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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웅의 전원주택 스케치] 처지: 처하여 있는 사정이나 형편
- 얼마 전 한 신문기사를 보고 크게 공감한 적이 있다. 외국인 며느리들이 한국의 결혼문화 중 시부모가 전셋집을 마련해주는 것에 대해 실은 기사였다.보통 외국에서는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면 대부분 부모도움을 받지않고 신혼생활을 시작한다. 2개월분의 집 보증금과 신원보증만으로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후 결혼생활이 정착되면 은행에서 대출받아 집을 장만하고 평생을 갚아 나간다.어찌 보면 우리나라와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하겠지만, 타인에 의존하지 않는 그들의 독립적 주거 마련 과정을 본다면 결혼이나 혼수 문제 때문에 부모가 노후자금을 헐거나 자녀가 결혼을 늦추거나 포기하는 일은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많은 부모나 젊은이처럼 결혼 후 살아야 할 집걱정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것이다.요즘 주택시장 동향을 보면 큰 평수의 아파트나 주택보다 적당한 크기의 실용적인 공간을 원하는 수요자가 늘어났다.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집이 아닌 집의 본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듯하다. 기사 속 엔더슨 씨의"스웨덴 사람에게 내 집 마련은 큰 꿈이 아니며, 집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거주하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머지않은 미래에는 우리형편에 가장 잘 맞는 주거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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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웅의 전원주택 스케치] 처지: 처하여 있는 사정이나 형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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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웅의 전원주택 스케치] ARTIST
- 머잖아 우리나라에 IKEA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IKEA 광고판을 세워둔 광명 KTX 역사 옆 부지는 판매장 공사를 시작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 IKEA는 견고하고 튼튼하진 않지만, 예쁜 디자인과 적절한 가격으로 많은 소비자를 확보한 유럽 최대 가구업체다. 필자도 유학시절 적잖은 돈을 들여 IKEA 가구를 구입하곤 했다.유럽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D.I.Y.가 대중화됐다. 유럽인들은 기초공사에서 인테리어 마감, 작은 오브제에 이르기까지 자기 집은 손수 지을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어릴 적부터 부모가 집을 고치는 것을 보며 자라서인지 재료상에서 자재를 사서 손수 다 만들어 쓰는 친구들을 보며 약간 부러워하기도 했다. 오랜 세월을 통해 익힌 그들만의 인테리어 감각에 대한, 쉽게 배울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질투심이었는지도 모른다.요즘 우리나라에도 많은 사람이 D.I.Y.에 매료돼 손수 나무를 잘라 가구를 만들고 정원을 꾸미곤하는 일이 많아졌다. D.I.Y.의 대중화가 반가운 이유는 이 때문에 우리나라 건축 문화가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다. 판에 박힌 듯 비슷한 외형, 비슷한 공간의 주택이 아닌 개성이 넘치는 건축물을 더욱 자주 볼 수 있지않을까.건축주의 왕성한 활동을 기대하며 많은 여지를 남겨둔 주택이다. 그 여지는 시공사와의 대화를 통해 혹은 살아가면서 채워질 것이다. 그럼으로써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 만의 주택이 탄생할 것으로 믿는다. * "진정한 예술가는 지금보다 더 높은 곳과 더 깊은 곳에 도달하려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실험과 모험을 감행하는 사람이다. 반면에 상업적 예술가는 대중의 피상적 구미에 맞는 가벼운 주제를 쉬운 방식으로 접근하여 잘 팔릴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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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웅의 전원주택 스케치]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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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웅의 전원주택 스케치] 마음이 풍족한 집
