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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인구 100만 시대, 이제 캠핑은 한때의 열풍이 아닌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캠핑 마니아들은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고 새로운 캠핑장을 발견하기 위해 발품을 판다. 그러나 캠핑을 원하는 전원 생활자들은 이러한 수고가 필요 없다. 내 집 앞마당이 훌륭한 피서지요 캠핑장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에 대한 지식이 절대 부족하다는 것. 단순히 텐트 하나 치면 된다고 여길지 모르나 여기에도 지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포천 아토펜션 캠핑장을 찾아 캠핑 마니아에게 들어봤다. "캠핑, 좀 가르쳐 주세요."

글·사진 홍정기 기자 취재협조 아토펜션

 

 

 

 

 

 

6월 11일 토요일 오전 9시, 정영진(42세) 씨를 만나러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타프(그늘을 만들고 비를 막아주는 장비) 설치를 완료한 상태였다. 8시에 도착한 정영진 씨는 왼팔을 다쳐 깁스를 한 상태였지만 아랑곳 않고 캠핑에 나섰다. 결혼 전 20대부터 캠핑을 다닌 마니아여서일까, 해먹을 걸고 텐트를 치면서도 힘겨워하거나 불편한 기색이 없다. 한 손으로 동생 정근영(39세) 씨와 위치를 바꿔가며 줄을 당기고 바닥에 망치를 내리치는 모습이 꽤나 능숙하다.
"캠핑은 자신을 돌아보고 자연을 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경험입니다."그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캠핑에 나선 이유다.

 

 

 

노숙하라, 그러면 가족애가 싹 튼다
결혼 후에도 마음 맞는 지인들과 자주 캠핑을 하던 정 씨는 아내 김경희(42세) 씨에게 같이 갈 것을 요청했으나 번번이 거절 당했다. 아이가 있기 전에는 불편해서 싫다고 했고 이후에는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어떻게'노숙'을 하냐는 거였다. 그러다 경희 씨는 지금 15살인 승훈군이 어릴 적 아빠와 다녀온 후 매우 기뻐하는 것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자연은 아이에게 감성 놀이터다. 광활한 자연은 발길이 머무는 곳마다 초록으로 빨강으로 노랑으로 아이와 어울린다. 자연 그대로의 흙이 주는 촉감은 도시의 그것과 같을 수 없다. 경희 씨는 "다녀와서도 어찌나 좋아하던지, 계속 캠핑 이야기만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음에는 아이만 맡길 수 없어 따라나섰는데 생각했던 것만큼 불편하지 않고 굉장히 재미있었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고 나서 경희 씨가 달라졌다. 열성적으로 변해 각종 장비를 알아보고는 "이것도 필요하다, 저것도 필요하다"며 남편을 조르기 시작했고 결국 요즘 가족은 2주에 한번꼴로 캠핑을 떠난다.
캠핑의 장점 중 하나는 가족애가 싹 튼다는 것이다. 어느덧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승훈 군과는 캠핑이 아니면 얼굴 맞대기가 쉽지 않고 3살 어린 동생 지윤(12세) 양과도 짬을 내 이야기 나누기 어렵다. 한적한 곳에서 가족만의 시간을 갖다 보면 아무 말 하지 않아도 통하는 것이 있기 마련. 승훈 군과 지윤 양이 아무 탈 없이 지금까지 커 준 데에는 캠핑에서의 스킨십이 적잖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 부부는 믿는다.
얼마 전부터는 동생 가족이 합류했다. 정근영(39세)·김희주(39세)부부와 정아인(3세) 양이다. 이들이 동행한 이유도 다르지 않다. 아인이가 자연과 좀 더 친숙해지고 주말만큼은 집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하고 싶은 마음이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준비해야
지금은 전국 물 좋은 캠핑장을 줄줄 외는 정영진 씨지만 그 역시 초보 시절, 말랑말랑한 땅에 설치한 해먹이 무너져 아이가 다치기도 했고 욕심을 내 무리하게 장비를 구입했다가 낭패를 본 경험도 있다. 돌이켜보면 이런 일련의 과정이 캠핑을 통해 얻은 또 다른 즐거움이라고 그는 말한다.
서두르면 뒤탈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캠핑 전문가들은 무작정 텐트부터 치지 말고 나무 그늘아래 의자를 놓고 돗자리를 까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특히 가족 캠핑을 계획하고 있다면 내 집 앞 정원이나 가까운 공원에 의자와 돗자리만 들고 나서는 게 첫걸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캠핑에 처음 도전한 이들은 모든 것이 낯설고 불편하기 마련이어서 모르고 뛰어들었다가 가족 내에서 다툼이 발생하기도 하고 불편했던 기억이 각인돼 다시는 안가겠다고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마음먹고 구입한 고가 텐트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다음 캠핑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이다.
정원을 캠핑장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전원생활자들은 이들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장소 제약이 없고 모든 시설이 갖춰져 불편할 것이 없기에 가족들 반대도 크지 않다. 알맞은 장비만 갖추면 되는데 영진 씨는 한 번에 다 구입하지 말고 일단은 텐트와 의자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고 충고한다.
"처음부터 텐트, 의자, 타프, 해먹, 테이블 등을 풀세트로 구입한 후 나중에 후회하는 분들을 많이 봤어요. 보기에는 좋았는데 막상 쓰다 보니 필요 없는 물건이 있을 수 있고 본인이 사용하기에 편리한 다른 제품이 있을 수도 있거든요. 최근 캠핑 인구가 늘면서 장비가 경량화, 고급화되는 추세여서 가격이 크게 올랐어요. 조금만 발품을 팔면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얼마든지 있으니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준비하는 것이 좋아요"라고 조언했다.
인터넷 캠핑 관련 카페나 동호회, 개인 블로그 등을 활용하면 장비 구입이나 사용에 관한 노하우를 얼마든지 접할 수 있으며, 회원들과 공동 구매를 통해 시중보다 월등히 낮은 가격으로 장비를 마련할 수 있다.

