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이슬 한 방울에 얼굴을 씻고 따스한 햇살 속에서 피어나는 3월의 야생화는 잠들어 있던 대지를 깨우고 삭막한 하늘에 새로운 봄을 그려낸다. 때로는 수줍게 때로는 소박하게 피어나는 봄 야생화의 세계로 떠나자.
글 서상신 기자 사진제공 에코포리스트 033-433-2866 www.ecoforest.co.kr
늦겨울 너도바람꽃이 시들해질 무렵
꿩의바람꽃으로 불린다. 그 누구보다 봄을 기다린 이가 있었으니 귀하고도 귀한 꽃, 얼레지. 씨앗에서 새싹이 올라오는 데 5년이라는 세월을 수고하지만 겸손하게 그리고 수줍게 땅을 향해 꽃잎을 벌린다. 장난기 어린 모데미풀은 습한 곳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정겨운 소리를 낸다.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피는 모데미풀은 앙증맞은 모습이 그 곁에 오래도록 머무르게 하는 매력을 지녔다. 이른 봄 아직 누렇게 누워있는 풀잎 사이에서 조용하게 피어나는 할미꽃은 볕을 듬뿍 담은 하얀 머리채로 봄 향기를 온 세상에 전파한다.
숲에서는 또 다른 순백색의 바람꽃이 피어난다.
어린 시절 분홍빛을 살짝 머금고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인 채 숨죽이다가
완연한 봄날, 빛 가운데 만개한다.
길고 날렵한 꽃잎이 가지런하고
피어난 모습이 장끼가 길고 화려한 꽁지깃을 펼친 것과 같다 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