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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이고 금당계곡이 전면으로 활기차게 흐르는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개수리에 지난해 7월 펜션 '루피나의 정원'이 들어섰다. 문을 연 지 10개월이 흘렀지만 아직 정식 오픈을 하지 않았다. 요즘도 정원을 손보고 방문객들이 와서 즐길 족구장이며 농구장을 손수 다듬느라 땀을 흘리는 펜션지기는 굳이 서둘러 오픈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 그는 펜션에서 얻는 금전적 이익보다 전원생활이 낯선 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더 크다. 지금의 모습보다 앞으로의 펜션 '루피나의 정원'이 기대되는 이유다.

글 · 사진 홍정기 기자 취재협조 루피나의 정원 033-332-4973 www.rufinagarden.com

 

 

 

펜션지기 오석경(58세) 씨는 본인 세례명을 따 펜션 이름을 지었다. 정원을 전면에 내세웠기에 이곳에 오면 크고 화려한 정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할 법도 하지만 루피나가 말하는 정원은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소박하지만 작은 것 하나까지 직접 돌보고 가꾸는 그야말로 정성과 손때가 가득한 정원이다.
지난해 7월 완공한 펜션은 여태 정식 오픈을 미루고 있다. 10개월이 흘렀지만 정원은 미완성이고 방문객들을 위한 족구장이나 농구장 등도 땅만 다져놓은 상태다. 펜션지기 본인이 직접 하겠다고 나섰기에 그렇다. 그래도 시간이 흘러도 너무 흘렀다.
"보면 알겠지만 객실보다 부부가 생활하는 공간이 더 커요. 정말 전원생활이 오랜 꿈이었거든요. 펜션은 부수적인 거지요. 우리 부부는 여기서 전원생활이 낯선 이들과 함께 편안하게 쉬고 싶은 마음이에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급해하지 않고 우리가 즐기면서 하려고요. 힘들면 쉬었다 하면 되잖아요."

 

 

 

강원도가 좋아 강원도에 터를 잡다
오석경 씨는 얼마나 전원생활이 간절했던지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펜션을 짓기 시작했다. 원래는 60살이 되면 전원으로 내려가리라 마음먹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는 너무 늦을 것 같았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기력이 있을 때 내려가자는 결심을 했고 급기야 잘나가는 회사까지 그만두게 됐다.

 

 

 

 

 

 

강원도가 좋아 일 년에 서너 번은 꼭 찾았다는 펜션지기는 지인의 소개로 지금의 펜션 부지를 10년 전에 매입했다. 어느새 번듯한 포장도로가 생겨 드나드는데 어려움이 없지만 그때만 해도 울퉁불퉁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이곳에 닿을 수 있었다고 한다. 아무것도 없는 이곳을 매입한 것은 온전히 빼어난 자연환경에 반해서다.
부지는 높은 산으로 둘러싸였고 앞으로는 금당계곡이 청량한 소리를 내며 흐른다. 계곡 폭이 넓어 여름철에는 래프팅을 즐기려는 이들과 산과 계곡이 주는 시원함을 만끽하려는 사람으로 가득찬다.
금당계곡 인근 여러 관광 시설을 만나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태기산 700m 고지에 위치한 휘닉스 파크, 오대산 국립공원 입구에 놓인 한국자생식물원, 가족 관광농원으로 각광받는 허브나라, 우리나라에 하나 뿐인 양 목장인 대관령 양떼목장, 이효석의 생애와 문학 세계를 기리기 위해 설립된 효석문화 숲공원 등이 지척이다.
이런 곳이라면 당연 레포츠를 즐기려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펜션이 적격이겠지만 '루피나의 정원'은 쉼에 방점을 찍었다. 홈페이지에 펜션지기는 "금당계곡 한가운데에 오랜 꿈이던 전원생활을 위한 집을 지었습니다. 여러분께 행복한 쉼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라고 적어 놓았다.

 

 

 

 

 

 

사계절 네 가지 색을 즐긴다
봄은 예쁜 꽃들이 눈을 즐겁게 하고 햇볕이 뜨거운 여름에는 계곡 물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무더위를 날려버린다. 그리고 오색단풍이 온 산을 물들이는 가을과 마음까지 새하얗게 정화해 주는 듯한 아름다운 설경의 겨울. 이렇게 펜션은 사계절 각각의 색으로 방문객을 유혹한다.
의도적인지 펜션도 네 개의 방을 갖췄다. 애플그린, 로즈화이트, 사랑채, 베리핑크다. 그중에서도 펜션지기가 가장 애착을 쏟는 곳은 한옥분위기를 낸 사랑채다. 3년 전 펜션을 계획할 때만 하더라도 한옥을 염두에 뒀지만 경제적인 여건, 관리상의 어려움 등으로 목구조로 변경했다. 그래도 한옥을 잊을 수 없던 펜션지기는 객실 중 한 곳만이라도 우리네 전통 모습을 구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사랑채는 5일, 7일, 10일 등 전원생활을 접해보려는 이들에게 장기 대여도 할 예정이다.

 

 

 





 

 

 

사랑채를 제외한 나머지 객실 내부는 모던하고 심플하다. 1층에 위치한 애플그린과 로즈화이트는 커플을 포함한 적은 인원을 위한 객실이고 최대 6명까지 수용가능한 2층 베리핑크는 가족을 위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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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지기 오경석 씨는 방문한 당일도 정원을 가꾸느라 밀짚모자를 눌러 쓰고 있었다. 아직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추지 못해 연신 쑥스럽다는 그는 정원은 보이는 것이 아닌 내면에 감춰진 진면목을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원 전문가도 아니고 해박한 지식을 지닌 것도 아니지만 그는 그야말로 '애정'하나로 정원에 힘을 불어넣는다. 몇 달 후 본모습을 갖출 루피나의 정원이 몹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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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방에서 느끼는 4계季 4색色 펜션 ‘루피나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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