- 집이라는 공간은 단지 물리적인 거주 장소일 뿐 아니라 편안함과 풍족한 마음을 지속시켜 주는 심리적 완충지다.시공 당시 주변여건 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전의 한가정이 입주하던 날 건축주는 마치《키다리아저씨》주인공 주디가 친구 샐리의 집을 방문했을 때 그 이상의 호기심과 행복감을 표현했다. 건축주는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오랫동안 꿈꿔온 집, 상상으로 키워온 집에 처음 발을 디딜 때 건축주의 설렘은 바로 주디와 같지 않았을까. 아래는 주디가 키다리아저씨에게 쓴 편지내용이다. '샐리의 집에 와서 저는 최고로 편안한 휴가철을 보내고 있어요. 샐리의 집은 시내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하얀 회반죽으로 가장자리를 꾸민 크고 고풍스러운 벽돌집이랍니다. 제가 존 그리어 고아원에 있을 때'저 집의 내부는 도대체 어떤 모양일까?'궁금해 하며 신기한마음으로 바라보곤하던 바로 그 집과 비슷한 모양이에요. 제가 그런 집에 발을 디디고 두 눈으로 내부를 직접 보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보지않았어요. 그런데 보세요! 지금 저는 이 집안에 들어와 있어요!모든 것이 편안하고 포근하며 아늑합니다. 저는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니며 각각의 방을 꾸며 놓은 모양이나 벽 장식품을 보면서 황홀해 하고 있어요. 이곳은 아이를 키우기에 훌륭한 집이에요. 숨바꼭질하기에 딱 좋은 컴컴한 구석도 있고, 팝콘을 만들 수 있는 벽난로에다 지루하게 비가 오는 날 뛰어 놀기 좋은 다락방도 있어요. 게다가 계단에는 미끈하고 촉감 좋은 손잡이 난간도 있답니다. 손잡이를 잡고 내려가다 보면 난간 끝부분에는 나도 모르게 만져보고 싶어지는 둥근 빵을 둘려 놓은 모양의 나무 장식도 있고요. 아, 맞다. 게다가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엄청나게 넓은 주방도 있어요. 주방에는 13년간 샐리의 가족과 함께 생활해온 마음씨 좋은 친절한 뚱보 식모 아주머니가 계세요. 언제나 아이들을 위해 빵 반죽을 남겨 두고는 구워 주신답니다. 이런 집을 보면 누구든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을 거예요.' - 진 웹스터Jean Webster의《키다리아저씨(Daddy Long Legs)》가운데. 주변 곳곳에 물건이 범람하고, 그것을 쉽게 쓰고 아무렇지도 않게 쉽게 버리는 소비의 시대. 우리는 분명 풍족함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과연 다른 한편으로는 풍족한지 의문이 든다. 꿈꾸던 집을 가지게 됐다며 행복한 표정으로 감사하단 말을 아끼지 않았던 대전 건축주는 이제 그 어떤 첨단 제품을 소유하지 않아도 풍족함을 누리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정기웅 님은 현 베른하우스 디자이너로 재직 중이며, 8년여의 프랑스 체류를 바탕으로 프로방스 주택의 한국적 재해석을 통한 주택 보급에 힘쓰고 있다. 파리 시립건축학교(ENSAA)를 졸업하고 파리 국립건축학교(ENSA La Villette) 친환경 건축 석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파리 건축기사협회의 공식회원으로 Paris-Bagnolet 공동주택 외 다수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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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웅의 전원주택 스케치] 마음이 풍족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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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웅의 전원주택 스케치] 이 집은 수명이 얼마예요?
- "나무로 지어진 집은 수명이 얼마나 돼요?""목구조는 난방비가 많이 들지 않나요?""겨울에는 외풍 때문에 춥진 않나요?"베른하우스의 듀플렉스 홈*인'투가든 하우스Two Garden House'두 번째 오픈하우스 행사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조적구조의 집에 익숙한 풍토에 비추어보면 당연한 질문이다. 목구조에 대한 정보도 다른 구조에 비해 쉽게 접하기 힘들다.집의 수명은 단순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실 공사만 아니라면 목조 건축물은 구조적으로 백 년 정도는 문제없을 만큼의 수명을 보장한다. 하지만 급 · 배수시설, 냉 · 난방 혹은 전기 계통 설비의 경우 백 년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집을 설계할 때는 냉난방, 전기, 배관 등 문제가 생기기 쉬운 부분의 수리나 교체가 용이하도록 지어져야 한다. 공간의 구성과 배치도 집의 수명에 영향을 끼친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족구성원의 변화가 생겨 숫자가 늘기도 줄기도 하기 때문이다. 융통성 있는 공간구성을 기본으로 특수하거나 지나치게 눈에 띄는 것이 아닌 보편적이며 합리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공간 계획 말고도 중요한 조건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집의 모양이다. 유행에 치중해 지은 집의 수명은 길어봐야 10년이고, 10년 이상 건재한대도 그 집에 대한 평판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정말로 새로 지은 집에서 오래도록 살 생각이 있다면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보다는 다른 것에 시선을 맞추어야 한다.어떤 재료를 선택하는지도 중요한 포인트다. 옛 사람들처럼 쌀겨를 넣은 주머니나 자투리 천으로 바닥과 기둥을 매일매일 윤이 나도록 닦는 것은 더 이상 힘들지 모른다. 간단한 손질만으로도 그 효과가 드러나는 소재로 지은 집은 사는 사람에게 편리함과 쾌적함을 선사하고, 또한 어딘가 모르게 예스러운 정취마저 풍긴다. 이런 감정이 쌓여 오래도록 그 집에서 살고 싶은 애정이 생겨나는 것 아닐까.