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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 지은 집

향토색 짙은, 남양주, 40평 흙집

답답한 도시생활을 벗어나 조용한 시골에서 귀향하여 살겠다는 건축주는 경기도 남양주 수면읍 수산리를 처음 찾았을 때 편안한 느낌이 들어 부지를 마련하였다. 건축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건축주는 현대 건축재에는 유해물질이 많다는 것을 알고 전통한옥가옥에 대해 관심을 가져 2년 여에 걸쳐 흙집을 지었다. 술을 좋아하는 건축주가 특별히 만든 곳이 주방바닥에 4평 남짓한 지하 공간으로 각종 과실주를 숙성하는 보물창고이다. 건축주 친구들도 방문하면 제일 먼저 이곳을 찾는다.


경춘국도 춘천 방면 마치터널을 지나 수동면이라는 이정표를 따라 약 15분 달리다 보면 경기도 남양주 수동면 수산리에 이른다.

이 마을을 둘러싼 축령산·주금산 등에서는 단풍나무과의 활엽수인 30∼50년생 고로쇠나무가 자생한다. 해마다 이맘때면 수산리는 신비의 약수라 불리는 고로쇠 수액을 맛보기 위해 수도권에서 많은 사람이 찾아들어 분주하기만 하다.

춘삼월을 시샘하여 밤새 내린 눈이 개나리며 진달래, 목련 등의 잔가지에 눈꽃으로 맺혔다. 하지만 자연의 순리 앞에 어쩔 도리가 없는지 갓 눈 녹은 양지 뜸에는 푸른 기운이 감돈다.

마을 어귀에 이르자 전원의 담박(淡泊)함이 풍기는 황토집이 눈에 들어온다. 초면인데도 건축주 한상규 씨는 마치 오랜 벗을 맞이하듯 정겹게 수인사를 건넨다.

이 집은 그가 2년여 동안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손수 지은 집이기에 그만큼 애착이 강하다.

건축주는 숨통을 옥죄는 듯한 도시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이곳에 귀향하여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땅과 사람도 연이 맞아야 하는가 보다. 그는 “부지를 마련하려고 여러 곳을 다녔는데,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없었다”고 한다.

건축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건축주는 처음부터 황토집을 지을 생각은 아니었다. 우리나라 건축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건축가 친구를 만나면서 시멘트, 스티로폼, 페인트 등의 건축자재가 내뿜는 물질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또한 우리의 전통 황토집에 담긴 멋과 맛을 깨달았다.

그 후 전통 황토집을 찾아다니던 중, 낙엽송으로 뼈대를 세우고 흙으로 마감한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고풍스런 외양하며 깔끔한 실내에 마음이 쏠려 ‘바로 이 집이야’하며 무릎을 쳤다. 한편으로는 지천에 널린 게 흙이라, 황토집은 값싸게 지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구조재를 뭐로 하는가가 문제였다. 남부지방은 따듯하니까 벽 두께가 10센티미터면 족하고, 한강 이북으로 올라가면 춥기에 적어도 15센티미터 이상이 돼야지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는 주변 얘기를 들었다.

그런 이유에서 H-빔으로 골조를 해서 흙벽돌로 지은 집을 찾아갔다. 튼튼하고 내구성이 강하지만 기와지붕 아래 골조 끝 부분이 드러난 게 눈에 띄었다. 건축가인 친구도 “쇠 골조와 흙이 만나면 10년에 5밀리씩 부식이 된다”는 말을 했다.

“건축주는 오래 된 궁궐이나 사찰에는 춘향목이 대들보로 쓰인다”는 얘기를 듣고 이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춘향목은 워낙 수량이 적어 구하지 못하고 미송으로 대체해야 했다.

기초공사는 시멘트를 이용하여 통기초가 아닌 줄기초로 했다. 건축가인 친구는 “집 짓는데 기초공사가 튼튼해야 된다”면서 “눈에 보이는 하자는 보수하면 되지만, 기초공사는 눈에 안 보이기에 잘못하면 낭패를 겪는다”는 얘기를 했다.

이에 건축주는 줄기초로 하중을 바치기 위해 거푸집을 만들어서 양생을 한 다음 뜯어내고 흙을 다시 부어 그 위에 슬래브로 처리하고 다시 흙을 굳게 다져서 완벽하게 처리했다.

원적사를 지은 분에게서 소개를 받은 대목하고 본격적으로 집을 짓기 시작했다. 설계시 가족들의 공용공간인 거실을 넓게 활용하려고 이를 대목에게 주문했다.

대목은 “한옥은 한 칸통 두 칸통 개념이라 마음대로 늘릴 수가 없다”면서 “한옥들이 대부분 작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며 오히려 꾸짖었다. 그러면서 “정 원한다면 안 기둥에 네 개의 대들보를 물린 중도리 방식으로 거실을 넓히자”고 했다.

지붕에는 산자로 대나무를 촘촘히 엮어 올렸다. 대나무 자체에 공기층이 있어 단열 방음 효과가 있고, 미관상으로도 좋다는 건축주의 의도이다. 벽체는 20센티미터의 흙벽돌을 쌓아 외벽에는 황토 모르타르를 바르고 회, 마, 해초류를 섞어 만든 것으로 마감처리를 했다.

집 안으로 들어가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옥돌이 박힌 거실 바닥이다. 흙을 질퍽하게 하여 옥을 꽂은 후 고령토를 발라 몇 번이고 문질러 안 빠지게 한 다음 무광 래커를 칠했다. 이는 건축주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가능했다.

실내 구조는 단순하면서 실용적으로 공간을 배치했다.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하여 전면창을 둔 거실과 식당, 주방을 한 동선상에 일치시켰다. 또한 거실은 20센티미터 높이로 구분 지었다.

술을 좋아하는 건축주가 특별히 만든 곳이 주방바닥에 4평 남짓한 지하 공간으로 각종 과실주를 숙성하는 보물창고이다. 건축주 친구들도 방문하면 제일 먼저 이곳을 찾는다.

거실 장식장과 식탁은 건축주가 직접 나무를 구해 깎아 만든 것으로 손재주가 빼어났다. 건축주가 신경 쓴 곳 중,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 욕실 겸 화장실이다.

그곳으로 오르는 계단 양쪽에는 거울을 이용한 수납공간이 있으며, 안으로 들어가면 ‘ㄱ자’ 형태로 욕실과 화장실을 구분했다. 욕조에 기대 하늘을 볼 수 있게 천장에 창을 냈는데 건축의 세심함이 엿보인다.

건축주는 잔디가 심어진 마당과 뒤뜰에 조경을 가꾸기 위해 손수 두엄을 사다 뿌려놓았다.

주변의 전원주택 9채 중 제일 먼저 전원생활을 시작한 건축주는 “전원에서는 우선 할 일이 있어야 한다”면서 “자연에서는 조금만 노력하면 많은 것을 얻는다”는 말을 덧붙였다.

■ 글·사진 정성수 기자

■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남양주시 수면읍 수산리
·건축형태 : 흙집 개량 한옥
·부지면적 : 300평
·건축면적 : 43평
·실내구조 : 방2, 거실, 부엌, 식당, 다용도실
·외벽마감 : 회+마+해초
·지붕마감 : 개량 돌기와
·바닥마감 : 고령토+옥+자갈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
·식수공급 : 지하수
·공사기간 : 2000년 5월∼2002년 4월
·건축비용 : 평당 4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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