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보기
 
2월 기획② 황토주택

어부가 사는 마을 흔암리에 지은 단층 목구조 흙집

집을 짓다보니 정철균씨는 그동안 몰랐던 많은 일들을 알게 되었다. 터를 찾고 시공사를 정하고, 시공사와 설계·계약을 하고, 착공에 들어가기까지 혹시 잘못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마음 졸였지만 바쁜 공장 일에 짬을 내 아내와 함께 현장을 다닐 때면 피곤한 줄 모르고 신바람이 났다. 지하수가 나오고, 기초공사가 완료되면서 본격적인 목수일, 지붕 공사가 끝나고 본격적인 흙벽돌 쌓기와 흙 미장일들이 진행되었는데 건축주는 그저 공정의 진행을 지켜보는 일밖에 특별한 일이 없었다.


겨울 강은 살을 에는 듯이 푸른빛이라 더욱 고즈넉하다. 거실에 앉으니 쪽배를 타고 강을 오르내리며 고기를 잡는 어부의 그물질이 눈에 들어온다.

겨울 남한강의 풍경이 아름다운 그 곳에 최근 흙집 한 채가 들어섰다.

정철균씨 가족은 몇 년 전부터 전원을 꿈꾸며 이곳 저곳 자연환경이 좋은 터들을 수없이 많이 보았다.

그러던 중 사업을 하는 공장이 장호원에 자리를 잡으면서 출퇴근이 가능한 여주 이천 지역을 염두에 두게 되었다.

2001년 늦봄, 여주 ‘점동마을’에 들렸을 때 그 마을에 사는 분의 소개를 통해 터를 매입하게 되었다. 명성황후 생가를 돌아 ‘점동마을’에 들어서면 흔암리 포장도로 끝 지점에 남한강 줄기가 보이는 터가 눈에 들어왔다. 현황은 농지이나 지목은 대지였다.

발품 팔아 찾은 남한강 줄기 점동마을 흔암리

십수년 전 대홍수로 마을 모두가 침수되어 현재의 마을 위치로 이전하게 되었고, 그곳의 땅들은 여전히 대지로 남아 있었다. 지금은 충주호가 만들어져 홍수의 위험도 사라졌고, 수변구역이 아님이 확인되었다.

2년여 전부터 전원주택 전시장을 다니며 황토주택을 지으려고 마음먹었고, 그때 받아둔 팜플렛을 들고 ‘행인흙건축’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 땅을 사서 집을 지어도 괜찮을 지’ 현장답사를 통해 미리 확인코자 한 것이다. 혹시 홍수라도 또 있으면 어쩌나, 흙을 미리 받아 성토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집을 앉히면 제대로 나올까, 판단이 서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행인흙건축’ 이동일 사장은 “현재의 지형 그대로를 살려 윗 터에는 본채를, 아랫 터에는 별채와 정원을 꾸미고, 진입로 앞쪽으로 단을 주어 주차장을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건축물의 기초는 현재의 지반 위에 앉히고 필요한 만큼 주위에 성토를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강변지역이기 때문에 합병정화조를 설치하여야 하며, 진입로 비포장 길의 측량을 통해 진입도로를 확보하는 문제도 협의가 되었다.

정철균씨는 매입 할 터 옆의 코너 땅 약 50여 평을 함께 매입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 땅은 건축 착공과 동시에 매입이 이루어져 앞마당을 넓게 만들 수 있었다.

발품을 팔아 현지에서 직접 터를 구하고, 미리 시공사와 건축계획을 협의하여 최종 집터를 구입하는 과정은 전원주택을 꿈꾸는 모든 이들이 간과해서는 안될 교훈이다.

시공한 집 수 차례 방문 후 시공회사 결정

터를 구입하고 등기까지 마친 후 정철균씨는 공장 일로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약 2개월 여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본격적인 건축계획을 세우기 위해 ‘행인흙건축’과 협의를 시작하였다.

최종 마음의 결정을 하기까지 ‘행인흙건축’에서 지은 집들을 찾아다니며 ‘여름엔 시원한지, 겨울엔 위풍은 없는지, 불편한 것은 없는지, 해주고 싶은 말은 없는지’ 등 꼼꼼히 챙겨 확인해 보기도 했다.

또한 그 시기 ‘행인흙건축’이 시공중인 안성시 죽산면 용설리 저수지 변의 신축주택 현장을 수시로 방문하여 그 집을 짓고 있는 건축주와 교분을 쌓으며, 예비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한 과정을 한 달여 또 거치면서 건축 설계와 내부 사양을 결정했다.

본채는 방 3개(부모님방, 안방, 자녀방), 거실 주방의 구조로 약 34평, 구들방 하나와 정자로 구성된 약 6평 정도의 별채 모두 합하여 약 40평으로 확정했다.

