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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 지은 한옥

수몰지역에서 옮겨 지은 35평 규모의 한옥

진천 백곡면 구수리에 지어진 이 한옥은 35평 규모의 ‘ㄱ’자 형태 ‘곱패집’으로 ‘이실집’이다. 이실집이란 다른 곳의 집을 해체해 그대로 옮겨지은 집을 뜻하는 말인데, 이 집은 용담댐 수몰지역인 전북 무안에서 옮겨온 것이다. 집은 옮겨지는 과정에서 형태나 규모에 있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형태에 있어서 ‘ㅡ’자에서 ‘ㄱ’자 형태의 곱패집으로 변화가 생겼고 또 칸이 넓어지고 지붕고가 조금 높여졌다. 때문에 대들보를 비롯 서까래, 기둥 등의 자재가 완벽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상황에 따라 조금씩 위치나 용도가 바뀌어 사용되었다.


집을 옮길 수 있음은 한옥이 가지는 또 하나의 커다란 장점이다. ‘집을 옮긴다.
사람만 이사하는 것이 아니라 집을 아예 통째로 옮긴다는 것’, 현대 건축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한치의 빈틈도 없이 치목하여 기둥과 도리, 보 등이 서로 맞물리므로 못을 사용치 않고도 수백 아니 수천 년을 견딜 수 있고, 또 필요하다면 그대로 해체해 다른 곳으로 옮겨 지을 수 있는 것이 한옥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요즘 한옥을 짓기란 그다지 쉽지가 않다.

무엇보다도 다른 양식의 집에 비해 손이 많이 가는 한옥은 그 공사기간이 길어 건축비가 만만찮다.

특히 기와집의 경우가 더욱 그러한데, 웬만한 금액으로는 엄두조차 내지를 못하는 것이 요즘 현실이다. 때문에 우리의 것을 추구하는 이들이 전원주택으로 한옥을 원하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결국 다른 형태의 집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진천 백곡면 구수리에 지어진 이 한옥은 35평 규모의 ‘ㄱ’자 형태 ‘곱패집’으로 ‘이실집’이다. 이실집이란 다른 곳의 집을 해체해 그대로 옮겨지은 집을 뜻하는 말인데, 이 집은 용담댐 수몰지역인 전북 무안에서 옮겨온 것이다.

건축주 김병섭씨는 우리 것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이였다. 때문에 그가 전원생활을 결심하고 새로운 생활을 위한 집을 선택해야 할 순간 그는 당연 한옥을 택했다.

그는 처음 진짜 제대로 된 한옥, 그것도 살아 있는 기맥의 장엄한 산세와 조화를 이루고 용마루, 내림마루, 귀마루의 곡선이 자연적인 현상에서 오는 현수곡선(顯垂曲線 : 실의 양쪽 끝을 고정하고 중간을 자유로이 늘어뜨렸을 때 실이 이루는 곡선)을 구사하는 기와집을 짓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이러한 마음을 알아주지 않았다. 이것저것 계산에서 나온 건축금액은 그가 감당하기에 버거운 것. 그래 결국 타협책으로 나온 것이 부분부분 형편에 따라 수정을 가하는 것이었고 또 자재비를 절감할 수 있는 이실집이었다.

이실집을 택한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그는 오래된 고목이 풍겨내는 옛 정취를 한껏 느끼고 싶었다. 조금은 바랜 기둥과 보들이 담아내는 세월에 흔적들, 그리고 삶의 지혜 그는 이러한 것들을 자신의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담아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 마땅한 집을 찾아 나섰고 무안 용담댐 수몰지역에서 마땅한 집을 발견했다.

그곳에서 그가 찾아낸 집은 조금 작은 5칸 규모의 ‘一’자 형태 기와집이다.

주위의 웅장한 산세를 담아내는 기와가 얹어진 모임지붕의 너무도 탐스런 한옥.

하지만 농가의 한옥이 대부분 그러하듯 이 집도 공간이 너무 적은 것이 흠이었다.

실내면적이 다소 협소해 이 집을 그대로 옮긴다면 그의 가족이 여유롭게 공간을 활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졌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옛집치고는 지붕고가 제법 높다는 것이었다.

집은 옮겨지는 과정에서 형태나 규모에 있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우선 형태에 있어서 ‘ㅡ’자에서 ‘ㄱ’자 형태의 곱패집으로 변화했고 또 규모에 있어서도 칸이 넓어지고 지붕고가 조금 높여졌다.

때문에 대들보를 비롯 서까래, 기둥 등의 자재가 완벽히 제자리를 찾지는 못했다. 상황에 따라 조금씩 위치나 용도가 바뀌어 사용된 것이다. 그리고 추가로 사용되어진 목재들은 시베리아 산 낙엽송이 이용됐다.

처음에는 국내산 육송을 사용하려 했으나. 그만한 크기의 목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취한 조치다. 벽체는 비용문제로 인해 황토벽돌이 아닌 일반 시멘트 블록이 사용되었는데, 이는 건축주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실내는 넓은 공간면적의 분할을 이뤄 다소 현대적인 분위기로 꾸며졌다. 하나의 공간으로 넓게 구획된 거실과 주방, 하이실링으로 시원스럽게 꾸며진 서재 겸 작업실, 좌변기와 욕조가 마련된 화장실 등으로 현대주택의 실내구성을 이루고 있다.

다만 하이실링으로 처리된 서재 겸 거실만이 노출된 고목의 기둥과 서까래들로 은은한 옛 정취를 풍기며, 한옥의 대청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렇게 옮겨진 이 집에 건축주 김병섭씨는 지난해 10월 입주했다.

이제 계절의 순환열차를 한바퀴 돌아온 그는 지금, 자신이 원하던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그런 집에서 마당을 쓸고 정원을 가꾸며 전원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다만 제대로 된 한옥, 옛 방식 그대로를 이 집에 담아내지 못함이 지금도 못내 아쉽다.田



■ 글·사진 김성용

■ 건축정보


위치: 충북 진천군 백곡면 구수리
부지면적: 대지 5백30평
부지구입년도: 1999년 11월
부지구입가격: 평당 16만원
건축형태: ‘ㄱ’ 자 형태의 한옥 ‘곱패집’
건축면적: 35평
공사기간: 2000년 6월~10월
실내구조: 방2, 거실, 식당 겸 주방, 서재, 화장실, 다용도실, 창고(광)
구조재: 소나무 육송(국산), 낙엽송(시베리아산)
벽체구조: 시멘트 블록
외벽마감: 유성페인트
내부마감: 한지(생산지: 전주)
지붕마감: 토기기와
바닥재: 온돌마루
창호재: LG 하이샷시
난방시설: 심야전기보일러
식수공급: 지하수, 공동우물
건축비: 평당 4백만원(토목공사 포함, 조경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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