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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시 장유면 관동리 숲길 어린이집은 어린이집 컨셉트와 생태주택이 내는 효과가 잘 어울리는 집이다.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처럼 벽에 녹아있는 황토와 그 속에 숨 쉬는 짚이 아이들을 포근히 감싸준다.
아기자기한 모양의 벽감과 부조들은 작업자의 따듯한 시선과 정성이 느껴지고 원형의 집 형태와 어우러져 친근하고 생동감 넘치는 공간으로 완성 시켰다.

박지혜 기자 사진 서상신 기자 취재협조 숲길 어린이집 055-323-1292 흙건축연구소 살림 010-4006-5628 cafe.naver.com/earthist21

 

 

 

 

경남 김해시에 거주하는 손성현(41세) 씨는 6~7년 전부터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황토집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인터넷을 통해 생태건축에 대해 접하게 됐고 몇몇 황토집 시공자를 알게 됐다. 마음에 드는 시공사 몇 곳에 의뢰하던 중 흙건축연구소 살림 김석균 대표와 뜻이 맞아 건축 계획을 구체화하고 시행 단계에 도달했다.
손 씨는 애초 살림집을 황토집으로 짓고자 하던 계획을 발전시켜 아내 이도향(40세) 씨가 운영하는 어린이집도 같이 황토집으로 짓겠다고 결정했다. 아내 이 씨도 대찬성이었다.
"요즘 황토 좋은 거야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어린이집을 황토집으로 지은 사례는 잘 없는데 생각해 보면 어린이집은 아이들이 8시간에서 12시간, 꽤 장시간 머무는 공간이에요. 그만큼 아이들 건강과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그런데 장시간 시멘트 속에 갇혀 있다고 생각해 보니 그건 아니다 싶었지요. 건강에 이로운 자연 재료를 써서 어린이집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굳히게 됐어요."
숲길 어린이집 시공을 맡은 김석균 대표는 그동안 주로 흙다짐 공법으로 지어 왔는데 이번 건축 작업에서는 스트로베일을 벽체 주 재료로 사용했다. 호주로 직접 건너가 스트로베일 건축 공법을 익힌 김 대표는 "볏짚의 포근한 기운과 짚단 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벽체의 곡면으로 아이들에게 부드럽고 재미난 공간을 선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경량 목구조에 스트로베일로 벽체를 쌓고 내부 칸막이벽은 볏짚보드를 설치한 후 황토 미장했다. 전기 단자함 부위와 실내 벤치 등 돌출된 부분, 부분적으로 흙부대를 쌓아 시공했다. 대지면적 412.0㎡(124.8평)에 어린이집 184.2㎡(55.8평), 살림집 39.5㎡(12.0평)으로 결코 넉넉지 않은 터에 두 동의 건축물을 올려야 했기에 김 대표는 둥근 형태의 어린이집을 계획했다. 또한 앞뒤 이웃한 집들이 가까이 붙어 있고 집 안으로 끌어들일 만한 경관이 부족해 건축한계선까지 최대한 건물 외벽을 가져가고 앞뒤 마당을 생략한 대신 가운데 중정을 만들어 하늘을 담기로 했다.

 

 





 

 

"원형 복도는 아이들이 끝없이 돌면서 활동할 수 있고 창밖으로 계속 다른 풍경이 나타나는 재미난 구조예요. 가운데 원형의 모래마당은 한여름 열기가 대류현상으로 빠져나가는 완충 공간이기도 하고요."
김 대표는 벽면과 지붕, 중정 쪽마루 등 곡선 처리로 시공이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작업 인력을 목공팀, 흙작업팀, 마감팀 세 팀으로 나누고 현장 관리가 잘 이뤄졌기에 198.0㎡(60.0평) 규모의 건축을 3달 반 만에 완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숲길 어린이집 공사는 지난해 8월 첫 삽을 들어 1월 완공을 보았다. 따뜻한 남쪽 지역이라 겨울공사도 무난했다. 손성현 · 이도향 부부는 고생은 커녕 집 짓기가 재밌기만 했다고 말했다. 김석균 대표를 비롯해 직원과 인부들이 한결같이 자기 집 짓는 것처럼 정성을 다하고 친절하게 작업해서 그러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흥이 났단다. 어린이집 원장이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 아이들의 시각에서 세심하게 고려해 디테일을 만들어 가는 모습에서 그저 고맙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더란다. 기자가 방문한 날 마침 어린이집을 방문한 윗집 아주머니는 공사 중에 소음이 있었을 텐데 불편하지 않았나 하는 질문에 "아이고 무슨 말을예. 불편하기는예. 위에서 내려다보면 여기 공사하는 모습이 다 보였거든예. 짚하고 흙, 이렇게 좋은 자연 재료를 쌓아놓고 집 짓는 걸 보면서 오히려 내 마음이 윤택해지는 것 같았는데, 뭘예" 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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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집 짓기, 생태건축] “아이들 건강 생각해 자연 재료로 지었어요” 짚 · 흙 · 나무로 지어 엄마 품처럼 포근한 김해 숲길 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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