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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 부지를 물색하고자 수년간 발품을 판 펜션지기들의 이야기는 그다지 낯설지 않다.
하지만 귀향해 선대에 물려받은 척박한 땅을 일궈 펜션을 운영하는 이의 이야기는 좀 낯선 듯싶다.
고향인 강원도 홍천군 개야리에서‘열린들 펜션’을 운영하는 서만생 씨가 이달 펜션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개야리란 지명에서 따온 열린들 펜션은 그 이름에 걸맞게 자연을
매개로 건축물과 마당 그리고 펜션지기의 마음이 방문객을 향해 활짝 열린 공간이다.


창밖으로 넓은 잔디마당과 강과 산이 내다보인다..


홍천은 백두대간의 허리 아래에 해당하는 내륙지방답게 10월 초순임에도 산과 강
과 들이 빚어내는 상큼한 공기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산안개 그리고 황금빛
물결이‘열린들 펜션’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굽이굽이 작은 시골길로 접어들어
도착한 열린들 펜션의 첫 모습은 다소 의외이다. 가을의 풍성함을 알리는 논밭, 단풍으
로 울긋불긋 물들기 시작한 산, 유유히 흐르는 푸른 강 사이에서 이색적인 건물이 솟아
난 듯, 별천지에 온 느낌을 전하기 때문이다.





펜션 앞뒤로 길게 배치한 덱. 룸과 잔디 마당을 잇는 전이 공간이자,
다과를 즐기는 단란 공간이다.



창고 위 테라스는 주변 경관을 감상하는 최고의
조망 포인트이다.



연붉은 스페니시 기와와 아이보리 단색 톤의 드라이비트로 마감한 유럽풍 경량 목구조
건축물이 산과 강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펜션을 두른 덱Deck으로 뒤편에 이르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너른 잔디밭과 자갈밭, 에움 녹색길(둘레길)과 초가지붕 정자
그리고 산과 들을 이리저리 헤집고 흐르는 홍천강이 유려하기 이를 데 없다.
펜션 구경에 한창일 때 인상이 푸근한 열린들 펜션 서만생 펜션지기가 모습을 드러낸
다.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주거 공간인 펜션 중앙 2층으로 오르자, 건축 구조가 집성목
으로 짠 기둥과 보가 드러난 중목구조이다. 경량 목구조는 골조인 목재가 겉으로 드러
나지 않기에 목조주택의 멋을 제대로 느끼고자 주거 공간만큼은 중목구조로 지은 것이
다. 경량 목구조와 중목구조의 결합, 어떻게 이런 건축물을 지은 것일까. 서만생 펜션지기
는‘고생해서 지은 결과’라고 말문을 연다.


원형 계단으로 공간 활용과 인테리어 효과를 극대화한 복층룸.

“외지 업자에게 건축을 맡겼는데, 그 업자가 이 마을에서 우리 집을
포함해 모두 네 채를 수주해 거의 동시에 건축을 진행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업자의 말이 처음과 달리 조금씩 바뀌더니 결국 계약
서에 명시된 내용조차 이행하지 않은 채 70% 공사 단계에서 떠나버렸
어요. 내가 직접 마무리 공사에 나설 수밖에 없었지요. 더욱이 공사 도
중 바뀐 소방법 때문에 방염 자재를 덧대다 보니 내벽이 상당히 두꺼
워졌지요.”
서만생 펜션지기는 건축업자를 잘못 만난‘집을 지으면 10년은 늙는
다’는 말을 체험한 것이다.




룸마다 실내를 들꽃 색에 맞춰 깔끔하고 산뜻하게 꾸몄다.


귀향해 농사와 펜션 병행
홍천 토박이인 서만생 펜션지기는 서울에서 학업을 마치고 직장 생활
을 하면서 결혼해 일가를 이룬다. 그러다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향수병
鄕愁病이 깊어져 10년 전 귀향한다.
어릴 적 친구들과 천둥벌거숭이처럼 산천에서 뛰놀던 추억을 불러일으
키는 고향은 서만생 펜션지기에게 커다란 안식을 줬지만, 속절없이 지
나가는 세월은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그가 펜션을 운영하게 된
이유이다.
 

가족 단위 단체 손님을 위한 넓은 단층 룸.

