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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라 하면 대중은 몸에 맞지 않은 껄끄러운 옷을 걸친 것처럼 어렵게 여기고 거리감을 둔다. 그러나 서울국제건축영화제 김형수 집행위원장은 "건축은 일상 속 어디에나 스며있고 눈길닿는 곳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말한다. 11월 11일부터 17일까지 이화여자대학교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개최된 서울국제건축영화제는 김형수 위원장의 말이 참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비경쟁 출품된 2편의 극영화와 7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는 특정 건축물이나 건축사를 칭송하거나 멀찌감치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건축과 사람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일어나는 일을 다양한 시선으로 다룬다.
특히 샘 웨인라이트 더글러스의 다큐멘터리《시티즌 아키텍트》는 이 시대 건축학도를 포함한 건축에 몸담고 있는 이들에게 던지는 시사점이 크다. 건축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새뮤얼 막비는 텍사스주 오번 대학 건축학과 교수로 '루럴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앨라배마주 헤일카운티의 빈민층에게 무료로 집을 지어주는 프로젝트를 학부 수업으로 진행한다. 경험이 부족한 학부생들이 과연 어떻게 건축을 할까 하겠지만 이들은 교수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며 협동 작업으로 건축물을 하나하나 완성한다. 건축주에게 적합하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으며 결코 허술하지 않다. 타이어, 짚단 등 다양한 재료 사용도 시도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감과 값진 경험을 얻었다고 하나같이 말하는 학생들은 "기회가 있으면 다 할 수 있다, 기회가 안 주어져서 안 할 뿐이다."한 학생은 "건축학과 졸업생들은 대체로 대도시에서 건축사사무실을 차리고 영리 목적으로 건축을 하길 바라지만 그보다 루럴 스튜디오의 프로젝트를 통해 얻는 것이 더 값지다"고 말한다. 루럴 스튜디오의 1년 프로젝트를 통해 경량 목구조 집을 갖게 된 한 사람은 "집이 없었을 땐 물이 필요하면 (물을 뜨러)내가 움직였는데 이제는 물이 내게로 온다(수도 배관시설의 편리함을 말함)"고 말한다. 그만큼 빈민층에게 건축이 주는 혜택은 건강과 생명과도 직결돼 있음을 이 영화는 제기하면서 사회 여러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 인본주의적 건축을 지지한다.
이탈리아 건축사이자 영화감독인 일랴 베카의《콜하스 하우스라이프》는 건축과 그 안에 깃들어 사는 사람과의 소통에 대해 다루는 다큐멘터리로, 관광객이 찾아올 정도의 지역 명물이 된 대가의 작품 그 이면을 보여준다. 아슬아슬하게 두 발을 딛고 청소 도구를 이동시키기 힘든 좁다란 계단과 계단실, 비만 오면 물이 새는 통유리창 부위, 전망을 고려해 많이 설치했으나 금세 오염되고 청소가 힘든 유리창들, 용도가 거의 없어 보이지만 꾸준히 관리해줘야 하는 대형 연못… 겉으로 더없이 근사해 보이는 건축물이 과연 사는 사람에게도 훌륭한 작품으로만 다가오는지 이 시대 건축업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웅숭깊다.
영화 상영 외에도 2010 한국건축문화대상 수상자 6인의 수상작품 발표와 건축학과 교수, 건축사, 영화평론가, 사진작가 등 현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 게스트로 참석해 건축에 대한 흥미롭고 진지한 대화가 진행됐다.
대한건축사협회가 주최한 서울국제건축영화제는 올해 2회째로 지난해 객석이 매진돼 연장 상연하는 등 첫 회임에도 높은 인기를 얻었는데 올해 역시 매상영마다 객석이 가득 메워진 채 성공리에 치러졌다.

 

 

 

 

 

박지혜기자 자료협조 아담스페이스02-323-0239 cafe.naver.com/sia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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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밖 세상] 국제건축영화제는 이렇게 말했다 “건축은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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