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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결심한 아들 위해 마련한
당진 126.1㎡(38.2평) 복층 목구조황토집

 

아들이 부모면 누구나 말하는 번듯한 직업을 가지길 원했다. 한평생을 땅과 함께해 온 아버지는 어릴 적 총명했던 아들이 의사나 검사가 돼 주길 남몰래 바랐다. 거주지인 경기도 시흥 아파트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충남 당진까지 오가는 길이 힘들지 않았던 것도 아들에 대한 기대가 컸음이리라. 그러나 이런 아버지 기대에서 벗어나 아들은 농사를 택했다. 아들은 결코 농부가 의사나 검사보다 못하다 생각지 않았다. 대를 이어 농사를 짓겠다는 아들에게 결국 아버지는 농지 16500㎡(5000평)를 사줬다. 여기에 더해 126.1㎡(38.2평) 복층 목구조 황토집을 지어 가족이 함께 생활하기로 했다. 건축주 안정근(53세) 씨와 아들 안창빈(23세) 씨 이야기다.

 

 

       

 

 

  

건축정보
·위    치 : 충남 당진군 석문면 교로리
ㆍ대지면적 : 1038.0㎡(314.5평)
ㆍ건축면적 : 126.1㎡(38.2평)
ㆍ건축형태 : 복층 목구조 황토집
ㆍ외 장 재 : 황토미장, 로그사이딩
ㆍ지 붕 재 : 오지기와
ㆍ바 닥 재 : 황토석, 강화마루
ㆍ내 장 재 : 황토미장, 홍송 루버, 한지
ㆍ천 장 재 : 미송, 홍송 루버
ㆍ난방형태 : 구들, 화목보일러, 석유보일러
ㆍ식      수 : 지하수
 ·설       계 : 이한건축사사무소
 ·시       공 :
초원황토주택 031-987-7322
                  
www.cwhouse.co.kr

 

 

 

 

집은 남서향을 바라본다. 풍수지리가 조언으로 남서향으로 틀어 앉히고 대신 대문과 현관은 진입로가 나 있는 남향으로 배치했다. 건축주 안정근 씨가 농사를 결심한 아들 창빈 씨를 위해 마련한 126.1㎡(38.2평) 복층 목구조 황토집이다(上). 1 가족이 기념 촬영에 나섰다. 2 해가 드는 정면으로 덱을 길게 뽑아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게 했다.

 

충남 당진군 교로리는 한적한 농촌 풍경을 그대로 담은 마을이다. 벼농사가 주를 이루고 원주민이 대부분인 이곳은 아직 전원풍경이 낯설기만 하다. 건축주 안정근(53세) 씨는 친구가 농사지을 좋은 땅이 있다며 구경 가자고 들른 김에 이곳 농지 7만여 평을 매입했다. 농부가 되기로 결심한 아들 대학 졸업에 맞춰 126.1㎡(38.2평) 복층 목구조 황토집을 올린 안정근 씨는 입주한 지 20일밖에 안됐지만 자고 나면 개운한 것이 아파트에 살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고 한다. 한편 부인 정미경(47세) 씨는 화색이 도는 등 얼굴이 좋아지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1 거실에 본 현관. 입구가 전체적으로 좁은 느낌이지만 거실 오른편으로 놓인 주방/식당 공간은 꽤나 크다. 집을틀어 앉히면서 자연스레 이런 효과를 얻었다. 2 남향으로 창을 낸 안방. 3 2층 아들방으로 안방과 유사한 분위기다.

 

풍수지리가에게 물어 향을 틀다


집은 인근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위치한다. 산이랄 것도 없는 작은 언덕 위에 위치하지만 주위에는 농지가 전부라 딱히 여기보다 높은 곳을 찾기 힘들다. 그래서 전망이 좋다. 앞뒤로 막아서는 것이 없고 시야에 논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진입로에서 샛길을 타고 오르면 대문이다. 대문과 나란하게 놓인 현관이 집 모양과 어긋나 보이는데 풍수지리가에게 물어 집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대지 생김새도 남향이 좋아 보여 원래는 정남향으로 계획된 곳이지만 풍수지리가는 남서향이 기운을 받기에 더 좋다고 조언했다. 그래서 집은 남서향으로 앉히되 대문과 현관은 진입로에 맞물려 남향으로 배치했다.

