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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OC! 프랑스 건축학교에 들어가 첫 프로젝트를 하면서 처음 배운 단어다. Quoi(무엇을), Ou(어디에), Comment(어떻게)의 이니셜을 조합한 단어로 건축설계를 할 때 기본이 되는 'Quoi : 무엇을 지을까, Ou : 어디에 지을까, Comment : 어떤 자재를 쓸까'를 뜻한다. 그런데 이 세 가지는 건물을 지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조건들임에도 실제로는 간과되고 무시되는 경우가 더 많다.
Quoi : 건축주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인 엑상프로방스와 아를, 아비뇽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작은 시골 마을에 8년간 거주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내추럴한 프랑스 농가 같은 집을 원했다. 주말마다 내려와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퇴직 후에는 귀촌해 상주하게 될 집이라고 했다.
Ou : 경기 양평군 청운면,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차 한 대가 간신히 다닐 만한 구부정한 시골길을 15분 남짓 들어가면 도착하는 산 속. 가파른 산기슭 중턱 즈음에 손으로 뭔가를 감싸 쥔 듯한 산등성이를 양쪽으로 지고 있어 아늑하면서 마을 경관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이다. 주변에 빼곡히 소나무 숲이 있고, 산기슭 중간 중간에 이미 터를 잡아 이 땅의 주인인 듯 뻣뻣이 고개를 든 서너 채의 집들이 들어서 있다.
Comment : 건축주는 약해진 피부를 우려해서인지 콘크리트 건물보다 목조 건물을 원했고, 프랑스 시골의 정겨운 풍경과 따뜻한 인심을 그리워하며 따듯한 색상의 집을 원했다.
오귀스탱 베르크Augustin Berque*는 인간이 자연에 개입할 때 지켜야 할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모든 개발은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하고, 윤리적으로 정당하며, 미학적으로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건물을 다 짓고 나서 Quoi-집을 지었고, Ou-적절한 부지에, Comment-좋은 재료로 지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번쯤 오귀스탱 베르크의 원칙을 떠올려본다면, 자연과 사람 모두에게 더 나은 환경을 주는 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 주. Augustin Berque(1942~ ) : 프랑스의 문화 지리학자, 일본학 전문가. 인간 존재와 자연공간을 철학적 근원적으로 파악, 자신만의 풍토학을 구축. 1969년 처음 일본 방문 이래 통산 수십 년간 일본에 체류하며 일본문화의 실증적 파악으로 일본 이해에 크게 이바지했음을 국제사회에서 높이 평가받았다.

 

 

 

 

 

 

 정기웅 님은 현 베른하우스 디자이너로 재직 중이며, 8년여의 프랑스 체류를 바탕으로 프로방스 주택의 한국적 재해석을 통한 주택 보급에 힘쓰고 있다. 파리 시립건축학교(ENSAA)를 졸업하고 파리국립건축학교(ENSA La Villette) 친환경 건축 석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파리 건축기사협회의 공식회원으로 Paris-Bagnolet 공동주택 외 다수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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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웅의 전원주택 스케치] 건축의 조건 Quoi Ou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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