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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을 꾸미고 관리하는 일을 힘든 노동이라 여기는 펜션지기도 있지만 그 일을 즐거움으로 여기는 이도 있다. 뚝딱뚝딱 망치질로 테이블을 만들고 윙윙~ 재봉틀로 커튼을 만들어 손님방에 들이는 일이 한갓진 전원에서 펜션을 운영하며 누리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주인장의 손때 묻어 정감 어린 다로산펜션으로 안내한다.
박지혜 기자 사진 백희정 기자 취재협조 다로산펜션 033-671-4504 www.darosan.com

 

 

 

Pension(연금, 은급)'의 뜻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꼬박꼬박 연금을 받듯 노후 자금 해결책으로 운영하는 본래 취지의 펜션이 최근에는 하나의 사업체로 성장하는 분위기다. 건축주이자 펜션지기가 가족 돌보듯 펜션을 관리하는 대신, 대표와 매니저라는 직책이 생겼고 펜션 관리사라는 직업과 교육과정이 생겼을 정도다. 이처럼 기업화 되면서 펜션은 더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급화 차별화 정책에 몸을 던진다.
그만큼 소비자 사용 가격은 상승해 호텔 버금가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펜션들도 속속 생기고 있다. 이렇다 보니 객실을 두세 개정도 내어 가족 돌보듯 손님을 맞는 펜션들은 뒤안길로 밀려난 기분이다. 그러나 후자에게는 번지르르한 펜션이 흉내 못내는 매력이 있다. 그 매력이 어떤 것인지는 양양에 있는 다로산 펜션에서도 엿볼 수 있다.

 

 

건물부터 가구, 패브릭… 손수 만들어 정성이 그득
도심에서 묻은 영혼의 때를 단번에 씻어줄 것 같은 동해가 시원스럽게 펼쳐진 위치에 있는 펜션이다. 산과 바다를 끼고 달리는 7번 국도는 평일이라 더욱 한산해 여행자의 기분을 달래기에 충분하다. 낙산사에서 물치해변 방향 7번 국도변에는 관광호텔, 모텔이 듬성듬성 보이고 펜션은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만난 편안하고 아늑한 다로산 펜션은 여행의 즐거움을 한층 고조시킨다.
뒤로는 짭조름한 해풍과 태양의 세례를 받은 울창한 소나무 숲이 등등하게 받치고 있고 주도로에서 갈라진 좁은 도로에 펜션 진입로가 연결돼 큰 도로의 산만함을 면한다. 입지 조건에 어울리게 '바다로 산으로'를 축약해 지은 펜션 이름도 재밌다. 코앞이 동해이고 산도 가까워 이름이 귀에 쏙 들어온다.

 

 

 



 

 

 

오픈한 지 거의 10년이 된 다로산은 그 세월이 무색하지 않게 운치가 있다. 절정의 계절에 정원을 보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로 각종 조경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 다로산에서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1층 카페는 주인의 정성이 고스란히 배어 이곳만의 특별한 매력을 발산한다.
"요즘 새로 생긴 펜션들 근사한 곳이 많은데 우리 집은 왜…?"
부지런하고 시원스러운 성품의 펜션지기 설인석(53세) 씨는 고급스럽고 더 유명한 곳도 있는데 왜 다로산을 촬영하느냐는 투다. 그도 그럴 것이 외형적으로 보면 다로산은 누구나 선망하는 번쩍이는 다이아몬드는 아니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대학에서 조각을 공부한 설인석 씨가 손수 만든 가구와 그림 액자들, 의상학을 공부한 아내 이정애(51세) 씨가 한땀한땀 만든 커튼과 침구 등으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 남다르다. 7개의 객실은 펜션지기의 정성과 온기로 포근하다.
게다가 건물도 가족이 합심해 손수 올렸단다. 고향이 강원도인 설 씨는 속초에서 인테리어 사업을 하다 외환위기 때 사정이 어려워져 사업을 접고 그 이후 가구공장을 경영했다. 그런 경험을 살려 손수 집을 올리고 가구 만드는 일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인근 법수치계곡이나 오색약수 부근에 펜션이 들어서기 시작했는데 그걸 지켜본 설 씨는 "내 손으로 직접 지을 수 있겠구나"싶었다고. 게다가 친구가 인근에 산타힐 펜션을 오픈한 것을 보고 정보도 얻고 자극제가 됐다.

 

 

로맨틱한 객실 & ' 나만의 안뜰'
부부의 땀과 열정이 녹아 있는 펜션은 젊은 여행자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그 호응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부부는 꾸준히 객실을 개선했다. 펜션지기들 모임을 통해서도 객실 운영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요즘 스파 시설을 찾는 고객들이 많아요. 펜션의 필수 조건이 됐다고 해야 할까요. 꼭 스파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스파를 갖춘 객실을 요구하는데 마치 객실의 그레이드를 말해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연 속 시원한 공기를 만끽하며 피로를 풀 수 있는 노천 스파 시설을 최근 설치했다. 확실히 스파 설치 후 예약률이 높아졌단다.
덱에 설치한 스파 욕조는 일본 노천탕을 연상시키는데 목재 널로 외부와 차단해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 실내와 편리한 동선으로 연결되며 외부에 스파를 설치함으로써 이용자는 공간 이용 범위가 넓어진 기분이든다.

 

 

 



 

 

 

객실에 딸린 덱은 '나만의 안뜰'이라는 기분을 준다. 각 객실은 바닥면 레벨 차를 두거나 요철 있는 외벽을 설계하고, 건물 전후를 적절히 활용해 동선에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각 실 덱을 배치했으며 목재 울타리와 대문을 설치했기에 그런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 진입로와 연접한 건물임에도 프라이버시 침해 걱정 없이 누릴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공간 배치 덕분이다.
미술을 공부한 펜션지기답게 유명 화가의 이름을 딴 객실은 화사한 봄처럼 로맨틱하다. 부드러운 느낌의 목재를 그대로 드러내거나 나무 질감을 살린 빈티지 페인팅 마감으로 편안함을 준다.
객실에 바다 전망과 개방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은 1층에 카페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독립된 카페로 영업을 해도 좋을 정도로 알차다. 공간이 넉넉할뿐더러 다년간 주인장이 가꿔온 흔적으로 운치가 있다. 곳곳에 설 씨의 미술 작품이 얼굴을 들고 있고 드럼, 피아노, 기타 등 각종 악기와 당구대, 게임도구 등 오락과 휴식을 취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펜션지기가 직접 내려주는 구수한 원두커피까지.
커피를 홀짝거리다 보면 창밖으로 관상용 닭인 일본 자보(꽃닭) 몇 마리가 내려다보인다. 논에 들어가 먹이를 쪼고 있는 모양이다. 평화로운 전원 풍경은 다로산 카페와 객실에까지 밀려든다. 펜션지기는 커피를 서비스하는 동안 자보들은 평온함을 서비스하는가 보다. 이 역시 다로산에서 맛보는 특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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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가구 짜고 아내는 바느질해 만든 양양 ‘다로산 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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