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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 씨는 정원을 자신의 집 마당으로 한정짓지 않는다. 건물이 들어서지 않은 공터와 마을 내 자투리 땅은 전부 그녀의 손길이 닿은 소담스러운 꽃들로 가득하다. 이 씨의 정원은 사계절 풍성하다. 시골집 정원같이 편안하고 포근함을 주는 파스텔 톤 꽃이 자연스럽게 흐드러져 있다. 이곳에는 구경하는 이를 막는 울타리도 식물 간의 경계도 없다.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사는 공간이기에 그렇다.

한송이 기자 사진 고경수 기자 취재협조 '수빈뜰'031-946-5477 경기도농림진흥재단 031-250-2700 www.ggaf.or.kr

 

 

 

 

 

 

이명희 씨는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였던 남편 전명현 씨가 정년퇴임을 하고 헤이리 건축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3년 전 헤이리 예술마을에 자리 잡았다. 헤이리에서는 현대적 아름다움을 강조한 웅장한 건축물을 흔히 볼 수 있다. 건물 대부분이 정형적이고 회색이 주를 이루다보니 도시 느낌이 강하다. 조금 더 전원스러운 정취를 원했던 이 씨는 마을에 활기를 부여하고자 곳곳에 야생화를 심기 시작했다.
"우리 집을 지나는 사람들은 꼭 한 번씩 멈췄다 가요. 헤이리에서 보기 힘든 생태 정원이라 그런지 신기해하는 이들이 많더라고요. 우리 집 정원뿐만 아니라 헤이리 전역을 조금씩 다채롭게 꾸며볼까 해요."
이 씨 정원에는 울타리가 없다. 정원의 경계도 모호하다. 자연스럽고 비정형적이며 애써 관리하지 않아도 500여 종의 야생화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 씨의 주요 일터이자 실험장인 옆 공터는 그야말로 야생화 향연장이다. 그 안에서 그녀는 식물을 마음껏 지휘하는 마에스트로이자 색상의 밸런스를 조율하는 코디네이터가 된다.

 

 





 

 

여성스러움 물씬한 코티지 정원
정원을 들어서자 여러 가지 향이 혼합된 묘한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달콤하면서 시원한 향기는 옆 공터로 가자 더욱 진하게 후각을 자극하고 시간이 지나자 은은하게 몸에 밴다. 정원에 쥐약인 타들어갈 듯한 햇살도 연보라, 진한 남색, 진분홍의 여성스러운 컬러의 옷을 입은 구름체꽃, 벌개미취, 숫잔대 등의 야생화들은 거뜬히 이겨낸다.
"여기서 주로 새로운 꽃을 심어보고 특성과 색상을 파악해요. 그리고 우리 집 정원에 알맞은 장소가 어디일까 스케치하죠. 나는 주로 색상을 보는 편이에요. 색이 조화로워야 무질서 정원에서도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안 나거든요."
"한창 여름이라 볼 것도 없는데…"하던 이 씨는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자신의 정원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인터뷰 도중에도 풀 뽑으랴 기자에게 꽃, 나무 소개하랴 몸과 마음이 바쁘다. 모기가 기승을 부려 발 딛지 못했던 땅에서 자그마한 야생화를 발견하자 그녀는 "아이고 이뻐라. 넌 언제 피었니?"하며 인사를 건넨다. 이러한 소녀 같은 그녀의 감성이 로맨틱한 코티지 정원Cottage Garden을 완성시킨 듯하다.

 

 





 

 

코티지정원은 전형적인 영국식 시골정원스타일인데 절제되지 않으면서 편안한 전원 풍경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특징이다. 커다란 나무는 키가 작은 꽃들을 위한 그늘을 만들고 소박한 꽃들이 옹기종기 앉아 정원을 화사하게 밝힌다.
한 전문가에 따르면 코티지 정원은 보기에는 쉬워 보여도 탁월한 원예 지식과 시각적 배치에 대한 감각이 없으면 아름답게 구현하기 힘들다고 한다. 이렇듯 이 씨의 정원이 고풍스러워 보이는 데에는 오래 쌓아온 지식, 여성스러운 감성과 더불어 각별한 식물사랑이 5년이란 세월동안 뒤섞였기 때문이다.

 

 

정원 마스터플랜을 짜라
다년간 식물에 에너지를 쏟아온 그녀는 본격적으로 정원을 조성하기 전에 꼭 마스터플랜을 짜라고 조언했다.
"정원이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 대로 지형에 맞춰 식재할 꽃, 나무의 종류를 정하고 햇살이 어느 방향에서 어느 정도의 세기로 식물을 비추는지 고려해서 심을 공간을 택해야 해요. 정원에 테마를 부여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해요. 이야기를 더해가야 감흥을 일으키는 정원이 되거든요."
적절한 공간이 있다면 계류를 조성하는 것도 정원에 시각적, 청각적 청량감을 더해주는 방법 중 하나다. 이 씨도 최근 정원에 어떠한 변화를 줘 볼까 모색하다 중앙에 있는 대형물확 주변을 연못으로 꾸미고 정원 좌측 끝에 만든 계류가 흘러 들어오도록 만들었다. 경사진 터이기에 계류는 계단식으로 만들어 자연스럽게 물이 아래로 흐르도록 했는데 정원이름인 '수빈뜰(물이 빛나는 뜰)'처럼 은빛 물결로 아름답게 정원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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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명희 씨는 헤이리 마을에 '생태마을'이란 호칭을 덧붙이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우리 마을이 진정한 예술 마을이 되기 위해서는 정확한 테마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건물마다 특색은 있을지 몰라도 마을 하나가 공통으로 갖는 테마는 없잖아요. 그런 의
미에서 '생태마을'은 우리 마을의 분위기와 알맞다고 생각해요. 꽃과 나무를 싫어하는 이 없으니 방문객들에게 풍성한 볼거리 제공하니 좋죠. 또 다양한 컬러가 부족한 마을에 사계절 형형색색의 식물들이 화사함을 더해주고요. 여기에 저위에서부터 마을 중심부까지 흐르는 계류가 있으면 어떨 것 같아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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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여종의 야생화 가득한 로맨틱 가든 _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 이명희 씨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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