본채의 거실은 가 대들보를 만들어 경사 천정을 만들기로 했으며, 부모님방의 창문은 한옥형태의 낮은 창을 배치하고, 난방은 심야전기 보일러로 하고 보일러실 한편에 수납창고를 만들도록 계획했다.

구들방은 일상적으로 불을 땔 수가 없기 때문에 가스보일러 난방을 병행한 이중난방 시스템을 도입했다. 구들방 앞에는 남한강이 잘 보이도록 향을 배치하여 정자를 달아냈다.

건물의 외형은 한옥형 스타일이기보다 강변에 어울리도록 소수형 아스팔트싱글 소재로 겹지붕 형태로 구성했다.

거실의 경사 천정과 주방 위에 간이 다락을 만들면서 외형으로 보면 2층 형태의 건물이 우뚝 솟아 남한강을 바라보는 외관을 연출했다.

집은 그 집에 몸담을 건축주의 세심한 준비와 시공사의 기획력에 의해 만들어진다. 자신이 꿈꾸는 집을 발로 뛰어 찾아내고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반영하여 완성도 놓은 집을 만드는 것은 이제 건축주의 필수 항목이 되었다.

집 짓는 일은 정말 간단치 않은 일

집을 짓다보니 정철균씨는 그동안 몰랐던 많은 일들을 알게 되었다.

터를 찾고 시공사를 정하고, 시공사와 설계·계약을 하고, 착공에 들어가기까지 혹시 잘못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마음 졸였지만 바쁜 공장 일에 짬을 내 아내와 함께 현장을 다닐 때면 피곤한 줄 모르고 신바람이 났다.

지하수가 나오고, 기초공사가 완료되면서 본격적인 목수일, 지붕 공사가 끝나고 본격적인 흙벽돌 쌓기와 흙 미장일들이 진행되었는데 건축주는 그저 공정의 진행을 지켜보는 일밖에 특별한 일이 없었다.

그러나 윤곽이 다 드러난 골조형태를 보니 거실이 조금 좁은 게 아닐까, 간이 다락방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등등 생각이 많아졌다. 이때부터 건축주와 시공사는 협의하여 진행할 일들이 많아진다.

기초·골조공사는 건축주가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는데 창문이 서고, 공간구성이 눈에 들어올 때부터 페인트며, 화장실이며, 도배, 장판, 마루 등 건축의 마감공사에는 이견이 생기기도 하고, 공정들이 딱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건축주의 입장에서 지난 일들을 돌아보면 집을 짓는 일이란 정말 간단치 않은 일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다행히도 정철균씨와 시공사는 현장에서 발생한 시공상의 문제들을 즉각 협의하여 조치함으로써 순조롭게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처음 집을 지을 때 마을 사람들은 별장을 짓는다고 수군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완성된 집은 그리 화려하지도 규모가 크지도 않다. 다만 산과 강이 어울린 자연 그대로의 터에 안기듯이 들어선 건물에 노모와 중년의 부부가 몸을 담고, 또 그 아들들이 찾아오는 꿈의 집이 되었다.

자연석으로 외곽을 단장하고, 작은 나무 울타리와 석등 하나가 대문을 들어서는 발길을 잡는다.

앞엔 강이 보이고, 뒷산과 어울린 느티나무와 미루나무, 거기에 보탠 소나무 몇 그루가 어울려 그대로의 자연인 듯 편안하다.

지난해 12월 초에 입주한 후 성화에 못 이겨 집들이 전쟁을 치르고 난 후에도 주말이면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강이 얼어붙고 눈발이 날리지만 이 집 속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구들방의 장작불과 같이 훈훈함이 배어 있다.

도시로 출근하고, 별장 같은 집으로 퇴근하는 삶, 그리고 삶을 뉘일 인생의 마지막 집으로서의 전원주택에 대한 꿈은 모든 이들의 소망일 것이다.田

■ 글 사진 박병호(프리랜서)

■ 건축 정보
위치: 경기도 여주군 점동면 흔암리

대지면적: 2백79평(925㎡)

건축면적: 41.7평(138㎡)

건축구조: 한옥 목구조+흙벽돌 조적조+아스팔트싱글

실내구조: 본채- 방 3, 거실, 주방, 화장실 2, 다용도실, 보일러실, 창고

별채- 방 1, 화장실, 정자

난방: 본채- 심야전기 보일러

별채- 구들 +가스보일러 겸용

오수처리: 합병정화조

■ 공사비
지하수, 진입로 포장공사, 측량비 등- 1천만원

건축 공사비(심야전기 보일러, 벽난로, 합병정화조 포함) - 1억 2천 5백만원

조경 공사비 등- 2천만원
= 총 비용(대지 구입비용 제외)- 1억5천5백만원

■ 설계 및 시공: 행인흙건축 031-335-8133 /홈페이지 www.hangin.co.kr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어부가 사는 마을 흔암리에 지은 단층 목구조 흙집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