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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열 · 배덕임 부부에게 정원은 집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마치 사랑하는 이를 대하듯 자연을 곁에 두고 그곳에서 마음의 안식과 휴식 그리고 기쁨을 얻는다.
수석, 분재, 야생화, 목공… 좋아하는 마음이 깊어져 취미를 넘어 직업으로 이어진 가족 이야기, 자연을 담은 마당에서 들어봤다.

글 · 사진 서상신 기자 취재협조 네이버 블로그 '자연이전하는이야기' 055-746-9670 http://blog.naver.com/illmok



서울에서 꼬박 네 시간이 걸려 도착한 경남 진주시. 산으로 향하는 길 가에 자리한 박정열(57세) · 배덕임(53세) 부부의 집은 한눈에도 범상치 않은 아기자기한 돌담이 대문 너머를 궁금하게 만든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집 뒤로 펼쳐진 정원이 한 폭의 그림처럼 시야에 가득 담긴다.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수놓듯 배치한 각양각색의 바위, 그 위로 유난히 또렷한 색의 야생화, 곳곳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분재 그리고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허리 굽은 소나무…. 수석과 분재 그리고 야생화와 나무가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하나를 이룬다. 어느 누구의 정원에서도 본 적 없는 고유의 느낌이 이곳에 있다.


박정열 씨는 결혼 전 공예 관련 일을 하다 분재의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자연을 날마다 더 가까이 하고 싶었던 그가 정원을 가꾸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한동안 분재에 미쳐 살았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생계유지 수단이 되더라고요. 지금은 조경 일을 하고 있어요. 조경造景은 경치를 아름답게 꾸미는 것을 의미하는데 꽃과 나무 그리고 수석 등이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해요. 꽃과 각종 식물 그리고 바위, 결국은 하나인 것이죠."
야생화를 유난히 좋아한 아내는 꽃집을 열고 몇 해 전까지 운영했다. 지금이야 야생화, 산야초 등을 파는 꽃집이 흔하지만 부부가 처음 야생화를 파는 가게를 열었던 때만 해도 생소한 사업이었다고.
"그때가 벌써 30년 전이니 지금까지 운영했다면 아마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꽃집이 되지 않았을까요?"

변화무쌍한 자연을 닮다

산과 계곡 자연 그대로의 것에 가치를 두는 박 씨는 사람들이 구사하는 천편일률적인 형식에는 손사래를 친다. 자연은 늘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시시각각, 사시사철 변화하는데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정원은 하나같이 획일적인 모습이라는 것. 계획적으로 정원을 조성하면 도리어 자연과 멀어진다는 생각에 만드는 과정부터 인공적인 요소를 배제했다고.







정원 조성 당시 언덕을 낮추는 과정에서 자연석은 그대로 두고 흙은 지반을 형성하는 용도로 활용해 경비 절감 효과를 얻었다.
뿐만 아니라 오래전부터 야생화 및 조경 관련 일을 해오고 있었기에 자연석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일반인에 비해 많아 이를 적극 활용했다. 대문에 들어선 순간 정원 바닥 전체를 덮고 있는 바위는 그 종류와 색이 얼마나 다양한지 새삼 느끼게 한다.
"사실 우리 집 정원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곳이에요. 잔디는 없고 마당 전체가 울퉁불퉁한 돌로 덮여 있어 높은 구두를 신은 여성이나 어린 아이들에게는 아무래도 위험하지요. 자연이 주인공이지 사람을 위한 놀이터는 아니에요."
정원의 주된 특징 또 한 가지는 집 뒤를 활용한 후정後庭이다. 이주 당시 그린벨트로 묶여있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나 덕분에 신비스럽고 독특한 매력을 가미시켰다. 후정이지만 오후에 빛이 충분히 받는 위치이기에 종류 선정할 때 특별히 신경 쓴 것은 없다. 다만 집이 진주시 외곽에 위치해 시내보다 기온이 2~3℃ 정도 낮기에 내한성이 강한 식물을 심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토양과 기후에 맞는 식물을 심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한다.
"기술을 떠나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죠. 심고 나서 눈여겨 보다보면 마음에 걸린다거나 눈에 거슬리는 것이 보여요. 그때마다 적절한 곳에 다시 옮겨 심어요. 그러면 식물들이 스스로 주변 환경에 적응해 본연의 자태를 나타내지요."







아름다운 정원을 만드려거든

박 씨는 더불어 정원 가꾸는 방법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라면 직접 가보는 노력은 물론이고 책과 잡지 등을 통해 간접 경험을 쌓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단다. 실제로 그는 해외에 가본 경험이 전무全無하나 책을 통해 접한 것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원천이 됐다고 한다.
그리고 정원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라고 충고한다. 많은 사람들이 집에 투자하는 만큼 마당에는 동일한 관심을 갖지 않는다. 집에 드는 비용의 1/10만 투자해도 훨씬 보기 좋은 정원이 나온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덧붙여 정원 설계 시 조감도를 반드시 그려보라고 조언한다. 조경 전문 업체에 의뢰할 경우 생각과는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원하는 이미지에 대한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기에 그렇다.
"단순히 말로 전하면 서로 그리는 이미지가 다를 수 있어요. 원하는 이미지를 사진으로 남기거나 책, 잡지, 신문 등에서 스크랩해서 보여주고 최종적으로 집에 알맞은 조감도를 그려 100% 만족했을 때 실행에 옮기는 것이 좋아요. 그림으로 그려보는 것은 한눈에 느낌을 전달받을 뿐만 아니라 쉽게 수정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이고요."
제한된 공간인 마당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부 담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원하는 이미지를 어떠한 방법으로 구현할 지에 대해 충분한 교감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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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열 씨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적절한 대답을 찾기 위해 여러 번 머리를 갸우뚱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보기에 그저 예뻐서'가꾸었는데 '왜 이렇게 가꾸셨나요? 어떤 순서로 구성하셨나요?'라고 물어보니 바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던 것. 좋은 데 반드시 이유가 필요한 것일까. 그의 표현처럼 "고마 좋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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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Garden] 마당, 자연을 담다 박정열 · 배덕임 부부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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