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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의 아침'이란 이름의 정원이라… 언뜻 목장과 정원이 매치되지 않는다. 목장을 상상해보라. 넓은 들판에 풀을 뜯는 양떼들과 낮은 울타리만 떠오를 뿐이다. 바로 여기에 꽃과 나무를 더한 것이 홍경숙 씨의 정원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들판을 연상해 잔디를 깔아 연출했고 모형 양들이 여기저기서 풀을 뜯고 있다. 전원의 운치를 더하는 억새, 각종 수목과 계절 따라 리드미컬하게 옷을 갈아입는 꽃들, 여기에 목장풍 소품들이 더해져 '목장의 아침'은 오늘도 활기찬 하루를 시작한다.

한송이 기자 사진 홍정기 기자 취재협조 남해 원예예술촌 055-867-4702 www.housengarden.net

 

 

 

 

 

 

 

남해 원예예술촌을 느긋하게 들러보다 보면 시간이 날개를 단 듯 훌쩍 지나간다. 집마다 지닌 테마가 다르고 그와 어울리도록 꾸며놓은 정원이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남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명소로 급부상한 이곳은 한 여성의 작은 소망에서 시작됐다. 대학에서 원예학을 공부하고 40년간 조경 전문가로 살아온 원예예술촌 홍경숙 회장이 바로 그 주인공. 그녀의 열정으로 마을이 완성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바닥정원연구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원예 마을 조성을 추진했고 남해군과 뜻을 합하면서 3년 단장한 끝에 이곳에 새 둥지를 틀게 된 것이다.
그녀의 열정이 곳곳에 밴 마을을 구경하다 보니 더욱 홍 씨 개인 정원이 궁금해졌다. '호주풍목장'을 테마로 해서인지 정원은 한눈에 봐도 푸근한 자연미가 넘친다. 또한 적재적소에 놓인 양, 캥거루, 소형 마구간 모형이 실제 목장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각종 소품과 돌길로 정갈한 정원을 완성한 홍 씨는 무엇보다 전원의 풍미를 담아내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잔잔한 마을 분위기와 알맞도록 최대한 자연미를 부각시키는 소품을 수집했어요. 집에서 내다보이는 정원 이미지도 고려했고요. 신기하게도 실내에서 보는 것과 바깥에서 보는 정원의 얼굴이 다르답니다. 이렇게 목장의 평화로운 들판을 가까이 두고 싶었던 오랜 꿈을 이뤘지요."

 

 

 

기후에 맞는 재료 선택, 시행착오 줄이는 길
서울과 기후 차이가 많은 남해에서는 조경 전문가인 홍 씨 또한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워낙 해와 바람이 강한데다 남해에서 얻을 수 있는 조경 재료가 많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던 것. 특히 정원에 웅장미와 무게감을 더해주는 마가목 등의 거목들은 서울에서 수송해야 했기에 경제적으로 부담이 적지 않았단다.
"남해에서 조경 경험이 없었기에 식물 선정에도 어려움이 따랐어요. 수명이 길고 사방으로 퍼지는 주목이나 낮게 울타리 치는 데 유용한 회양목은 서울에서 잘 자라는 식물로 꼽히거든요. 처음에는 여기에도 주목, 회양목을 많이 심었어요. 그런데 2년 반이 지난 지금 거의 전멸한 상태예요. 장미도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고요. 토질이 워낙 척박해 장미가 탐스럽게 피어나지 않더라고요. 그에 비해 허브류는 남해와 참 잘 맞아요. 회양목 대신 로즈마리 등 허브를 심으면 겨울도 잘 버티고 넓게 번지기 때문에 좋은 것 같아요."

 

 

 

이지케어Easy-care 정원
그녀는 관리에 손이 덜 가는 이지케어Easy-care 정원으로 만드는 것에도 힘썼다고 한다. 관리에 힘을 쓰다 보면 자연을 누리기보다 인공적으로 만드는 데 치중해 스트레스를 얻는 경우가 더러 있다. 때문에 식물 선정 시 관리가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2대 8 정도의 비율로 맞추면 더욱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매년 살아나는 숙근초 위주로 꽃을 선정하면 좋아요. 나머지는 컬러의 변화를 위해 매년 원하는 것을 선택해서 심고요. 우리 정원에는 얼마 전 억새를 5채 심었는데 자연스럽게 목장 분위기를 내는 데 일품이고 관리도 편해요. 병충해 걱정도 없고요. 가을부터 4월까지는 그대로 두었다가 4월 철쭉 피기 시작할 때 한 번 잘라주면 된답니다."
돌길을 터 놓은 것도 이지케어의 일환이다. 목장이 테마인 만큼 잔디 위주로 깔았는데 길이 없으면 방문객의 발자국이 사방에 찍힐 것이 당연할 터. '잔디를 밟지마세요'표지를 꽂아 놓기보다 길을 만듦으로써 이를 예방했다.
풀을 뜯고 있는 양이나 한가로이 잔디에 몸을 뉘인 캥거루 모형은 미국, 호주 등지에서 직접 들여온 것으로 목장 이미지를 배가시켜주는 효자 소품이다. 그 밖에도 첼로 모형, 아기 석상 등으로 정원을 아기자기하고 로맨틱하게 꾸몄다. 정원 중심부에는 물주기를 손쉽게 하도록 수돗가를 만들었는데 물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텃밭을 바로 옆에 둔 것도 관리의 편의성을 높인 것 중 하나. 언뜻 텃밭도 여느 꽃밭과 같아 보인다. 높게 솟은 우윳빛 부추꽃 때문인데 그 고운 자태가 채소라 부르기 어색할 정도다.
"채소 중에는 꽃만큼이나 색이 아름답고 모양도 그에 못지않은 것이 많아요. 그러니 굳이 텃밭과 꽃밭의 경계를 나눌 필요가 없지요."
그녀는 이 외에도 꽃이 피고 지는 리듬을 잘 이용하면 계절마다 새로운 얼굴의 정원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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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예 마을이라는 숙원 사업을 해결한 홍경숙 회장은 여전히 원예예술촌 번영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한 집에 3개 이상의 포인트 행잉바스켓 달기'아이디어로 마을에 통일감을 줬고 벚꽃길, 매화길, 온실 등 그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 하나 없다. 그녀는 이렇게 성심성의로 일군 마을의 공을 뜻을 함께한 손바닥모임연구회 회원들에게 돌렸다.
"공동의 비전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대부분 서울을 근거지로 둔 데다 각자의 생활이 있으니 남해로 이주하는 게 쉽지 않았지요. 그럼에도 큰 용기를 내 준 회원들에 감사할 따름이에요. 그 어렵다는 전원행을 함께 실행했고 '꽃'이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으니 앞으로는 이 낯선 땅에서 외롭지 않도록 서로 도우며 살아야겠죠? 행복과 꽃향기만 가득한 원예 마을이 되기를 고대하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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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목장의 들판, 정원이 되다, 남해 홍경숙 씨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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