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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들은 두한족열頭寒足熱의 한방요법을 생활에서 실천하는
건강에 좋은 난방법이에요.
그 뿐인가요. 달구어진 구들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은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바닥의 더운 공기는 대류하면서 먼지와 세균 번식을 막아
아토피 같은 피부 질환과 감기 등 호흡기 질환을 완화시키지요.

 

 

 

문명의 발달로 엽총과 사냥개에게 자리뺏긴, '매사냥'의 세계무형문화유산등재가 11월 17일 최종결정됐다. 우리나라에서 4000년 역사를 지닌 매 사냥이 거의 명맥이 끊기자 그 보존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런데 이 소식을 들으면 가슴 먹먹할 이가 있다. 반평생 구들을 놓으며 우리 주거문화의 백미白眉인 구들 문화 보존 및 전파에 힘쓰고 있는 구들문화원 오홍식 원장이다. 한겨울처럼 매서운 공기로 몸을 움츠리게 하는 강원도 평창군 백옥포리에서 그를 만났다.

박지혜 기자 사진 홍정기 기자 취재협조 (사)국제온돌학회 구들문화원 010-3044-8396 blog.daum.net / 평창 황토구들마을 010-2248-1994 http://goodeul.go2vil.org

 

 

 

 

뜨끈뜨끈한 방바닥에 엉덩이 지지고 싶은 날씨다. 겨울 문턱도 아직 보름 이상 남았는데 강원도 산골은 이미 겨울에 들어선 분위기다. 평창군 백옥포리 자신이 거주할 통나무집에 구들을 놓고 있는 오홍식 원장을 만났다. 머리에 두건을 질끈 맨 채 구들 놓기에 여념이 없었다. 적벽돌로 만든 고래 위에 현무암 구들장을 올리고 구들장 사이 황토로 메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줄고래를 주로 놓아요. 열효율이 좋거든. 조선시대 궁궐에도 많이 발견되는 형태가 바로 줄고래예요."
줄고래는 고래둑이 평행하며 길게 이어진 형태로 요즘 황토방에 주로 놓는 형태도 줄고래라 한다.
"요샌 규격자재가 나와 시공이 한결 수월해졌어요. 옛날엔 강돌 주워 와서 높이, 폭 맞추려고 깨어 썼는데 그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어요."
구들 놓는 현장을 보니 왜 사람들이 구들과 건강을 결부시키며 구들방 하나쯤 갖고 싶어 하는지 새삼 와 닿는다. 바닥이 마감되고 나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바닥 밑60㎝ 정도의 공간이 오로지 흙과 돌, 자연물로만 이뤄진다. 고래를 통과하는 따듯한 공기가 위로 올라가 황토와 천연석이 열을 받으면 원적외선을 비롯한 인체 건강에 유익함을 주는 성분을 방출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작업 시 몸에 묻어도 해가 될 재료도 없다.

 

 

 

칠불사 아자방이 준 문화적 충격
환갑을 넘긴 오 원장은 10대 때부터 아궁이 들여다보길 좋아했단다. 그렇게 소소하게 시작된 구들에 대한 관심은 등산과 낚시로 자주 다녔던 오대산 진부, 설악산 물치와 원통 그리고 지리산 일대에서 구들 놓는 현장을 어깨너머로 익히고 일을 돕기도 했다. 군대 제대 후 부업으로 구들 놓기를 꾸준히 하며 경험을 쌓은 오 원장은 더 깊은 내용을 알고 싶어도 구들에 대해 총괄적으로 가르치는 곳이 없어 답답했다 한다. 다른 전통문화유산은 교육 기관을 통해 전승자를 양성하는 예가 많지만 구들은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서적을 통해 이론을 정리하고 유적 발굴 장소와 한옥 해체 장소를 돌아다
니며 전통 기법을 모색했다. 지금은 대부분 고인이 된 구들 명장들을 찾아가 이론과 실무를 종합할 수 있었다.
최근 '웰빙Well-being'과 황토방 붐으로 구들은 부쩍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래서 시도유형문화재로 지정된 경남 하동군 '칠불사 아자방亞字房'도 종종 사람들의 입을 오르내린다. 오 원장이 취미활동에 그치지 않고 구들 문화에 역사적 사명감을 통감한 계기도 바로 칠불사 아자방에 대한 자료를 접하면서 부터다. 신라 효공왕 때 구들도사로 불리던 담공선사가 '아亞'자 모양으로 만든이 구들은 한 번 불을 때면 무려 100일 동안 따듯했다고 전해진다. 구들이 우리 선조가 물려준 과학적인 난방법임을 다시금 입증하는 예였고 오 원장은 이처럼 탁월한 구들 문화가 현대에 와서 사장되는 안타까운 일이 있어선 안 되겠다 절감한 것이다.

