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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현무암과 커다란 편마암이 묵직하게 자리한 틈으로 작은 이끼들이 빼꼼히 자라고 있다. 풋풋한 야생화와 아담한 폭포가 흐르는 정원이 향토적이고 푸근하다. 돌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담아 만든 이곳은 수 세기 동안 닳고 깨어져 완성된 독특한 형상을 뽐내는 돌로 가득하다.

백희정 기자 사진 홍정기 기자 취재협조 원예예술촌 055-867-4702 www.housengarden.net

 

 

 

"막연히 풀과 돌이 좋았고 바다가 보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고 싶었어요."어릴 때부터 식물에 대한 애착이 깊었던 박혜숙 씨는 자신만의 정원을 갖고 싶다는 꿈을 품고 살다가 자녀가 장성한 후 남해로 내려왔다. 평범한 주부로 살면서 혼자만의 공간에 대한 갈증이 깊었기에 큰맘 먹고 내린 결정이었다.
그가 어릴 때부터 지녀온 꽃과 풀에 대한 애정은 자연스레 원예로 이어졌고 그 관심은 돌에 정착한다. 그중에서도 현무암에 깊이 빠져 직접 돌을 놓아가며 정원을 완성했다. 거의 일 년여간 정원 만드는 데 온 힘을 쏟아 나중엔 병이 났을 정도였다고.
"돌 구하러 다니랴 정원 만들랴 고생을 너무 많이 했는데 아픈 줄도 모른 채 열중했어요. 몸은 힘들지만 마음만은 뿌듯하던걸요."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 힘으로 만든 정원은 산 정상 부근에 터를 잡아 자연스럽게 경사를 이용한 작은 폭포를 만들었고 곳곳에 좋아하는 돌을 앉혀 완성했다.

 

 

 

 

 

 

전국에서 공수한 돌로 만든 정원
박혜숙 씨의 정원엔 편마암과 현무암이 주를 이룬다. 정원에서 집으로 연결되는 계단 주변에도, 정원에 들어서는 입구에서도 돌이 먼저 반겨준다.
현무암은 제주도에선 돌하르방으로 대표되고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지만 다른 지역으로 반출할 수 없다. 제주국제자유도시 특별법 시행 조례에 따라 제주도 내 화산분출물, 퇴적암, 현무암 등의 자연석도 관리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제주도 밖으로 돌을 가지고 나가려면 시장, 군수의 허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남해에 정원은 만들어야겠는데 돌 구하기가 워낙 어려웠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서울 정릉에 있는 주택이 현무암으로 꾸며져 있는 거예요. 다행인지 그 곳이 아파트로 재개발된다기에 냉큼 얻어왔어요."
정원에 크게 자리 잡고 있는 편마암은 충청도에서 구해온 돌이다. 서울과 충청도에서부터 머나먼 남해까지, 커다란 돌덩이를 옮기기 위해 산길 굽이굽이 5톤 트럭이 줄줄이 오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가져온 돌들은 고유의 모양을 살려 위치 선정을 한 뒤 주변에 화초를 식재했다. 소나무도 심고 윤향나무, 금낭화, 돌단풍 등을 조화롭게 배치했다. 현무암으로 만든 폭포의 끝 작은 연못에는 수생식물을 심었다. 폭포에 흐르는 지하수는 자동 배수가 된다. 경사로 만들어진 골짜기엔 야생화 등 풀꽃을 심어 작은 산을 만들었다.

 

 

 







 

 

 

석부작 만드는 재미에 푹 빠지다
석부작은 현무암에 이끼나 양치식물을 식재해 만드는 분재다. 현무암을 깨끗이 씻어 돌 틈에 영양을 흡수할 거름을 깔고 원하는 종류의 식물을 심으면 된다. 현무암은 크고 작은 구멍이 뚫려 있어 수분 흡수력이 좋아 식물이 잘 자라고 관리도 어렵지 않다. 식물이 썩지 않게 주기적으로 물을 주고 통풍을 잘 시켜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한번 식물을 식재하면 크게 손댈 일이 없지만 돌 틈이 좁아 거름 주는 일은 거르지 않고 꾸준히 챙겨야 한다. 거름은 식물이 오랜 시간 퇴적해 만들어진 토탄이 들어간 생명토를 사용한다. 박혜숙 씨는 정원뿐 아니라 집 안에도 석부작을 뒀다. 관상용으로도 좋고 수분을 머금고 있어 실내 습도 조절에도 효과적이다.
집 뒤쪽엔 작은 온실을 만들어 돌을 이용해 만든 조경물들을 진열해 두었다. 문어 잡던 망, 깨진 돌, 안 쓰는 항아리… 돌이나 조경 재료는 매번 구매하기보다 주위에 있는 것을 가지고 꾸미는 걸 즐긴다. 그 많은 조경물과 정원을 관리하기가 귀찮을 만도 하지만 정작 본인은 행복하단다.
"작은 돌 하나도 단단하고 고고한 기운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아요. 모습도, 크기도 다르지만 다 각자의 매력이 있어요. 저는 다시 태어난다면 식물이나 돌로 태어나고 싶어요. 그렇게 돌이 좋고 자연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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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무암으로 만든 석부작의 세계, 남해 박혜숙씨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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