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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위치한 불우, 무의탁 청소년을 위한 '등불의 집'이다. 사회사업가로 지역에서 유명한 김진태 씨가 사재를 털어 마련한 전원주택으로 10여 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있는 터라 튼튼함을 고려해 철근콘크리트로 세웠다. 다른 보육 시설과 확연히 다르게 모던한 분위기가 물씬하고 아이들은 혼자 혹은 두세 명과 한 방에서 생활한다. 1, 2층은 주거공간으로 3층은 아이들 풍물 연습장으로 활용한다.

 

 

 

건축정보
· 위치 : 대구광역시 달서구 상인동
· 대지면적 : 448.8㎡(136.0평)
· 연면적 : 653.4㎡(198.0평)
· 건축형태 : 3층 철근콘크리트 주택
· 외벽마감 : 파벽돌, 드라이비트
· 내벽마감: 벽지, 도장
· 창호재 : 시스템 창호
· 난방형태 : 가스보일러
· 식수공급 : 상수도
· 설계 : 동림건축사사무소 053-472-0706
· 시공 : ㈜한영건설 053-784-0876 www.i-hj.com

 

 





 

 

대구광역시 달서구와 남구의 경계를 이루는 앞산을 마주 보고 '등불의 집'이 자리한다. 해발 660.3m 앞산은 분지를 이루는 대구 팔공산과 함께 대표적 시민 휴식처다. 인근에는 이미 여러 전원주택이 조성돼 있을 정도로 도심지 전원생활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인기 높은 지역인데 오래전부터 대구 유지들이 모여 살았던 터라 문화 · 상업 시설도 넉넉하다.
사회사업가로 명망이 높은 김진태 씨는 1987년 12월 '등불의 집'을 완공하고 비행청소년 여럿을 거둬들였다. 처음부터 그가 청소년들과 함께할 목적으로 집을 지은 것은 아니다. 사회사업으로 지친 그가 쉴 요량으로 전원주택을 계획했으나 내내 마음에 걸리는 무언가가 있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눈에 밟혀 함께할 집을 짓다

'등불의 집'시공을 맡은 ㈜한영건설 이미경 대표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갈 곳 없는 아이들이 눈에 밟혔다고 해요. ' 나만 이렇게 좋은 집에 살아도 되나'하는 걱정이 계속 들더랍니다. 처음시공 의뢰가 왔을 때는 전망 좋은 전원주택 부지를 알아보러 다녔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아이들이 학교 다니기도 어렵지 않은 곳을 수소문하게 됐지요. 그래서 전원생활도 즐기고 교통 여건 좋은 앞산이 부지로 선택된 겁니다."
덧붙여 이 대표는"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대부분 보육 시설이 좋은 편이 아닙니다. 사춘기로 한참 민감한 아이들은 작은 것 하나에도 상처받기 쉬운데 건축주는 사회사업을 하면서 '왜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이렇게 허름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좋은 시설에서 편안하게 머물면 아이들도 건강하게 자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그간 모은 사재를 털어 '등불의 집'을 올린 겁니다"라고 말했다.
앞산순환도로 변에 근접한 집은 앞산을 바라보고 향을 잡았다. 벽돌을 외벽 주 마감재로 사용하고 곡선과 직선을 적절히 조합해 모던함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보육시설이라고 하지만 외부에는 이를 알리는 간판이 없어 모르고 지나가는 이들은 이를 근사한 집 한 채로 여길 법하다. 사회사업으로 분주한 김진태 씨와 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전부이기에 정원은 아담하게 마련했다.
'등불의 집'에는 울타리가 없다. 양옆 상업용 건물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데 인위적인 펜스나 담을 두지 않은 것은 소외되고 외부와 단절된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싶었던 것이리라.

 

 





 

 

뛰어놀 아이들을 생각해 우선 튼튼해야 했다

한참 성장하고 뛰어놀 남자들이라 일단 집은 튼튼해야 했기에 철근콘크리트로 구조를 잡았다. 1, 2층은 주거용으로 사용하고 3층은 아이들 전공인 풍물 연습장이다.
1층에는 여러 방과 서재, 주방/식당, 거실, 욕실이 놓였고 2층은 방, 욕실, 거실로 구성됐다. 1, 2층 면적은 크게 차이 나지 않고 아이들 수를 고려해 방을 많이 배치했다. 1층은 공용공간, 2층은 휴식 공간인 셈이다. 각 방에는 1개 혹은 2개의 침대만이 있어 공간이 여유롭다. 이는 앞선 한영건설 이 대표 설명처럼 넉넉한 보금자리를 아이들에게 주고 싶었다는 김진태 씨의 요청 때문이다.
2층은 회랑식 구조다. 벽면으로 복도를 길게 배치하고 그 주위로 방을 둘러 붙였다. 통풍과 환기, 채광, 단열을 고려해 해가 드는 방향으로 복도를 놓고 방을 뒤로 배치해 자연스럽게 외부로부터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효과도 얻었다. 또 1, 2층 모두 거실에 큰 창을 설치하고 전면으로 놓아 아이들이 모여 놀 수 있는 공간을 배려했다. 3층 풍물 연습실은 이웃을 배려해 방음 시설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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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실 벽에는 아이들이 그간 학교와 단체에서 받아 온 상장으로 가득하다. 장기수 아버지를 둔 아이, 사형수 아버지를 둔 아이, 일가친척 없이 홀로 남은 아이 등 이곳에는 기구한 사연을 간직한 이가 많다. 이들이 보란 듯 자라 성년이 돼 독립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뿌듯하다는 김진태 씨. 저 상장으로 행여나 지쳐가는 본인의 심신을 달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철없는 생각을 해본다.

 

 

 

 

 

 

글 · 사진 홍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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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異色田圓] 방황하는 십대들의 보금자리 대구 ‘등불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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