“부모님이 건사해 온 농사와 토종벌을 이용한 양봉업만으론 노후가 막
막하다는 불안감이 들었어요. 그 무렵 강변 땅이 떠올랐는데, 비만 오
면 물이 들어차는 불모지였지요. 이 땅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던 중
강이 보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들어선 펜션이 생각났어요. 산과 강과 에
움 녹색길에 접한 이 땅이야말로 펜션 적지適地였지요.”
이처럼 서만생 펜션지기는 외지인이 운영하는 여타 펜션들처럼 테마며
마케팅 계획을 세우고, 그에 걸맞은 입지를 찾아 나선 것은 아니다. 그
래서 배수와 조망을 고려해 6m 정도 성토해 부지를 조성하고 건축물
을 앉힌 뒤에야 펜션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한다. 그 답은 의외로
쉽게 풀린다. 고향인 개야리開野里를 우리말로 쓰니‘열린들’이란 서정
적이고 아름다우며 부르기 쉬운 이름이 나온 것이다.

객실 이름도 도라지, 솜다리, 물망초, 은방울, 수선화, 민들레, 달맞이 등 고향 산천에 피
고 지는 들꽃이다. 물론 인테리어 콘셉트도 그 들꽃에 맞는 색상이다.
여섯 개의 복층 객실과 한 개의 대가족 또는 단체객을 위한 단층 객실
이 있다. 모든 객실마다 홍천강과 산이 바라보이고 전면 덱에 놓인 테
이블에서 휴식은 물론 다과나 식사, 바비큐 파티를 즐길 수 있다. 덱 앞
에는 마치 초록색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한 잔디밭이 이어진다. 푹신한 데다 농약을 치지 않았기에 아
이들이 맨발로 뛰어놀 정도이다. 열린 잔디밭은 흙조차 밟기 어려운 콘크리트 건축물에 갇혀 지내던
아이들에겐 자연의 포근함과 향기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열린 들이란 이름에 걸맞은 넓은 잔디 마당. 제초제
없이 관리하기에 아이들이 맨발로 뛰놀기에 적합하다.


가족이 즐겨 찾는 펜션
서만생 펜션지기가 마을 어른들의 걱정 속에 펜션을 운영한 지 올해로 3년째이다. 그 반응은 어떨까.
“펜션 운영의 근간은‘가족’이에요. 그래서인지 여타 펜션과 달리 연인보다 가족 단위 고객이 다수를
차지하지요.”
실제로 열린들 펜션의 홈페이지를 보면 펜션에서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의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이들 가족의 입소문을 듣고 찾는 가족도 상당하다. 열린들 펜
션이란 이름 그대로 자연과 건축물 그리고 펜션지기의 마음이 손님에게 넓고 푸근하게 열려 있기
때문이다.


펜션 앞뒤로 길게 배치한 덱. 룸과 잔디 마당을 잇는 전이 공간이자,
다과를 즐기는 단란 공간이다.



지중해풍의 건물과 수제 원형 계단이 입면을 돋보이게 한다.


“농사와 토종벌 양봉을 병행하며 펜션을 말 그대로 연금(Pension)이라
생각하고 시작했어요. 수익 다변화 차원에서 농사와 연계해 토종벌 꿀
통을 펜션 방문객에게 분양해 한 해 수확을 나누려는 계획도 세웠지만,
올해 많은 벌이 질병으로 괴사했기에 앞으로 펜션 운영에 좀 더 몰두할
계획이에요. 내 고향, 내 집을 찾아준 손님을 진심으로 대하는 것, 그
이상의 마케팅 전략은 없는 거 같아요.”
서만생 펜션지기는 진심은 통한다는 믿음으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비롯해 이렇다 할 홍보마케팅을 하지 않는다. 그 광고비를 손님을 위해
사용하는 편이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유럽 명문가의 휘장처럼 창틀 주변을 디자인했다.


둘레 길에 놓인 원두막 정자에서 바라본 열린들 펜션.


열린들 펜션의 발전 가능성은 무한해 보인다. 잔디밭 앞에 조성한 자갈
밭은 요즘 유행하는 오토캠핑 마니아를 위한 최적의 장소로 얼마든지
변신할 수 있다. 또한, 펜션 앞 홍천강은 여름철 가족 단위 물놀이 장소
이자, 꺽지와 쏘가리 등 토종 민물고기 서식처로 봄, 여름, 가을 낚시
마니아의 천국이다. 서만생 펜션지기가 내보이는 스마트폰엔 최근 지
인이 스푼 루어로 낚았다는 60㎝급 쏘가리 사진이 있을 정도이다. 더불
어 강 건너 야트막한 야산에서 즐기는 트레킹은 물론, 펜션 앞을 경유
하는 에움 녹색길은 펜션 이용객은 물론 혹여 열린들 펜션을 모르는 여
행객을 사로잡을 만하다.田

글·사진 한경환 기자 취재협조 열린들 펜션 010-4750-7793 www.yeollinde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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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좋아 홍천에 살어리랏다~ 홍천 '열린들 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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