 

 

4 식탁 너머로 계단실이 보인다. 5 서까래와 보 등을 노출시켜 황토집 멋을 한껏 냈다. 6 아들이 사용하는 2층 거실.


현관 바로 오른편에 안방이 놓였고 짧은 복도를 따라 거실과 노모방이 자리한다. 거실과 노모방 맞은편이 비교적 큰 규모를 지닌 주방/식당이다. 이러한 향에 맞춘실 배치는 풍수적으로 훌륭한 효과를 내부에 가져다줬다. 바로 전착후관前窄後寬. 입구가 좁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넓어지는 구조인 것이다.
안방에 막힌 오른편 현관 복도를 거치면 또다시 주방 선이 밀고 나와 전체적으로 좁은 느낌의 거실이다. 주방/식당 공간은 상대적으로 넓기도 하지만 복층까지 터놓아 개방감이 훌륭하다. 이러한 개방감은 거실까지 이어져 입구에서 느껴지는 갑갑한 기운이 상실된다.
작은 거실과 방으로 구성된 2층은 아들이 사용하는 공간. 1층과 동일한 마감재를 적용하고 서까래와 보를 노출시킨 것도 그대로다.
건축주 안정근 씨는 집에 아주 만족한다고 했다. 특별히 어떻게 해달라고 주문한 것도 없고 시공 과정을 지켜보긴 했지만 시공사인 초원황토주택에다 전적으로 믿고 맡겼다. 그가 말하는이유는 간단했다." 믿는만큼 돌아오게 돼 있어요."

 

 

 7 2층 거실에서 내려 본 내부로 화사하면서도 자연 친화적 분위기가 전해진다.

 

 

농어민후계자 아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다


경기도 시흥에서 충남 당진까지는 차로 대략 1시간 정도 걸린다. 35년간 농사를 지어온 건축주는 7년 전 당진 땅을 사들이면서도 거주지는 시흥에 남겨뒀다. 아들 창빈(23세) 씨 교육 여건 때문이었다.
안정근 씨가 말했다. "솔직히 아들이 의사나 검사와 같은 남들이 볼 때 번듯한 직업을 가지길 원했죠. 제가 35년 넘게 농사를 지어왔지만 아들만큼은 농사가 아닌 다른 일을 했으면 했던 겁니다. 그런데 저렇게 좋다고 하니……."

 

 

1 교로리는 전원풍경이 낯설기만 한 한적한 농촌 풍경을 그대로 담고 있다. 작은 언덕배기에 들어섰지만 주위로 막아서는 것이 없으니 전망이 빼어나다. 2 굴뚝과 동그란창, 지붕선이 조화를 이뤄 황토집 멋을 발산한다. 3 집 배면으로 앉은 모양이 다소곳하다. 4 진입로에서 본 모습으로 굴곡을 이루는 길과 전봇대, 나무가 어우러진 전원 풍경이 멋지다.

 

"그래도 아버님이 하던 일을 물려받고 싶다는데 기특하지 않으세요?"라는 질문에," 어디 나라에서 우리같이 농사짓는 사람들을 대접이라도 해줍니까. 아니 대접까지는 바라지 않아요. 기운 빠지게만 하지 말아야죠"한다.
그의 말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 있었다. 요즘 들어 귀농 인구를 늘리겠다며 정부에서 여러 가지 지원책을 내놓고 실제 농촌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평생을 땅과 함께 해온 안정근 씨가 보기에"윗사람들 하는 일이"좀처럼 맘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농사가 그렇게 쉬운 일"도 아니며"특별한 사례를 가지고 누구나 되는 것처럼"부풀릴 것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이제 돈 없으면 농사도 못 짓는 세상"이라고까지 했다.

 

 

 

 

그래도 아들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아버지 기대를 저버리고 농대 진학을 결심했을 때 내심 실망도 했지만 한편으로는"나도 농사지으면서 잘 먹고 잘 살았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란다. 결국 지금 아버지 안정근 씨는 농어민후계자가 된 아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안정근 씨는 직접 경작하는 7만여 평 외에 아들을 위해 5천 평을 새로 매입하고 집도 지었다. 손님이 왔다는 아내 전화에 흙 묻은 장화를 털고 들어서는 너무도 닮아버린 부자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田 글 홍정기 기자 사진 서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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