 

 

구들_우리 선조는 한 번 뜨거워지면 잘 식지 않는 돌의 특성을 이용해 장작불로 돌을 달구어 겨울을 따듯하게 났다. 아궁이에 불을 때어 구들장을 축열해 장시간 방을 따듯하게 하는 과학적 원리를 터득한 것이다. 아궁이에 지핀 불길이 고래를 훑으며 가다가 고래 끝에 파놓은 개자리(회굴)에 이르러 잠시 맴돌다 냉각되면서 그을음이 거기로 떨어진다.
굴뚝 밑에도 개자리가 하나 더 있어 오염물질은 여기 다 빠지고 굴뚝을 통해 맑은 연기가 배출된다.

 

 

 

 

온돌 편수 되살려야
구들이 놓이는 곳이라면 안 가는 곳이 없는 그다. 올여름에는 중국 길림성 조선족 민속촌에 구들 시공을 하고 왔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부르는 사람만 많지 구들 놓는 이는 명예도 재물도 따르지 않고 심지어 직종도 직책도 없다 책망한다.
목재 다듬는 일부터 시공, 감리까지 총괄하는 대목장大木匠, 창호와 가구 등 소규모 목공예를 하는 소목장小木匠, 목재 옻칠하는 칠장漆匠, 석조물을 제작하는 석장石匠, 기와 기술자 제와장製瓦匠, 기와를 잇는 번와장 瓦匠 등 한옥 각 공정을 맡는 전문 인력이 있고 직제가 있다. 또한 한옥은 전승해야 할 전통문화로 각 분야 명장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다. 그런데 과거 온돌 편수編首(변수)라 불리던 직제는 현재 쓰이지 않고 인간문화재도 없다. 그 역할이 미장이에게 흡수됐기 때문이라고 오 원장은 설명한다.
"국가에서 정해주는 직제 없는 장인이 무슨 소용이겠어요. 온돌 편수가 미장이에서 분화돼 하나의 전문 분야로 인정받아야 해요."

 

 

 

지금 중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세요? 중국은 구들을 자국의 고유한
문화라 논문에 쓰고 있어요. 우리는 억울함을 겪어봐야 뒤늦게 귀함을 알겠지요.
가까운 일본이나 서구에서도 구들 난방에 대해 극찬하는데
우리 현실은 그에 못 미치는 것 같아요.

 

 

 

오 원장에 따르면 내로라하는 구들 전문가는 국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수가 적다. 요즘 황토집 인기로 구들 놓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그간 소위 비인기 종목으로 그늘에 가려져 있다 보니 전문 인력 부족으로 엉터리 구들 시공이 허다하단다. 연기가 방 안으로 새어 나와 구들은 불편하고 위험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생기기도 하고 리모델링을 위해 구들바닥을 뜯어 보면 열효율을 제대로 살리지 않은 채 시공됐거나 비용을 아끼기 위해 발암 물질인 석면 슬레이트를 구들장으로 사용한 경우도 어렵지않게 볼 수 있단다.

 

 



 

2008년 완공된 구들문화전시관에선 오홍식 원장이 시공한 대표적인 구들 형태 몇 가지를 볼 수 있다. 평창군 백옥포리 마을은 5년 전 정부가 지원하는 새농어촌 사업을 구상하면서 마을 테마를 구들문화로 정하고 황토구들마을이라 이름 붙였다.
구들문화전시관에선 2009년부터 귀농 · 귀촌 희망자들을 위한 구들방 짓기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곳에 놓인 구들 외에도 구들 형태는 다양하다. 구들은 자연환경과 입지 조건, 생활양식 등에 따라 구조에 차이를 보이고 특히 수천 년 동안 표준 매뉴얼 없이 숙련공들의 경험으로 축조돼 왔기에 다종다양하나 기본 구조는 대동소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명제는 여러 사례를 통해 검증됐다. 구들 문화도 마찬가지다. 올바른 구들 시공과 구조 등 고유문화가 보존, 전파되도록 교육기관 관련 학과에 정식 교과로 채택되고 기능사 자격 제정 등 정부 정책 및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오 원장은 역설한다. 현재 시행 중인 문화재 수리 온돌공사 시방서도 수정돼야 할 부분이 많다고 한다. 오 원장은 이를 바로잡아 올해 초 문화재청에 건의했으며 추후 시방서 개정 시 반영 여부를 검토하고 구들문화원의 기술적 협조를 구한다는 문화재청의 답변을 받았다.
오 원장은 평창 황토구들마을에서 2009년부터 구들 교육을 전담하고 있다. 이곳뿐 아니라 그의 가르침이 필요한 곳이라면 전국을 찾아간다. 구들 실습장에는 귀농 · 귀촌 희망자들이 시공법을 배우기 위해 꽤 많이 몰려드는데 1박 2일간 열심히 익히면 작은 사랑방 구들을 손수 시공할 수 있게 된다.
사회에서 알아주지 않는 일, 직제에도 없는 일을 반평생 무슨 보람으로 하는지 그에게 물었다.
"아궁이 속의 불빛과 그 소리,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 바로 살아 있는 집이 주는 푸근함이지요. 수천 년 뿌리 깊은 전통과 문화를 우리 집 안에서 가꾸고 있다는, 문화 충족감이 끊임없이 구들을 놓게 만드네요."

 

 

 

구들문화 전시관에 놓인 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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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집의 푸근함, 구들 놓는 장인 오홍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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