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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에 별이 떨어지면 음악이 마을을 어루만진다. 아이 어른 할머니 할아버지 옹기종기 모여앉아 듣는 브람스의 자장가는 어느덧 마을 사람들의 노래가 되었다. 10~20년 전 도시에서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으로 이주한 주민들이 주축으로 결성한 문화모임 '서종사람들'은 문화에 목마른 농촌 마을에 예술문화의 씨 뿌리는 사람들로 통한다.

박지혜 기자 사진 서상신 기자 취재협조 문화모임 '서종사람들' 031-771-8855 http://cafe.daum.net/iloveseojong





전원주택 일번지라 불리는 양평. 그만큼 도시 이주민도 많고 '자유 영혼'을 지닌 예술인도 많이 산다. 그렇다고 예술 일번지라고 할까. 그런데 시골의 한 면사무소 건물에서 도시 극장에서도 듣기 어려운 체코의 프라하 브라스 앙상블이나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 주역 가수들의 연주가 들리는 것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양평군 서종면에 근거를 둔 문화모임 '서종사람들'이 벌인 판이다. 이들은 2000년 4월부터 매달 한 차례 토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음악회를 열었다. 무대는 초등학교 강당이나 야외 운동장, 풀밭이기도 했고, 형편이 점차 나아져 서종면사무소 2층을 공연장으로 개조해 쓰고 있다. 공연 이름은 '우리동네음악회'다.


다시 쏘아올린 '100+1번째'감동

기자가 방문한 우리동네음악회는 100회를 넘긴 관록이 있어서인지 준비 과정을 비롯해 프로그램 진행에 있어 모든 것이 순조롭게 그리고 평화롭게 이뤄졌다. 관객 역시 오후 7시 30분이면 자석처럼 무엇에 이끌려오듯 입장했다. 동네 아이들은 마치 지정석이라도 된 듯 맨 앞 의자 대신 바닥에 줄지어 앉아 오늘의 음악을 기다렸다. 150석 남짓한 객석은 어느새 꽉 찼다.
'세계 악기 여행'이라는 이날 주제에 걸맞게 무대에는 70여 종의 악기가 대기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우광혁 교수와 빛소리앙상블 6인조 밴드가 퍼포머다. 머리카락 희끗한 우 교수의 해학 넘치는 해설과 연주는 객석을 웃음과 감동의 도가니로 빠트렸다. 1시간 30분은 훌쩍 지나갔고,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준 우 교수의 얼굴은 상기됐고 우 교수의 퍼포먼스에 장단 맞추느라 관객들의 손바닥도 상기됐다.


 

"우리동네음악회 운영진은 횟수보다 내실을 기하며 지금까지 왔어요. 예술문화 소외지역인 농촌에, 특히 미래 세대를 이끌어갈 아이들에게 문화 혜택을 주겠다는 신념으로 시작했지요. 회가 거듭되자 매체를 통해 외부로 알려지면서 서종면 주민뿐 아니라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오는 공연이 되었지요."




관객 입장 때와 달리 후끈 달아오른 공연장은 우리동네음악회 101회 역사를 새로 기록했다. 어림잡아 1년에 10회, 10년을 달려온 셈이다. 흔히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이고 어린이가 성인이 되는 세월이다. 그 변화무쌍한 세월을 뚫고 농촌 마을에 예술문화의 꽃을 피우겠다는 서종사람들의 정신은 바람에 함부로 무너지지 않는 대나무처럼 한결같았다.




"우리 동네 자랑거리에요"

"우리동네음악회 운영진은 횟수보다 내실을 기하며 지금까지 왔어요. 예술문화 소외지역인 농촌에, 특히 미래 세대를 이끌어갈 아이들에게 문화혜택을 주겠다는 신념으로 시작했지요. 회가 거듭되자 매체를 통해 외부로 알려지면서 서종면 주민뿐 아니라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오는 공연이 되었지요."
심지어 전원생활을 꿈꾸다 우리동네음악회를 보고 아예 서종으로 이주한 경우도 있을 정도라고. 정연심(55세) 부회장은 예술의전당에서 25년간 근무하고 올해 퇴직한 이철순 고문을 비롯해 화가 민정기 회장과 이근명 부회장 등 모임에는 음악에 조예가 깊은 이들이 많아 연주자 섭외와 음악회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북한강변에 풀뿌리 문화를 일으키고자 8명의 발기인으로 시작한 서종사람들은 현재 전체 회원 300여 명, 후원 회원 70여 명으로 성장했다. 우리동네음악회를 두고 외부에서는 지역의 자랑거리자 여타 문화소외 지역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여긴다. 창립 부회장이었던 이철순(54세) 고문은 "초기에는 내실 있는 프로그램이 되고자 외부 홍보를 지양하고 자유로운 형식을 취하며 예술문화가 어린이와 학생들을 비롯 주민들에게 파고들 수 있도록 노력했다"면서 "양평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객석의 높은 관람 수준에 감동 받아 개런티 없이 연주하겠다고 한 팀들도 있다. 그들은 개런티를 이곳에다 놓고 간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곧 지역 자산이 됐고 다음 세대를 위한 문화적 토대다"고 말했다.












8월에 열린 100회 공연처럼 야외무대에서 대형 공연을 치를 때는 연주 인원이 수십 명, 동원한 스태프까지 포함하면 100명에 육박한다. 서종사람들은 그럴 때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재정 형편 상 넉넉한 개런티를 주지 못하기 때문. 그러니 자원 봉사로 공연하겠다는 팀이 있으면 서로의 가슴은 훈훈해지고 그 훈훈함은 공연장에도 그대로 전달돼 연주회 감동이 배가된다.
'우리동네음악회 100회'는 2009년 문화관광부 주최 시 · 도 관광국장 워크숍에서 전국 우수사례 중 경기도 대표로 선정됐다. 민간단체로 유일했다는데 워크숍에 참석한 공무원과 관계자들은 서종사람들과 같은 단체가 자신의 지역에도 있었으면 바란다며 부러움을 샀다.
앞으로 갈 길 역시 만만치 않다. 서종사람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가난함'. 재정 담당자인 정연심 부회장의 말처럼 문화를 사랑하는 독지가가 나타나 몇 백만 원의 기금을 위탁할 수 있다. 그러나 1만 원의 기부금이라도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서종사람들의 초지일관된 생각이다.
서종사람들은 북한강변에 음악의 꽃을 활짝 피웠다. 이제 다른 문화 영역에도 물주기를 열심히 할 계획이다. 전원주택 일번지 양평군 '문화 일번지 서종면'으로 가는 길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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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음악회’ 만드는 문화 일굼이 서종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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