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베른에서 지내던 독일의 문호 헤르만 헤세는 에세이집《정원일의 즐거움》을 펴냈을 정도로 정원 가꾸기를 즐겼다. 그는 에세이를 통해 고향은 무엇이나 아름답고 완전하다고 표현하고 정원 가꾸기는 자유의지로만 되는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 집 정원에 심을 관목 하나를 고른다고 하자. 거기에 온전하게 자신의 자유의지가 들어있다고 할 수 없다. 그 배후에는 무의식적인 바람과 추억 그리고 필연성 같은 것들이 숨어 있다고 헤세는 이야기한다. 에세이 속에 등장하는 노인은 이렇게 말한다. "마가목을 고른 것은 그 모습과 잎이 아카시아 나무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였다. 훨씬 나중에 가서야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그게 아니었어. 내가 그 어린 마가목을 갖고 싶었던 진짜 이유는, 식목원에서 그 나무가 자라고 있는 곳을 눈여겨보았을 때 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정원 한쪽 구석이 떠올랐다는 거야. 식목원으로 찾아가면서 마가목을 살 마음이 전혀 없었거든. 거기에서 처음 어린나무를 보자 갑자기 어린 시절의 한때와 할아버지가 생각나서 산 거란다."
정원 일을 좋아하는 고기동 건축주 부부는 노인의 말을 잘 안다. 자신의 자유의지로 안 되는 것이 식물을 가꾸고 좋은 정원을 만드는 일이라는 것, 불완전한 것도 사랑할 줄 알아야 정원 가꾸기의 베테랑이 된다는 것. 뒷산과 이어지는 뒷마당과 널찍한 앞마당은 아마도 그들의 고향 어느 한 구석과 닮아 있을 것이다. 그들은 이 아름다운 정원에서 고향의 풍경을, 향기를, 소리를 가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