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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모범적인, 가장 성공적인 마을 공동체로 뽑히는 충남 홍성군 문당리의 ‘문당환경농업마을’. 2008년부터 마을을 이끌고 있는 류근철 위원장은 “농촌 마을도 변화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면서 “마을 발전을 위해 늘 새로운 콘텐츠를 고민하고 뜻을 모아 실행에 옮기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리농법을 도입해 우리나라에 친환경 농법을 알린 문당마을은 인근 취약 계층의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위해 사회적 기업으로 거듭났다. 류근철 위원장을 만나 문당마을 이야기를 들었다. 
글 홍정기 기자 사진 최영희 기자 일부 사진 제공 문당환경농업마을 www.mundang.invil.org
 

문당환경농업마을(이하 문당마을)은 우리나라 친환경 유기농업의 메카다. 그리고 (사)전국귀농운동본부 등 여러 귀농·귀촌 단체에서 가장 모범적인, 가장 성공적인 마을 공동체로 꼽는 곳이다. 1993년 이곳에서 처음 도입한 오리농법은 지난 20여 년간 홍성군을 포함해 전국으로 퍼져 나가 우리나라에 친환경 농업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곳에서 오리농법을 배워 퇴임 후 직접 경작한 ‘노무현 표 오리쌀’을 출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노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문국현, 박원순, 안철수 등 유수의 정치인들이 문당리를 다녀갔다. 이들이 이곳을 방문한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를 문당마을에서 찾아보겠다.’

지원을 바라고 지원에 기대지 말아야
문당환경농업마을의 상징과 같은 오리농법은 오리를 이용해 벼농사를 짓는 것으로, 오리는 벼와 비슷하게 생긴 ‘피’라는 잡초를 제외하고 모든 잡초를 없애 준다. 논바닥을 옮겨 다니며 논에 있는 물을 혼탁하게 만들어 햇빛을 좋아하는 잡초들과 자라기 시작한 잡초들이 뿌리 내리는 것을 어렵게 한다. 그리고 오리 배설물은 자연 비료 역할도 한다.
오리농법으로 생산한 이곳 쌀은 1998년 무농약 농산물 인증을 시작으로 유기농산물 인증까지 받았다. 한 때 250만 평의 논에서 오리농법으로 벼를 거둬들이기도 했다(뒤에서 언급하겠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우렁이 농법으로 바꿨다). 축구장 1100개가 들어가는 250만 평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농사를 짓게 되기까지 물론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바라지 않고 주민이 자발적으로 마을을 꾸려왔기 때문이다.
마을 초창기부터 주민은 매달 조금씩 마을 발전 기금을 냈다. 1998년부터 2008년까지 모인 금액이 12억 원에 달한다. 주변 논을 매입하고 환경 농업 교육관(2000년)과 마을 정보 센터(2003년), 농촌 유물 센터 등을 지었다. 정부 지원을 받는 사업에도 반드시 마을 기금이나 주민 돈을 같이 투자한다. 주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류근철 위원장은 “지금도 전국적으로 많은 농촌이 체험마을, 테마마을 등으로 변모하고 있는데 적지 않은 곳이 실패한다고 해요. 나랏돈이 공돈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 겁니다. 자신 돈이 들어가면 관심부터 달라지기 마련인데, 공돈이라는 생각이 들면 주체적으로 나설 사람이 많지 않죠”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열의와 열정이 있는 리더가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누군가 일에 미치지 않으면 마을을 발전시키기 어렵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많은 사람이 모여 조합을 만들고 모든 의사 결정은 조합원 회의를 통해야 하기에 이견을 조율하고 중재하는 사람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웃과 함께하지 않는 발전은 의미가 없다
