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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역사 1500여 명의 회원을 거느린 한국주거학회가 올해 들어 목재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친환경 주거 문화와 맞물려 학회 차원에서 어떻게 목재를 주거에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고 한다. 그 일환으로 학회는 지난 9월 13일 캐나다우드 한국사무소와 공동으로 '녹색건축: 캐나다의 친환경 건축 기술 및 사례'라는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세미나 장소에서 만난 한국주거학회 박선희 회장(전북대 주거환경학과 교수, 전라북도 문화재위원)은 "주거에도 친환경 인테리어가 접목돼야 할 시기"라면서 목재는 여기에 가장 적합한 자재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집은 집이 지닌 본래의 기능과 목적, 즉 은신처로써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가족 친화적 공간, 분리와 단절이 아닌 가족 사랑을 확장하는 공간 설계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박 회장은 전원주택과 관련해서도 언급이 있었는데 "여기저기 하나씩 세우다 보니 농촌이나 자연, 산림 경관이 훼손되는 면이 사실없지 않다. 농촌과 어우러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선희 회장과의 일문일답.

 

 

 

먼저 독자를 위해 한국주거학회에 대한 설명을 부탁합니다.
한국주거학회는 1989년 창립해 지난해 20주년이 된 역사를 자랑하는 곳입니다. 현재 1500명이 넘는 회원을 거느린 제법 규모 있는 학회로 성장했습니다. 활동 분야별 12개 분과위원회를 두고 주거환경 평가, 공공주택, 주거 복지, 주거 역사 문화, 주거지 재생, 주거 교육, 산학 협력, 도서출판 등의 활동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학회차원으로 지역별 저소득층 주거 개선 봉사 활동도 진행중입니다.

 

우리나라는 아파트 문화가 상당히 발달해 있는데요, 이를 두고 말이 많습니다. 주거학회장으로서 아파트를 어떻게 보십니까.
아파트는 분명 주거 생활을 리드하고 변화시켜 왔습니다. 무엇보다 가사 노동 집약화에 일조했고 콤팩트한 공간 제안으로 주거 생활에 큰 도움을 준 것은 사실입니다. 서울의 거대 도시화 과정에서 핵가족화라는 시대적 코드와 맞아떨어져 확산됐다고 봅니다. 그러나 외형적인 발전과 달리 안을 들여다보면 거주자 생활의 질은 반대로 열악해졌고 아파트로 인해 과거에 드러나지 않던 많은 질병이 발생했습니다. 90년 이후 불고 있는 웰빙 바람과 또 이에 관한 수많은 정보가 전달되면서 탈아파트화가 가속되고 있는데 저는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봅니다.

 

재직하고 계신 전주도 그렇고 몇 년 전부터 한옥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특히 전라도는 한옥마을을 조성하는 등 유독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한옥 관련 분야 종사자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한옥, 신한옥은 정부가 도시 주거 환경의 왜곡된 모습을 바로 잡고 우리나라 주거 문화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저탄소 친환경 주거 방향 설정을 위한 국책 과제의 하나로 추진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지원에 힘입어 여러 지자체가 한옥을 건립하고 있습니다. 최근 공주지역 한옥마을도 보았습니다만… 그런데 외국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숙박시설,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시설 등이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형 생활양식에 맞는 현대적 주거 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신한옥도 당연히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하고 무엇보다 국가에서 관심을 가지고 중산층이하 서민들이 건강한 집을 저렴하게 취할 수 있는 거주권리의 평등함을 실현하는 쪽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주거학회가 목재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듯합니다. 캐나다우드 한국사무소와 공동으로 세미나도 개최하셨는데요, 이유가 궁금합니다.
회원들은 목재뿐 아니라 친환경 주거환경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학교 목재 전공 교수들을 통해 저도 그전에 몰랐던 목재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얻게 됐고 이를 통해 목조 주거의 장점을 접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세계적으로 공통된 화두는 친환경입니다. 주거에도 친환경 인테리어가 접목돼야 할 시기입니다. 학회가 이를 전파하는 데 노력할 계획입니다.

 

개인마다 많은 차이가 있겠으나 주거학회에서 바라보는 이상적인 주거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상적인 주거란 무엇인가에 대해 주거학회 회원들도 조금씩 차이가 있고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대적, 사회적 코드라는 게 있습니다. 이상적 주거에는 몇가지 이론적 키워드들이 있고 거기에 각 개인과 가족이 요구하는 변수들이 덧붙여져야 합니다. 그럼에도 하나만 꼽으라면 집은 집이 지닌 본래의 기능과 목적, 즉 은신처로써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여기서 '인간다움'이란 용어를 잘 살펴야 하는데 무엇보다 인간, 사람은 유기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간도 유기적이어야 하지요. 그리고 공간 행태 심리라는 게 있는데 사람은 공간을 만들지만 공간은 다시 사람들의 행태에 영향을 준다는 겁니다. 그래서 요즘 이야기하는 가족 친화적 공간, 분리와 단절이 아닌 가족 사랑을 확장하는 공간 설계가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현 시점에서는 지속 가능성을 위해 오늘날 세계적으로 연구되는 친환경 성능들이 하루 빨리 우리 주거에도 도입돼야 합니다.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미래의 집은 지금까지 지어졌고 바라본 집의 모습과 디자인과는 전혀 다른 형태가 나올 수 있을 겁니다.

 

덧붙일 말씀이 있다면 해 주십시오.
정부가 주도적으로 하는 국책 사업들이 주택 정책이 아닌 주거 정책으로 전환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국제 세미나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자연과 인간, 주택을 아우르는 통합적 설계 개념이 우리 사회에 필요합니다. 전원주택도 여기저기 하나씩 세우다 보니 농촌이나 자연, 산림 경관이 훼손되는 일이 사실 없지 않습니다. 민간에만 맡기지 말고 국가가 나서서 단지 계획 등을 통해 농촌과 전원주택이 어우러져야 합니다. 그러한 역할을 전원주택라이프를 비롯한 언론사에서도 담당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 · 사진 홍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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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light] “집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_ 한국주거학회 박선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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