존경하는 후배 화가답게 꽃과 여인을 그린 회화 작품도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컬렉션으로 영광스런 자리에 올랐던 작품도 임기를 마치고 한 벽면을 묵직하게 차지하고 있다. 전통미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이 작품은 우리나라의 고전미를 쉽게 표현하는 특징을 지녀 외국인 방문객의 출입이 잦은 청와대 분위기에 적격이었을 듯하다.

 
그가 만든 생활자기들 역시 꽃으로 만발하다. 그의 회화 작품과 연결선상의 이미지다. 예전에는 남의 가마를 빌려 써야 했기에 불편했는데 여기서는 가마도 갖추게 돼 도자 작업도 마음대로 한다. 그렇기에 요즘엔 도자를 등장시킨 회화작품도 보인다.

그가 추구하는 예술 세계는 예술이 일상 속으로 들어오는 것. 그래서일까. 펜션 손님들은 간혹 그의 도자 작품을 그들의 생활 속으로 데리고 간다. 각 방마다 기성품 대신 그가 만든 잔을 비치해 놓았는데 문득 보면 하나씩 없어질 때도 있었다. 자신이 만든 작품이 예쁨 받는 건 분명 기분 좋은 일이지만 어째 가슴 한 곳이 허전해 온다. 그래도 아량 있는 화가는 '말이라도 하고 가져 가지…' 할 뿐이다.


동검도의 매력을 아십니까

김선자 씨의 전원생활은 남편 안병길(57) 씨의 은퇴가 계기였다. 안 씨는 2006년 초 27년간 근무하던 삼성전자를 퇴사하면서 3~4년 전부터 계획해 온 전원생활을 현실에 옮기기 시작했다. 부부는 수구초심首丘初心이란 말처럼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흙 밟으며 살고 싶다는 갈증이 생겨 전원행을 택했다는데 마땅한 부지를 찾기 위해 수도권을 다 돌아다녀 봐도 동검도만한 데가 없었다고. 김포시와 강화도를 잇는 초지대교에서 7km 떨어진 이곳은 초지대교와 같은 길상면 소재지로 도시와 멀지 않은 거리에 있으면서도 마치 깊은 산골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그만큼 때가 묻지 않은 청정 자연환경을 유지하며 한갓진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전원에서도 경제적인 기반을 갖춰야 하고 이모작 삼모작 해야 하는 시대이므로 자연히 펜션을 생각하게 됐어요. 지금은 방 네 개가 손님방인데 아내 작업실이 부족해 앞으로 방 한 칸은 작업실로 쓸 계획이에요. 아내의 작품 수가 늘어나면 앞으로 갤러리 규모를 더 키워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전원에 와서 펜션지기이자 화가의 매니저이자 집안일과 정원일 등 힘든 일을 도맡아 막일꾼이 다 된 남편은 그래도 다시 화이트칼라가 되라면 못한다. 아내의 작품이 하나 둘 더해짐에 따라 자연과 예술로 윤택해지는 전원생활에 폭 빠졌기 때문이다.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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