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보기
 

'자연에는 직선이 없으며, 인간은 이 땅의 모든 생명체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살아가야 한다.' 오스트리아 건축가이자 화가이며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훈데르트바서(Friedensreich Regentag Dunkelbunt Hundertwasser, 1928~2000)의 건축 철학이다.
인간이 자연과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인간이 빼앗은 초목의 공간을 옥상에 만들어 초목에게 다시 충분한 자리를 주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모든 생물은 사는 공간을 가질 권리가 있으며, 인간은 그들을 배려해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 그가 주장한 '나무 세입자貰入者'의 내용이다. 나무 세입자는 이미 그 비용을 지불했기에 인간이 나무를 심는 것은 의무다.
훈데르트바서는 인간은 자연에 잠깐 들른 손님임을 강조하며 자연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를 바란다. 건물 옥상에 식물을 심는 것도 자연의 흔적을 남기려는 의도이며 그 땅의 원래 주인이자 인간이 개발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영원히 그 땅의 주인이었을, 땅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자연에 대한 배려다.
서로 다른 비뚤비뚤한 창문, 울퉁불퉁한 바닥, 창문과 벽을 타고 자라는 나무와 풀, 나무로 뒤덮인 지붕은 완만한 곡선을 띠며, 한 건물이 다른 건물의 마당이 되기도 하고, 자연과 더불어 공존하는 직선 없는 흐르는 듯한 집… 동화 속에서나 볼 법한 자연 같은 건물… 건물 같은 자연을 그는 실현했다.

 

택지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무분별하게 훼손되어 가는 자연을 바라보며 문득 그가 떠올랐다. 우리에게 쉴 공간을 제공해주며, 온도를 조절하고, 무한대의 산소를 만들어 지금도 충분하게 세금을 지불하는 나무 세입자에게 우리는 얼마나 그들의 권리를 찾아주고 있으며, 의무를 행하고 있는지 되돌아본다.

 

 

 

 

 

정기웅 님은 현 베른하우스 디자이너로 재직 중이며, 8년여의 프랑스 체류를 바탕으로 프로방스 주택의 한국적 재해석을 통한 주택 보급에 힘쓰고 있다. 파리 시립건축학교(ENSAA)를 졸업하고 파리국립건축학교(ENSA La Villette) 친환경 건축 석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파리 건축기사협회의 공식회원으로 Paris-Bagnolet 공동주택 외 다수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정기웅의 전원주택 스케치] 나무 세입자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