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보기
 

여러 집을 다니다 보면 건축주와의 대화가 깊어져 집에 대한 이야기보다 그에 대한 호기심에 휩싸일 때가 있다. 경북예천의 노부부가 바로 그랬다. 버선발로 뛰어나와 대문에서부터 취재진을 반갑게 맞아준 부부는 170년 된 구옥을 헐고 지난해 12월 새로 세운 목조주택에 입주했는데, 구옥에 대한 미련이 남은 이야기부터 이곳에 뿌리내리게 된 사연까지 여과 없이 풀어냈다.

 

 

 

 

건축정보
· 위 치 : 경북 예천군 유천면 성평리
· 부지면적 : 920.0㎡(278.8평)
· 건축면적 : 148.0㎡(44.8평)
· 건축형태 : 복층 경량 목조주택
· 외 벽 재 : 적삼목, 시멘트 사이딩
· 지 붕 재 : 이중그림자 아스팔트 슁글
· 내 벽 재 : 벽지, 미송 루버
· 바 닥 재 : 강화마루
· 창 호 재 : 시스템 창호
· 난방형태 : 기름보일러
· 설계 및 시공 : 나무와 집 031-593-5465 www.iwoodhouse.co.kr

 

 

 

 

 

올해로 팔순이 된 이봉창 씨는 경북 예천 토박이다. 잠시 자식 교육 때문에 고향을 떠났던 시절이 있었지만 조상의 얼이 담긴 집에서 노후를 보내고자 20년 전 귀향했다. 지난해까지 아내 류정희(79세) 씨와 170년 된 5칸 초가에서 살았다. 낡을 대로 낡아 구옥에서의 삶은 편치 않았지만 그는 전통 어린 집에 돌아왔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었기에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장남 이기철 씨 생각은 달랐다. 거동이 불편한 노부모가 쓰러져가는 초가에서 지내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고 하루라도 더 쾌적하고 안락한 곳에 모시기를 원했다.
"처음에는 집을 새로 지을 생각은 아니었어요. 아버지 반대가 심해 보수만 하려고 했죠. 그런데 손을 봐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 도저히 보수만으로는 집이 나아질 것 같지 않더라고요. 결국 집을 헐고 새로 지어야 겠다고 결론을 냈는데 그때부터 아버지와 많이 부딪혔어요. 집을 보존해야 한다는 아버지 뜻이 워낙 완고했으니까요."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 끈질긴 아들의 설득에 결국 이 씨는 고집을 꺾었다. 이기철 씨는 어렵게 아버지 동의를 얻은 만큼 시공사 선정부터 조경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마을분위기와 이질적이지 않으면서 앞뒤로 보이는 백마산, 역마산과의 어울림을 고려해 집 형태를 정하고 목조주택 전문 시공사인 나무와 집에 시공을 맡겼다. 지난해 9월 첫 삽을 뜨고 겨울 되기 전 완공했다.

 

 











 

 

나무 향 그윽한 건강한 집
외관은 박공지붕에 시멘트 사이딩과 적삼목 사이딩으로 포인트를 준 전형적인 목조주택이다. 노부부가 거주할 집이기에 설계와 자재 선택에도 이동 편의성과 관리 용이성을 첫째로 두고 계획했다. 특히 구옥의 최대 단점인 일조권을 살리기 위해 푹 꺼진 지형에 1.5m 가량 성토 후 축대를 쌓고 서남향으로 집을 앉혔다. 전면창을 크게 내고 2층에도 천창을 달아 해가 집 안 곳곳에 들도록 세심히 신경 쓴 점도 인상적이다.
집에 들어서면 향긋한 나무 향이 코끝을 스친다. 적삼목 루버 위주로 내부 마감했기 때문인데 아들 이 씨는 노부모의 건강을 생각해 마감에 최대한 나무를 쓸 것을 요구했다.
5남매가 모일 시 넉넉히 공간을 활용하도록 거실을 넓게 내고 이를 부엌과 일자형으로 이어 동선이 간결해졌다. 1층 2개 방은 부부가 각자의 개인공간으로 쓰도록 거실을 사이에 두고 분리했고 2층은 게스트룸 2개를 구획했다. 계획에 없었던 2층 다락방은 문 대표가 공사 중 아이디어를 낸 것인데 별도 비용 없이 이를 추진했다.
2층 공용공간은 서예에 조예 깊은 아내 류 씨를 위한 작업실이다. 20년 가까이 서예를 취미로 삼았다는 그는 반야심경을 거뜬히 외워 쓸 정도로 전문가가 다 됐다. 이를 증명하듯 2층 작업실 곳곳에는 각종 대회에서 휩쓴 메달과 상장이 즐비하다.
"무엇보다 햇살 가득한 곳에서 글을 쓸 수 있어 좋아요. 우측 창으로는 백마산이, 천창으로는 높은 하늘이 가까이 있으니 한 획마다 자연의 힘이 더해진 것 같기도 하고요."

 

*

 

부부는 여전히 구옥을 살렸으면 어땠을까 미련이 남지만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버려야 하는 세상의 이치가 여기에도 반영됐다고 믿는다. 또한 버린 것보다 얻은 것이 더 크다고 생각하면 그리 억울할 것도 없으니 이제는 남은 미련도 버리기로 했다.

 

 

 

 

 

 

 

한송이 기자 사진 송제민 기자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효심 가득한 집] 구옥의 향수, 효심으로 채우다 - 예천 148.0㎡(44.8평) 복층 경량 목조주택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