몇 년 전 문당마을에 큰 위기가 닥쳤다. 2007년 전국에 조류인플루엔자가 퍼지면서 문당마을도 큰 타격을 입었다. 결국 마을을 있게 해준 오리농법을 포기해야 하는지를 두고 조합원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한 번 위기가 왔다고 그만둘 수는 없다”, “한 번이 아니라 이런 유행성 바이러스는 재발하게 돼 있다.”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무엇보다 국민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의 ‘오리’는 지금까지의 ‘오리’와는 다르게 인식할 것이 분명했다.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했어요. 의견이 대립했지만, 더 이상 오리농법으로 힘들다는 판단을 하고 대체 농법을 찾아봤지요. 솔직히 결정을 내리기까지 쉽지 않았죠. 그래도 누군가 해야 한다면 리더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오리를 대신한 것은 우렁이다. 특히 열대산 왕우렁이는 풀 대식가로 알려질 만큼 제초에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데, 시범적으로 일부 농가에서 우렁이 농법을 시도해 보니 오리농법에 전혀 뒤지지 않는 품질의 벼를 수확할 수 있었다. 우렁이는 논에 풀어놓으면 그만이어서 오리에 비해 관리도 수월해 합격점을 받았다. 현재 문당마을 90% 이상의 가구가 우렁이 농법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마을의 상징과 같은, 지금의 마을이 있게 해준 오리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생각해 낸 게 ‘오리가 전하는 마음의 우체통’이다. 주민이 오리를 잊지 않도록 일종의 상징물을 만든 것이다. 방문객이 미래의 자신에게 편지를 써 이 우체통에 넣으면 받고 싶은 날에 받을 수 있다.
문당마을은 2008년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류 위원장이 이에 대한 동의를 얻는 데 무려 4년이나 걸렸다. 마을 발전 그리고 공동체 회복을 위해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여긴 류 위원장은 인근 취약 계층에게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기로 마음먹고 주민 설득에 나섰다.
“파산하면 막대한 손해를 볼 텐데 굳이 왜 하려 하느냐”는 주민을 일일이 만나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이상 마을도 망하지 않습니다”라며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결국 총회 의결을 거쳐 승인이 났고, 지금은 유급 근로자 10명 정도를 고용하고 있다. 이웃과 함께하지 않는 발전은 의미가 없다고 믿는 류 위원장의 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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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당마을은 주민과 서울대 환경대학원, 녹색연합이 함께 고민해 미래를 담은 ‘21세기 문당리 발전 백년 계획’을 세웠다. 작은 농촌 마을이 한 세기의 청사진을 그려놓고 있다는 점이 사뭇 흥미롭고 놀랍다. 2030년 이후 지속가능한 마을을 세우기 위해 넉넉한 마을 만들기, 오손도손한 마을 만들기, 자연이 건강한 마을 만들기, 자연과 조화되는 마을 만들기 등으로 테마를 나눠, 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마을을 목표로 한다. 
류 위원장은 “농촌에 산재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 농촌을 희망이 있는 곳으로 만들고, 농촌과 도시가 공생하는 갖가지 방안을 마련코자 마을 단위로는 우리나라 최초로 백년 계획을 세웠어요. 농촌 환경 개선 및 복원이 주민의 삶을 개선시킴은 물론이거니와 도시인들과 자라나는 세대에게 환경과 농업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게 하고 고향과 국토에 대한 사랑을 길러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문당환경농업마을은
마을은 문산, 동곡, 서근터(안말), 원당 4개 부락으로 구성되는데 각 부락은 산으로 둘러싸인 골짜기를 중심으로 몇 개의 가구들이 모여 있다. 농촌 주민의 삶과 환경의 질이 낙후되고 사회적으로는 농산물에 대한 안전성을 위협받는 지금, 친환경 농업을 통한 다양한 소득원을 창출하고 유통망을 개선해 농촌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결성했다.
‘21세기 문당리 발전 백년 계획’을 통해 생명 및 환경 산업으로서의 농업의 가치를 높이고 다양한 소득원 창출과 유통망을 개선하며, 아울러 삶의 질을 개선하고 생활환경도 환경친화적으로 복원함으로써 환경 보전에 앞장서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녹색 관광 실현, 두레 공동체 회복, 친환경적인 농촌 환경 조성 등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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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두려워하면 발전이 없다” 문당환경농업마을 류근철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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