 

 

 

실전, 정원을 캠핑장으로
장비까지 마련이 됐다면 이제 우리 집 정원을 캠핑장으로 만들 차례다. 먼저 텐트를 칠 평평한 자리를 찾는다. 어린아이가 있어 요즘은 주로 펜션 캠핑장을 찾은 영진 씨는 "주택이 곁들여 있으면 잠자리, 식사 등 여러모로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이라면 거실보다 주방이나 욕실과 가까운 곳에 텐트 칠 것을 주문한다. 어차피 생활은 거실이 아닌 텐트에서 하기에 음식과 씻을 공간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텐트 설치 장소로 소나무 아래는 피한다. 송진은 텐트 방수 코팅을 훼손하고 지우기도 어렵다.
근래 캠핑을 즐기는 이들에게 타프가 인기다. 넓은 그늘을 만들어 주고 아래에 테이블을 놓으면 야외 거실로도 손색이 없다. 원래 타프는 비나 눈으로부터 텐트를 보호하고자 설치하는 것이므로 텐트와 가까운 곳에 놓아 평소에는 공용 공간으로 쓰다가 날이 좋지 않으면 텐트를 감싸도록 이동한다.
해먹도 빼놓을 수 없는 캠핑의 매력을 느끼게 해주는 장비다. 보통 나무와 지지대를 연결해 설치하는데 텐트와 마찬가지로 단단한 땅에 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무를 이용하는 것은 자연스레 그늘을 마련해주기 때문. 어른아이 구별 없이 모두가 좋아하는 것이 바로 해먹이다.
이 외에도 낮은 의자, 여러 명이 둘러 않을 수 있는 테이블, 일광욕을 즐기는 선베드 등도 주요 아이템이다.
이러한 장비만큼 중요한 게 혹시나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해 챙겨야 할 응급 의약품이다. 특히 아이들은 넘어져 피부에 손상이 오거나 타박상을 입을 수 있고 뜨거운 태양아래 장시간 피부를 노출하면 화상을 당하는 일도 있으니 상처 치료용, 화상용 연고를 챙기고 반창고나 밴드도 잊으면 안 된다. 전원주택은 약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밤에는 구하기도 힘들기에 미리 간단한 응급 약품을 챙기도록 한다.
캠핑을 하다 보면 텐트나 타프를 고정하기 위해 매 놓은 줄에 걸려 넘어지는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아이들에게 미리 주의를 시키고 줄에 색이 있는 리본을 묶어 놓으면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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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DOOR LIFE] 캠핑 마니아 정영진 씨를 통해 본 정원을 캠핑장으로 활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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