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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도 없는 농촌에 들어와 평범한 작은 마을을 연간 30만 명이 찾는 이름난 마을로 만들어 놓은 '큰삼촌의 농촌체험여행'안문태 대표. 그는 이제 한 마을을 뛰어넘어 전국 농산어촌 체험관광벨트 만들기에 나섰다. 9월 창립한 한국농산어촌체험관광협회 회장으로 추대된 안문태 대표를 그의 마을에서 만났다.

박지혜 기자 사진 백희정 기자 취재협조 한국농산어촌체험관광협회 02-811-0119 cafe.naver.com/cehumtour 큰삼촌의 농촌체험여행 031-773-4888 www.cehum.com

 

 

 

 

 

10월 6일, 경기 양평군 청운면 신론리는 아침부터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마을 전체가 활기로 넘친다. 한바탕 축제라도 벌어진 기세다.
"여기는 도시에 없는 것이 많아서 좋아요!"
주저 없이 한 아이가 말한다. 여기에 질세라, " 산에 올라가 옛날 그네 타는 것도 재밌어요!"한다.
옆에 있던 다른 아이도 찰나를 놓치지 않고 끼어든다.
"저는 빨리 고구마 캐고 싶어요!"
서울 금호초등학교 5학년 8개 반이 신론리에 있는 '큰 삼촌'마을을 찾았다. 소위 입소문 마케팅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농촌체험 마을이다. 체험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고 다른 마을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 뿐이 아니다. 마을 초입 '황토마을'을 비롯해 '외갓집체험마을' 등 신론리 농가들 마당에는 아이들을 한가득 태운 관광버스가 줄을 잇는다. 농가들이 체험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다른 시골 마을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다. 매일같이 방문객이 찾아들 정도로 꽤 활성화돼 있다.
"우리 마을에는 현재 4개 농가가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양평 신론리는 농촌체험 마을로 인기가 높다. 마을에는 섶다리를 놓아 시골 운치와 고유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진행하는데 오늘 하루 모두 3000명의 방문객이 다녀갈 예정입니다. 연간 30만 명 정도가 우리 마을을 찾고 있습니다."
'큰삼촌'안문태 대표의 설명이다.

 

 