집을 건축할 때 이런 몇 가지 문제들을 조금만 고민해 본다면 좀 더 애정이 가고 오래 살 수있는 집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집의 수명은 건축물의 형태에 달려 있는 게 아니라 사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을지 모른다. 편집자 주. 듀플렉스 홈Duplex Home; 두 가구의 한쪽 벽이 접한 형태의 주택. 일명 땅콩주택. 정기웅 님은 현 베른하우스 디자이너로 재직 중이며, 8년여의 프랑스 체류를 바탕으로 프로방스 주택의 한국적 재해석을 통한 주택 보급에 힘쓰고 있다. 파리 시립건축학교(ENSAA)를 졸업하고 파리국립건축학교(ENSA La Villette) 친환경 건축 석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파리 건축기사협회의 공식회원으로 Paris-Bagnolet 공동주택 외 다수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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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웅의 전원주택 스케치] 이 집은 수명이 얼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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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웅의 전원주택 스케치] 나무 세입자
- '자연에는 직선이 없으며, 인간은 이 땅의 모든 생명체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살아가야 한다.' 오스트리아 건축가이자 화가이며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훈데르트바서(Friedensreich Regentag Dunkelbunt Hundertwasser, 1928~2000)의 건축 철학이다.인간이 자연과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인간이 빼앗은 초목의 공간을 옥상에 만들어 초목에게 다시 충분한 자리를 주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모든 생물은 사는 공간을 가질 권리가 있으며, 인간은 그들을 배려해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 그가 주장한 '나무 세입자貰入者'의 내용이다. 나무 세입자는 이미 그 비용을 지불했기에 인간이 나무를 심는 것은 의무다.훈데르트바서는 인간은 자연에 잠깐 들른 손님임을 강조하며 자연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를 바란다. 건물 옥상에 식물을 심는 것도 자연의 흔적을 남기려는 의도이며 그 땅의 원래 주인이자 인간이 개발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영원히 그 땅의 주인이었을, 땅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자연에 대한 배려다.서로 다른 비뚤비뚤한 창문, 울퉁불퉁한 바닥, 창문과 벽을 타고 자라는 나무와 풀, 나무로 뒤덮인 지붕은 완만한 곡선을 띠며, 한 건물이 다른 건물의 마당이 되기도 하고, 자연과 더불어 공존하는 직선 없는 흐르는 듯한 집… 동화 속에서나 볼 법한 자연 같은 건물… 건물 같은 자연을 그는 실현했다. 택지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무분별하게 훼손되어 가는 자연을 바라보며 문득 그가 떠올랐다. 우리에게 쉴 공간을 제공해주며, 온도를 조절하고, 무한대의 산소를 만들어 지금도 충분하게 세금을 지불하는 나무 세입자에게 우리는 얼마나 그들의 권리를 찾아주고 있으며, 의무를 행하고 있는지 되돌아본다. 정기웅 님은 현 베른하우스 디자이너로 재직 중이며, 8년여의 프랑스 체류를 바탕으로 프로방스 주택의 한국적 재해석을 통한 주택 보급에 힘쓰고 있다. 파리 시립건축학교(ENSAA)를 졸업하고 파리국립건축학교(ENSA La Villette) 친환경 건축 석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파리 건축기사협회의 공식회원으로 Paris-Bagnolet 공동주택 외 다수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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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웅의 전원주택 스케치] 나무 세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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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웅의 전원주택 스케치] 건축의 조건 Quoi Ou Comment
- QOC! 프랑스 건축학교에 들어가 첫 프로젝트를 하면서 처음 배운 단어다. Quoi(무엇을), Ou(어디에), Comment(어떻게)의 이니셜을 조합한 단어로 건축설계를 할 때 기본이 되는 'Quoi : 무엇을 지을까, Ou : 어디에 지을까, Comment : 어떤 자재를 쓸까'를 뜻한다. 그런데 이 세 가지는 건물을 지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조건들임에도 실제로는 간과되고 무시되는 경우가 더 많다.Quoi : 건축주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인 엑상프로방스와 아를, 아비뇽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작은 시골 마을에 8년간 거주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내추럴한 프랑스 농가 같은 집을 원했다. 