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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들의 여유로운 생활 습성에 대해 알고 싶다면 정원에 가보라. 끝없이 펼쳐진 들판과 깊고 고요한 호수 그리고 거대한 나무들은 그들의 여유로움이 어디서 기인하는지 깨닫게 한다. 무려 3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Claremont Landscape Garden은 산책하며 사고하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들려준다.

글 · 사진 서상신 영국 통신원 seobbio@naver.com 자료참고 Met Office www.metoffice.gov.uk The National Trust www.nationaltrust.org.uk

 

 

 

 

 

 

 

 

한국과 달리 영국의 정원은 겨울에도 푸름을 잃지 않는다. 바로 기후 덕분인데, 높은 위도에도 불구하고 바다로 둘러싸여 계절에 상관없이 온화한 기온을 유지한다. 한겨울이라 할 수 있는 1월과 2월 평균 온도가 6.1℃(1971~2000년 평균, Met Office)에 불과하고 영하로 떨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까닭에 드문드문 벌거벗은 나무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겨울에도 잔디는 죽지 않고 그 푸름을 유지한다. 바로 이 점이 겨울철 영국 정원이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내는 원인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겨울 정원의 이미지는 앙상한 가지에 메마른 바닥 등으로 초록빛은 쉽게 연상할 수 없다. 하지만 온화한 겨울 기후를 가진 영국의 겨울 정원은 봄 못지않게 푸른 잔디와 가을빛 낙엽이 묘한 믹스를 만들어 낯섦과 동시에 싱그러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특히 영국인들의 정원 사랑에서 비롯된 정원 및 공원의 수와 그 거대한 규모는 정원을 단순히 식물을 감상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자연의 한 형태이자 자연과의 어울림을 감상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한다.

 

 

 

호수와 나무 그리고 하늘이 만들어내는 풍경
런던 남서부 서리Surrey 지역에 위치한 Claremont Landscape Garden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풍광이 주는 매력이 돋보이는 정원이다. 가든이 생성되고 얼마 되지 않은 1726년 혹자에 의해 'the noblest of any in Europe'이라 표현되었을 만큼 귀품과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영국 내 다른 정원에 비해 면적이 큰 편에 속하지는 않으나 잘 짜인 공간 계획은 어디에서도 훌륭한 뷰 포인트를 제공한다.

 

 

 





 

 

 

정원 입구에 들어서면 호수와 바로 연결된다. 정원의 구심점이 되는 평온한 호수는 오리와 거위를 비롯한 52종의 물새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방문객들은 호수를 돌며 호수 안, 하나의 작은 섬을 만난다. 마치 그림을 그린 듯 각기 다른 방향으로 솟은 길쭉한 나무들은 섬 안의 작은 집과 함께 신비감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 가다 보면 길이 꺾이는 부분에 사암과 백악을 이용해 만든 돌담길을 지난다.
돌이 만든 불규칙한 형태의 창은 호수를 다른 각도로 볼 수 있게 만드는 또 하나의 뷰포인트다.
정원은 연못을 기준으로 움푹 파인 구조로 양옆을 향할수록 높아진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 올라서면 정원 전체를 아울러 볼 수 있는 특권을 선사받게 된다. 입구를 기준으로 좌측에 있는 Grass Amphitheatre는 정원에서 가장 근사한 뷰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컴퍼스로 원을 그린 듯 나선형의 계단을 수놓는 잔디 그리고 그 아래 펼쳐진 라임 나무들과 호수의 풍광은 보는 이의 발길을 붙들뿐더러 정원에 오래도록 머물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Claremont Garden이 풍광으로 유명한 것은 이처럼 지형의 높낮이를 잘 이용했기 때문이다.
탁 트인 시야를 자랑하는 Grass Amphitheatre 후면에는 내추럴한 매력의 숲 속과 숲길 그리고 벤치들이 있다. 숲길들이 단순한 평지로 연결된 것이 아니라 저마다 다른 높낮이를 지녀 이를 걷는 동안 작은 동산을 오르내리는 듯한 즐거움을 맛보게 한다. 높지 않고 걷기 알맞은 정도의 높이는 땀이 송골송골 맺힐 때쯤탁 트인 풍경으로 보답하고, 보답이 만들어낸 기대감은 이후 산책길을 더욱 호기심 있게 만든다. Claremont Garden의 공간 계획이 돋보이는 또 다른 것은 산책길이 하나의 원 형태로 연결돼 길을 찾는 것이 수월하다는 점이다. 입구에서 시작된 길은 크게 두 개의 언덕을 지나 상쾌함을 맛볼 때 즈음 정원 시작점과 만나게 된다.

 

 

 





 

 

 

300년에 이르는 역사 그리고 The National Trust
Claremont garden은 1715년 영국 뉴캐슬 주의 첫 번째 공작이었던 Lord Clare에 의해 처음으로 설계됐다. 당시 Landscape Gardener였던 Charles Bridgeman은 Sir John Vanbrugh와 함께 정원을 구획했고 1726년 뷰포인트의 구심점이 되는 Grass Amphitheatre를 설계하기에 이른다. 그 후 1730년대 초반 William Kent에 의해 Grass Amphitheatre의 앞부분이 한층 자연스럽게 리모델링 됐다. Lord Clare 공작이 죽고 난 후 정원을 인수한 Lord Clive는 신고전주의 형식의 건물을 추가하는 한편 Amphitheatre 주변에 나무를 심어 숲을 형성하는 등 인위적이고 형식적인 느낌에서 벗어나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드러나도록 정원을 다시 한 번 개조했다. 19세기 초반에 들어 정원은 영국 왕족 소유로 넘겨졌고, 1949년 이후에는 The National Trust의 소유가 됐다. 영국에서 가장 큰 자선단체로 꼽히는 The National Trust는 영국, 웨일스, 북아일랜드 지역에서 역사적인 의미를 지니거나 수려한 자연미를 가진 곳을 소유 및 관리하며 일반인들에게 개방하는 일을 맡고 있다. 국민 환경 기금이라고도 불리는 이 단체는 1895년 창설된 이후 1907년 법제화됐으며 집 350개, 가든 160개, 성 28개 그리고 1100㎞에 이르는 해안선 등을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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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Garden] 역사 속에 깃든 드넓은 풍광의 미 Claremont Landscape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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