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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은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실종된 듯 한파가 연일 매몰차게 몰아닥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겨울철 체감은 대륙성 기후의 영향으로 실제보다 훨씬 춥고 건조하다. 그만큼 야외보다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많은사람이 '목이 칼칼하다' , '자고 일어나면 피부가 거칠고 푸석하다'고 호소한다. 겨울철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위한 적정 습도는 40∼70%이지만, 난방 등으로 이보다 훨씬 낮은 10~20%에 머물기 때문이다. 겨울철 실내 습도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없을까.
가드너로서 '자연 가습기 만들기'를 적극 추천한다. 넓고 오목한 화기花器에 수생식물을 담아 실내에 두는 간단한 방법이다.
글 · 사진 주례민 오랑쥬리 대표

 

 

 

얼마 전 작업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집 안이 너무 건조해 괴롭다며 실내에서 키울 만한 수생식물을 심어달라는 주문이었다. 수생식물 몇 가지와 자갈, 수반 등으로 미니 연못을 만들어 보내자, 며칠 후 그분에게 집 안에 미니 연못을 들인 이튿날 아침부터 목의 칼칼함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접했다.
사실 물그릇이나 젖은 수건을 실내에 두는 것만으로도 습도를 어느 정도 적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바로 예전 어른들이 잠잘 때 머리맡에 놓아둔 자리끼이다. 그런데 굳이 미니 연못이 필요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기능성에다 미관성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실제 인테리어 소품보다 아름다운 식물이나 꽃을 보면 기분이 즐겁고 활기차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보는 것만으로 안정감을 줄 뿐만 아니라 잎을 통해 습도 조절과 공기 정화 기능도 하기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실내에서 키우기 쉬운 수생식물은 물속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거나 물 위에 잎이 둥둥 떠서 자라는 부유식물이기에 화기花器의 선택폭도 넓다. 배수 구멍이 없는 수반水盤도 있지만, 집에 넓고 오목한 접시가 있다면 동글동글한 잎이 사방으로 잘 퍼지며 자라는 워터코인(Hydrocotyle umbellata)이나 물양귀비(Hydrocleys nymphoides)를 심어 보자.
안이 훤히 비치는 유리 화기나 유리병에 자갈이나 마사를 채우고 식물을 심거나 수경 재배를 해도 잘 어울린다. 유리병을 사용하면 만들기도 매우 간단하며 자원도 재활용할 수 있다.
한 분은 거실에 놓은 수반의 물이 하루에 3~4㎝ 줄어든다고 한다. 채광이 좋거나 건조해 수분의 자연 증발량이 많기 때문이다. 실내 미니연못 관리는 줄어드는 물을 수시로 채워주면 되므로 관리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수반의 물도 마사와 자갈에 심은 식물의 뿌리가 자연 정화하기에 자주 갈아줄 필요는 없다. 대신 미니 연못을 만들고 식재할 때 마사와 자갈은 물론 화기도 깨끗이 씻어 사용하고, 식재를 완성한 다음 물을 채울 때 처음 채운 물은 불순물이 함께 떠내려가도록 살살 따라 버리고 새 물을 붓는 것이 요령이다.

 

홈 가드닝으로 맑아지는 실내 공기
현재 사무실 겸 작업실로 사용하는 곳은 남향한 1층으로 두 벽면은 통유리이다. 초겨울 어느 날 출근해서 깜짝 놀란 일이 있다. 두 면의 통창에 내부가 전혀 들여다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뿌연 서리가 낀 것이다. 바로 작업실에 있는 네프로레피스, 만병초, 허브, 서양난 카틀레야 등의 실내 식물과 몇 가지 야생화 그리고 지난가을 꺾꽂이[揷木]를 해 화분에 심은 식물들이 습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물을 담은 수반뿐만 아니라 화분에 심은 식물만으로도 실내 습도를 올린다는 연구는 수차례 발표된 바 있는데 작업실에 낀 서리가 이를 증명해 준 셈이다.