주말마다 내려와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퇴직 후에는 귀촌해 상주하게 될 집이라고 했다.Ou : 경기 양평군 청운면,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차 한 대가 간신히 다닐 만한 구부정한 시골길을 15분 남짓 들어가면 도착하는 산 속. 가파른 산기슭 중턱 즈음에 손으로 뭔가를 감싸 쥔 듯한 산등성이를 양쪽으로 지고 있어 아늑하면서 마을 경관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이다. 주변에 빼곡히 소나무 숲이 있고, 산기슭 중간 중간에 이미 터를 잡아 이 땅의 주인인 듯 뻣뻣이 고개를 든 서너 채의 집들이 들어서 있다.Comment : 건축주는 약해진 피부를 우려해서인지 콘크리트 건물보다 목조 건물을 원했고, 프랑스 시골의 정겨운 풍경과 따뜻한 인심을 그리워하며 따듯한 색상의 집을 원했다.오귀스탱 베르크Augustin Berque*는 인간이 자연에 개입할 때 지켜야 할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모든 개발은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하고, 윤리적으로 정당하며, 미학적으로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건물을 다 짓고 나서 Quoi-집을 지었고, Ou-적절한 부지에, Comment-좋은 재료로 지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번쯤 오귀스탱 베르크의 원칙을 떠올려본다면, 자연과 사람 모두에게 더 나은 환경을 주는 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 주. Augustin Berque(1942~ ) : 프랑스의 문화 지리학자, 일본학 전문가. 인간 존재와 자연공간을 철학적 근원적으로 파악, 자신만의 풍토학을 구축. 1969년 처음 일본 방문 이래 통산 수십 년간 일본에 체류하며 일본문화의 실증적 파악으로 일본 이해에 크게 이바지했음을 국제사회에서 높이 평가받았다. 정기웅 님은 현 베른하우스 디자이너로 재직 중이며, 8년여의 프랑스 체류를 바탕으로 프로방스 주택의 한국적 재해석을 통한 주택 보급에 힘쓰고 있다. 파리 시립건축학교(ENSAA)를 졸업하고 파리국립건축학교(ENSA La Villette) 친환경 건축 석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파리 건축기사협회의 공식회원으로 Paris-Bagnolet 공동주택 외 다수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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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웅의 전원주택 스케치] 건축의 조건 Quoi Ou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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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웅의 전원주택 스케치 - 메르시의 마당 [마당] : 집의 앞이나 뒤에 평평하게 닦아 놓은 땅
- 파리에서 자주 들르던 가게가 있다.다양한 생활용품과 소품들을 파는 멀티숍으로 이름은 'Merci(메르시)'. ' Merci'는 프랑스어로 '감사합니다'라는 뜻이다.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이곳에 오는 모든 손님과 이곳을 지나치는 사람 그리고 이곳에 자유와 여유를 더해주는 자연에게 'Merci'하고 건물은 말하는 듯하다.이곳이 친근한 이유는, 큰 도로에서 건물 입구 통로를 지나자마자 마주하는 안뜰 때문이었다. ㄷ자형 건물에 둘러싸인 작은 마당은 따스한 햇살로 풍부하며 번화한 도심 속에서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가게 주인의 진정성이 그곳에 놓인 사물들을 통해 내 마음에 잘 전달되었다.마당 한쪽에는, 힘겹게 언덕을 올라오느라 뜨거워진 엔진을 식히기라도 하듯 커다란 파라솔 아래 태양을 피하고 있는 빨간색 작은 자동차 한 대와, 때를 놓쳐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서둘러 준비했어도 제법 그럴싸한 작은 식탁과 조촐한 식기들, 오직 사랑하는 연인에게만 허락된 듯한 오붓한 의자 두 개가 놓여 있다. 그리고 여기선 보이지 않지만 저 언덕 위까지 둘러싸고 있을 것 같은 올리브 나무와, 프로방스에서 방금 올라온 듯 달콤한 향기로 코를 자극하는 자스민이 이 작은 공간에 마치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마당을 향해 있는 접이식 도어를 젖히고 빈티지하다 못해 낡고 오래된 가죽의자에 몸을 맡긴 채 자스민 향을 곁들여 진한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있노라면, 그동안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던 수많은 상념과 걱정들이 마치 물이 기화되어 하늘로 사라지듯 그렇게 사라져간다.건축을 전공해서가 아니라, 누구나 이런 공간을 사랑할 것이다. 따듯하고 포근한 공간이 주는 이런 기분이 삶을 더욱 여유롭게 만든다. 자연에 한 걸음 다가서게 만든다.파리에서 만난'메르시'의 마당은 지금 나에게 이런 말을 시킨다. 그런 마당을 가지고 싶다…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그곳에서 살고 싶다, 오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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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웅의 전원주택 스케치 - 메르시의 마당 [마당] : 집의 앞이나 뒤에 평평하게 닦아 놓은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