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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은 전원주택

건강을 위해 마련한 자연공간 '필주 수목원'

통도사로 유명한 경남 양산시 하북면 영취산. 그 한 자락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는 이 수목원은 현대문명이 나은 최악의 질병, ‘암’과의 싸움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필주(筆洲)수목원의 주인, 이대현씨는 부산에서 제법 규모가 있는 방위산업체를 운영하던 사업가였다. 그런데 얼마전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맑은 공기가 있는 자연에서 요양할 생각으로 이곳 영취산 자락으로 찾아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집을 짓고 수목원을 꾸미며 자연인으로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인간이 질병에 걸리는 이유 중 하나는 자연을 거스르기 때문이다.
과학문명은 인간의 삶에 커다란 편리를 가져다주었지만, 이와 동시에 수많은 질병도 함께 선사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숱한 문명의 이기들은 그 편리함만큼이나 많은 자연을 훼손케 했으며, 또 맘놓고 물을 마시거나 큰 숨을 들이쉴 수 없을 만큼의 환경오염도 동반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파괴된 자연과 오염된 환경은 다시 인간에게 질병이라는 대가를 치르게 하고 있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 자연과 더불어서 만이 완벽한 존재가 될 수 있는 인간은 그 주어진 수명 모두를 영위하기 위해서는 자연 그대로의 맑은 환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때문에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결국 자신을 파괴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통도사로 유명한 경남 양산시 하북면 영취산. 그 한 자락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는 필주(筆洲)수목원은 현대문명이 나은 최악의 질병, ‘암’과의 싸움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수목원의 주인, 이대현씨는 부산에서 제법 규모가 있는 방위산업체를 운영하던 사업가였다. 그런 그가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이곳 영취산 자락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 것은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이다. 1977년 그는 처음 부산에 와 사업의 초석을 놓았다.

그리고 이 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업을 일구는데 자신의 모든 것을 받쳤다. 그러나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것 ’ 그렇게 일밖에 모르고 자신을 돌보기를 소홀히 했기에 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점차 쇠약해져 갔다.

그리고 지난 98년, 급기야 그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게 되는 그런 사건이 벌어졌다. 어느 정도 사업이 궤도에 올랐다는 판단을 한 그는 뒤늦게나마 몸을 조금이라도 돌볼 요량으로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청천벽력과 같은 일인가? ‘직장암’이라는 진단이 내려진 것이다. 너무도 절망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워낙에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던 그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암과 싸워 이기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맑은 공기와 자연이 있는 곳에서 전원생활을 하며 요양을 하기로 했고, 이곳 영취산 자락으로 찾아들어 자연과 더불어 삶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그가 이곳 영취산에 오기까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자연인으로 삶을 결심한 그가 처음 찾은 곳은 용인, 광주 등 내노라하는 전원주택지였다.

전원생활을 단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던 그였기에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그런 곳을 먼저 찾은 것이다. 그러나 이미 많은 주택들이 빽빽이 자리한 이들 지역은 그가 원하는 그런 완벽한 장소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는 용인 원삼면의 땅을 계약했다. 하루라도 빨리 터를 마련하고픈 조급한 마음이 앞섰던 것이다. 그런데 얼마 후, 평소 친분이 깊은 이로부터 ‘좋은 땅이 있으니 보러오라’는 제의를 다시 받게 됐다.

이미 땅을 계약한 후라서 조금은 망설였지만 ‘한번 구경 삼아 가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그는 그곳을 찾았다.

바로 영취산자락이다. 이미 전원환경이 많이 훼손되어버린 용인이나 광주같은 지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곳이었다.


또 제의 받은 땅 역시도 가지산국립공원내 부지 중에서도 가장 안쪽에 자리해 오염의 위협이 전혀 없고 자연경관 역시 너무도 수려한 그런 부지였다.
때문에 용인의 땅에 계약금을 지불하고도 못내 아쉬움이 남았던 그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계약금을 포기하고 이곳을 택했다.

그리고 소개받은 준농림 전 5백44평을 평당 35만원에 매입했다. 그런데 문득 그의 머리를 스치는 것이 이었다.