 

 



 

 

▶ 식물과 기능

 

서양난: 꽃이 크고 화려하다. 난 종류마다 차이를 보이지만, 향기가 은은하게 퍼져 그 향에 취할 정도이다. 난과 함께 양치류인 묘이고사리를 유리 화기에 함께 식재하면 테이블이나 콘솔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 탄생한다.
제라늄: 실내에서 인기 좋은 식물 가운데 하나로 습도 조절 기능이 탁월하고 병충해에 강하며 키우기 쉽다. 자라는 성격이 비슷한 종류를 밝은 컬러의 화기에 함께 심으면 실내 분위기를 바꾸는 데에 손색이 없다.
관엽식물: 잎을 관상하는 식물로 한 가지씩 한 화분에 심기도 하지만, 함께 모아 심으면 그들의 특징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관엽식물은 종류별로 기능적 특징이 있어 장소에 따라 적절히 배치하면 효과적이다.
관음죽: 암모니아를 흡수하는 기능이 탁월해 화장실이나 가전제품, 오피스 기기 가까이 두면 냄새를 억제하고, 마룻바닥이나 실내 마감재에서 발생하는 폼알데하이드를 제거한다.
인도고무나무: 유독가스를 잘 흡수해 머리를 맑게 해주기에 공부방이나 컴퓨터 근처에 두면 좋다.
아이비: 천식, 알레르기에 효과 있고 벤젠, 암모니아 등의 물질을 정화하기에 주방이나 화장실에 적합하다.
스파티필름: 오염 물질 제거 능력이 좋기에 음식 연기나 냄새가 많이 발생하는 주방에 두면 효과적이다.

 

 

 

 

지난해 농촌진흥청에서 원예식물 92종에 대해 허브류, 관엽류, 자생식물 등 여덟 그룹으로 분류해 음이온 발생량이 우수하면서 실내 습도를 올려주는 식물을 선정해 발표한 바 있다. 관엽류는 행운목 · 쉐플레라 · 마삭줄 · 무늬털머위 · 베고니아, 허브류는 장미허브 · 제라늄, 자생식물은 돈나무 · 다정큼나무 · 만병초, 난류는 심비디움, 양치류는 봉의꼬리 등이다. 여기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나사NASA(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미국항공우주국)가 선정한 실내 공기 정화식물 1위인 아레카야자는 그 높이가 약 1.8m일 경우 약 1ℓ의 수분을 증산 작용으로 공기 중에 방출시킨다고 한다.
식물은 실내 습도 조절뿐만 아니라 폼알데하이드, 미세 먼지 등을 흡수해 공기를 정화하기에 각 기능에 적합한 식물을 실내 곳곳에 배치하면 그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때 식재하는 식물의 종류에 따라 화기를 선택해 매치하면 여느 인테리어 소품 못잖은 장식성도 띤다.
실내에서 식물을 키울 때 공통으로 고려할 사항이 있는데 바로 빛, 수분, 통풍 3요소이다. 대부분의 실내 식물은 일조량이 좋고 통풍이 잘되는 창가나 베란다에서 키우는 편이 관리하기 용이하다. 하지만 네프로레피스(Nephrolepis exaltata), 필로덴드론(Philodendron scandens), 신고니움(Syngonium podophyllum) 등은 음지식물로 생육 특징상 자연광이 부족한 서향이나 북향에서도 잘 자란다.
많이 건조하거나 물을 주기 어려운 곳이라면 다육식물이나 선인장류를 키우는 것도 좋다. 실내 공간에 여유가 있고 좀 더 정원 형태를 원한다면 다양한 식물과 첨경물을 함께 배치해 실내 정원을 만들 수도 있다. 실내 정원은 보통 플랜터Planter라는 화단을 만들어야 한다. 흙을 채워 식물이 뿌리를 내리고 배수와 관수가 다른 실내 바닥이나 시설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식물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플랜터를 베란다에 놓을 지, 실내 안쪽에 둘지 디테일한 기본 사항을 고려해 식재형태와 식물 선정을 달리해야 한다.

 

 

 

 

 

 

 

 주례민

'정원사의 작업실 오랑쥬리'대표 주례민 씨는 서울여대 플로아카데미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조경산업디자인공모전 등 수차례 국내외 공모전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데, 특히 지난해 열렸던 순천국제정원박람회 실내정원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현재 전문가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정원디자인과 가드닝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정원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오랑쥬리031-8017-3850 www.orange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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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민의 정원 디자인, 시공 그리고 가드닝 ②] 겨울철 홈 가드닝 건조한 실내를 보송보송하게, 자연 가습기로 쾌적한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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