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보기
 

지난해 11월 문을 연 펜션 락있수다 펜션지기는 다재다능하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그는 갑갑한 도시를 벗어나 '놀'궁리를 하다 회사를 관두고 펜션을 만들기로 했다. 베이스기타 주자인 그는 이 곳에서 연주를 하고 자신이 촬영한 사진작품 전시도 한다. 그의 놀이터를 만든 셈이다. 펜션 이용객에게도 그가 당부하는 말은 오후 3시부터 다음날 오후 12시까지 재미있게 놀다 갔으면 한다는 것.
그래서 오늘도 이어지는 그의 고민은 펜션에 어떤 놀 거리를 더 만들까 하는 것이란다.

 

 

 

 

 

 

이펜션이 내세우는 모토는 '즐거움과 록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지어진 펜션 이름이 락(樂 + Rock) 있수다.
펜션지기 김재일(44세) 씨는 IT업계 영업직에 종사하며 대한민국 여느 직장인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듯 무채색으로 하루하루를 채색해가던 평범한 셀러리맨이었다. 때때로 여행과 사진, 음악이 무미건조한 일상에 양념이 됐다. 그는 불현듯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감하게 직장을 나왔고 여행 다니며 사진을 찍기로 결심했다. 마침 주식으로 생긴 여유자금이 있어 당분간 경제적 위축은 없었다. 그러나 가장의 역할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책임감으로 평생 여행만 다닐 순 없는 노릇이었다. 고민 끝에 그는 펜션을 떠올렸다. 365일 여행을 떠나온 기분을 느낄 뿐 아니라 시간에 자유롭다는 점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기차여행의 추억 어린 곳에 펜션 짓다
"사북역에서 증산역까지 완행열차를 타고 여행하던 추억이 떠올랐어요. 하이원 스키장이 막 생길 무렵이었는데 정선 풍경이 참 좋았어요."
영업적인 면을 고려해 관광인구가 많은 강원도를 먼저 떠올린 그는 강원지역 펜션 부지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평창, 홍천 지역은 이미 펜션 포화인데다 지가가 오를 대로 오른 상태였다. 그의 말로는 가격거품이 많았다고. 그런 차에 과거 기차여행으로 아련한 추억이 남아있는 강원도 정선군에 꽂혔다. 그렇게 부지를 선정하고 건축을 완공하기까지 2년이 훌쩍 지나갔다.
3400평 넉넉한 부지는 전후좌우로 하늘과 임야, 농지만이 시야에 가득하고 민가가 거의 눈에 들어오지 않은 한적한 산골이다. 고함을 마음껏 질러도 시비 걸 사람 하나 없어 보인다. 다행히 펜션 바로 앞으로 포장도로가 잘 닦였고 새로 놓인 도로와 연결되는 구도로가 펜션에서 끝나 펜션 전용도로가 됐다.
하루에 지나가는 차량 수를 손으로 꼽을 정도로 유동인구가 적어 심지어 적막함까지 감도는 이곳에 펜션을 지은 까닭은 무얼까. 펜션지기는 토요일마다 록콘서트를 하는데다 추후 록페스티벌 등 야외 공연과 대형 축제도 계획하고 있어 민가가 없는 곳을 물색하다 보니 이처럼 한산한 곳을 만나게 됐다고 한다. 덕분에 토요일 밤이면 오로지 자연과 음악만이 이곳 공기를 메운다.

 

 









 

 

스페인 여행이 건축물 모티브로
건축물부터가 이색적이어서 지나다가도 발길을 멈추게 한다. 황소를 연상시키는 뿔 달린 건물과 스텔스 전투기에서 모티브를 따온 부엉이 눈을 한 건물. 정면을 보면 이렇고 배면 또한 사각뿔이 땅위에 길게 드리워져 동물 꼬리를 연상시킨다. 두 마리씩 짝을 이루어 세 무리가 마치 아름다운 정선의 산하를 굽어보고 있는 듯한 형태다.
펜션지기는 토목공사를 마무리하고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후 그 진한 잔상을 펜션건축에 상당부분 반영했다. 그 대표적인 객실동이 스페인블루, 플라맹고화이트다. 스페인블루 실내벽면에는 펜션지기가 스페인 여행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이 전시돼 있는데 수준급이다. 외관에서 부터 느낄 수 있지만 사진전시물을 보게 되면 펜션지기가 스페인에서 받은 강렬한 인상과 감동이 펜션에 어려 있음을 느끼게 된다.
"회사에서 브리핑할 때처럼 내가 바라는 펜션에 대해 장장 50페이지에 달하는 파워포인트 문서를 작성해 건축가에게 보여줬어요.
건물의 조건과 요구사항, 벤치마킹한 펜션들을 정리한 내용이었는 데 건축가가 어이없어 하더라고요."
첫째, 재미있어야 한다, 둘째, 기존 보편적인 펜션 이미지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가장 큰 요구사항이었다. '작품을 산다'는 생각으로 설계비용도 아끼지 않았단다. 재미있고 독특한 형태의 건축물을 기대했음에도 지금 건물의 설계 시안을 봤을 때는 '이게 가능할까'하는 의구심부터 들었단다.
1년의 행정처리 과정과 1년의 건축공사 과정을 겪고 지난해 11월 오픈한 락있수다 펜션은 강렬한 색채를 콘셉트로 6동 객실 이름을 지었다. 페라리 레드, 스텔스 블랙, 스페인 블루, 바비 핑크, 플라맹고 화이트, 오리엔탈 골드.
락있수다 펜션 테마는 록이다. 베이스기타 주자인 펜션지기를 포함한 5명 멤버로 구성된 록밴드가 토요일 저녁 콘서트를 연다. 이 밴드 이름 역시 락있수다.
"락있수다에 오신 분들이 이곳을 놀이터라 생각하고 즐겁게 지내다 갔으면 해요. 그래서 이곳을 다양한 놀이 문화가 있는 펜션으로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생각이에요. 여름엔 록페스티벌도 열고 앞으로 사진 캠프와 갤러리도 만들고 싶어요."
10년 후쯤에는 음악과 사진과 여행이 있는, 지금보다 놀 거리가 더욱 풍성해진 리조트를 기대해도 좋다고 그는 말했다.

 

 

 

 

 

 

박지혜 기자 사진 서상신 문의 락있수다 070-8840-9387 www.rockitsuda.com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락있수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