언젠가 이곳도 많은 이들이 몰려들어 용인이나 광주와 같이 변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는 주위의 환경이 훼손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다시 자신의 집을 둘러싸고 있는 땅들을 사들였는데, 그렇게 해서 매입한 땅이 임야 1천2백90평에 달한다.집은 자신이 직접 설계해 지었다.

제 2의 삶을 살아갈 공간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꾸미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건축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기에 세부적인 것은 한미목조주택에 의뢰해 공사를 했지만, 그래도 건축주는 언제나 현장에서 직접 집이 지어지는 과정을 꼼꼼히 챙겼다.

이렇게 해서 집은 2000년 4월에 공사에 들어가 같은 해 6월에 마무리 됐다. 집이 완공되니 남은 건 정원을 꾸미는 일이었다. 그런데 매입한 땅이 제법 많았기 때문에 그도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래 생각한 것이 아예 이곳을 수목원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어차피 전원생활에서 텃밭을 일구는 등의 소일거리가 필요한데 나무와 화초를 가꾸며 생활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 여긴 것이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필주수목원이다.

“맑은 공기와 물을 마시며 나무와 화초를 기르고 새 기분은 이미 암덩이를 몸밖으로 밀어낸 듯 합니다.” 건축주 이대현씨의 말이다.

지금 이씨는 암제거 수술을 받고 최종검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의 봄볕에 그을린 검붉은 얼굴의 환한 미소를 보면 그는 이미 암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듯 싶다.


■ 글·사진 김성용

미니 인터뷰▶한미목조주택건설 양승일 대표
“건축주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던 공사였습니다”
사실 처음 공사를 시작할 때는 조금 부담스러운 마음이 앞섰습니다. 건축에 대해 관심이 많은 건축주가 ‘이미 자신이 설계를 마친 후 공사를 의뢰한다’고 하고 또 심지어 ‘공사의 모든 과정을 직접 진두지휘를 하며 감리아닌 감리를 한다’고 하니 사실 시공하는 사람입장에서는 썩 달갑지 않은 일이거든요.

하지만 이것이 괜한 기우였다는 사실을 공사가 시작되면서 알게 됐습니다. 건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건축주는 자신의 의견만을 고집하지 않았습니다.

시공상 편의를 감안한 시공사의 말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아는 그런 건축주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수개월간 많은 공사현장을 다니며 목조주택시공을 공부한 건축주의 경험은 시공자입장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하는데 오히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집에서 건축주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주위의 자연환경과 잘 조화를 이루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도 이러한 건축주의 의도를 잘 인지하고 나름대로 성실히 공사에 임했는데,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고 저의 이러한 마음이 통했던지 공사하는 내내 건축주는 저를 크게 신임해 주었으며 또 공사가 끝나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매우 만족 해 주었습니다.
때문에 시공자 입장에서 너무도 뿌듯한 공사였습니다.



■ 건축정보


위치: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영취산 자락’
부지면적: 총 1천8백39평(준농림 전 5백44평, 임야 1천2백90평)
부지구입년도: 1999년 12월 ·부지구입가격: 평당 35만원(준농림 전)
건축형태: 2층 목조주택 ·건축면적: 60평(1층 40평, 2층 20평)
공사기간: 2000년 4월~5월(1 1/2 개월)
실내구조: 1층-방2, 거실, 주방, 화장실 2층-방1, 거실, 다락방, 욕실
골조: 2×4 목재 ·외벽마감: 베벨사이딩
내부마감: 석고보드 회벽처리 후 한지마감, 거실천장 - 노출서까래(연등천장) 루바마감
지붕마감: 아스팔트싱글 ·천장형태: 반자처리(석고보드)
1ㆍ2층 거실-하이실링(노출서까래)
단열재: 유리섬유(R-9, R-11, R-30)
바닥재: 온돌마루 ·창호재: 시스템창호
난방시설: 심야전기보일러, 기름보일러
식수공급: 지하수
건축비: 평당 2백70만원
■ 시공: 한미목조주택건설 051-506-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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