신론리를 30만 관광객이 찾는 마을로
지금은 도시에서 찾아오는 이들에게 시골 큰삼촌으로 통하지만 안 대표는 사실 도시 출신이다. 양평 신론리에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의 귀촌은 오로지 농촌체험프로그램을 활성화해 보자는 것이 동기가 됐다. 방송 엔터테인먼트 기획자였던 그에게 농촌은 광활한 미지의 개척 분야로 떠올랐을 법하다. 귀촌을 결심하기 직전 그는 전국 축제를 기획한 적이 있었다. 그때 농촌을 차분히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귀촌하기 전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체험 프로그램이 다 짜여 있었다. 지나치다 우연히 알게 된 마을 신론리를 귀촌 대상지로 낙점한 것 역시 오로지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잘 진행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고 판단해서다. 당시 산과 강, 바다, 논밭이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단다. 그 중 바다 빼고 다 갖췄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농촌체험마을 사업이 초창기였던 2000년대 초반, 지금처럼 외부인과의 접촉이 많지 않았던 신론리 주민들은 도시 이방인이 나타나 사업을 추진한다고 하니 거부감과 불신이 대단했단다. "서울에 사기 칠 게 없어 시골에서 사기치려고 들어왔나"하는 식이었다. 그에 아랑곳없이 안 대표는 그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했고 이 마을에 들어와 체험프로그램을 주도한 첫해인 2003년 8000명의 방문객수를 기록했다. 그 다음 해는 두 배로 늘어나 1만 5000명, 그 다음 해는 폭발적으로 늘어나 7만 명의 방문객이 '큰삼촌'을 다녀갔다.
그렇게 그는 무일푼으로 귀촌해 4년간 무보수로 일했다. 도시 이주민에 대한 원주민들의 불신이 좀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마을에서 벌어들인 돈을 비록 수고비 명목으로라도 가져가는 것이 내키지 않았을 것이다.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마을 인지도가 높아지고 마을 소득도 불어나자 주민들도 그에게 차츰 마음을 열었다. 2006년에는 현재 그의 사업장으로 사용하는 부지 2000평을 '마음껏 해보라며'선뜻 내주는 선심도 베풀었다.
'큰삼촌'의 농촌체험 프로그램이 도시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자 다른 농가들도 잇달아 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신론리는 농촌체험 마을로서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체험 프로그램 덕분에 이곳 농민들 주름도 활짝 펴졌다. 안정적인 유통과 수익 구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큰삼촌'농사체험 프로그램에 논밭을 제공하는 양명석(66세) 씨는 무엇보다 농작물 유통을 걱정하지않아도 돼 한결 편해졌단다.
"농사지어 놓으면 체험마을에서 돈 주니 돈 걱정 안 하지, 손님들이 캐서 가져가니 팔 걱정 안 해도 되지,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정말 속이 다 후련해요."
양 씨의 농가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농작물을 모두 소진하며 철에 따라 모, 고구마, 감자 등 농사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체험마을, 제2의 부흥기 이룰 것"
안 대표는 신론리 일대를 성공적인 농촌체험 마을로 이끄는 데 기폭제 역할을 한 장본인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는 최근 한국농산어촌체험관광협회(이하 협회) 회장을 맡아 전국 농산어촌을 수준 높은 체험관광지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협회는 전국 농가 및 마을 120개 회원사들이 모여 출발부터 순조로워 보인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서 '모여라~'해서 자발적으로 모인 이들이 아니다. 안 대표를 비롯한 발기인들은 수개월간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전국 방방곡곡 순회 설명회를 여는 등 고생도 만만치 않았다 한다.
그가 소위 잘나가는 '큰삼촌'에 안주하지 않고 다른 마을과 농가의 미래까지 떠안으려는 까닭이 뭘까. 그것은 정부 정책과도 맞물려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현재 농어촌 체험마을에 대해 등급제 도입을 추진중이다. 농어촌관광사업이 도시민에게 여가의 장으로 농어촌에는 새로운 활력과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판단한 농식품부는 관광 상품의 서비스와 프로그램 등 그 수준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자 등급제를 착안하게 됐다. 등급제 실시로 관광 상품의 질이 향상되고 사업이 보다 활성화되며 나아가 국내외 관광객을 농어촌으로 유치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참고로 농식품부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 농어촌 체험마을은 558개, 방문객수는 532만 명, 매출액은 794억 원이다.
안 대표 역시 농어촌관광사업에 대한 긍정적 전망과 질적 향상의 필요성에 있어서는 정부 측과 견해가 같다.
"과거 관광지를 눈으로 보는 '순회 관광'의 시대는 가고 이제 그 문화 속으로 직접 들어가 '체험하는 관광'이 붐을 타고 있습니다. 농어촌 체험마을이 몇 년 새 큰 성장을 이뤘다는 점에서 입증됐습니다. 그런데 체험관광 마을로 지정됐으나 벌써 쇠퇴기를 맞는 마을들이 꽤 있습니다. 기획과 마케팅에 둔감한 현지 인력의 한계 때문입니다. 주변 환경에 따라 빨리 변해야 발전하는데 농민들은 그걸 감당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본 협회는 체험관광을 진행하고 있으나 성공적으로 추진하지 못하는 마을을 선정, 그 마을의 특화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기획하는 등 컨설팅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등급제는 단적으로 말해 일등은 키워주고 꼴찌는 도태시키는 결과를 불러올 공산이 크다. 방문객은 프로그램이 좋고 숙소가 편안한 곳을 찾지 프로그램이 엉성하고 숙소도 불편한 곳을 찾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저소득과 저투자의 악순환의 고리에서 결국 도태되는 곳도 생길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협회가 추진하는 체험마을 지원 사업은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다룬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게다가 순수하게 재능(노하우) 기부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협회 재능 기부자들은 기획, 자원 발굴, 행사 진행, 홍보, 마케팅 등 컨설팅과 이러한 노하우를 해당 마을에 전수해 마을 스스로 자립하도록 도와줍니다. 또한 한정된 시장에서 아전인수 격으로 경쟁하지 않도록 시장 확장에 주력할 방침입니다. 그 한 방법으로 현재 한국관광공사와 MOU 체결을 추진 중이기도 합니다. 마을마다 서로 차별화된 특화프로그램, 프로그램의 명품화로 농산어촌에 활력을 주고 체험마을로 새로운 부흥기를 맞도록 도울 것입니다. 나아가 사회적 기업, 농민 기업을 세워 농촌 발전을 꾀하고 명실공히 도농 격차를 해소하는 역할을 협회가 하고자 합니다."
'큰삼촌'마을에는 텔레비전이 없으며 과자 파는 가게가 없다. 안 대표가 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모두 없앴다. 텔레비전이 없으니 부모와 자식 간,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자손녀 간 대화의 물꼬가 자연스럽게 터진다. 아이들은 좋아하는 과자를 못 먹으니 자연히 농산물과 시골음식을 달게 먹게 된다.
농촌에서 체험하는 일, 그것은 단지 벼를 베거나 고구마를 캐거나 혹은 트랙터를 타 보는 것이 다가 아니다. 그것으로 끝난다면 어쩌면 몇번 만에 물려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것이다. 농촌에서 체험하는 일, 그것은 자연의 가치에 새로운 눈을 뜨게 하고 가족애를 두텁게 하며 이웃을 돌아보게 한다. 온몸으로 겪어야 하는 이 일은, 책으로 인터넷으로 결코 획득할 수 없는 것이다. 바로 농촌이 있기에 가능한 일임을 안문태 대표는 일찌감치 터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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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어촌 체험마을 키우는 시골 ‘큰삼촌’ 안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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