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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카페짓기

와이어패널로 옛스럽게 지은 가야금 소리 가득한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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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언남리는 도회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분당에서 수지로 이어지는 개발열기 덕분에 이제는 농촌이라고 하기에도 그렇다. 변화의 기로에 있는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그러나 막상 문을 열고 보니 이러한 문제는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 됐다. 빨라지는 도시화 바람을 적절히 탄다면 의외의 가능성이 기대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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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구성면 언남리. ‘생거진천 사거용인(生居眞川 死去龍仁)’이란 말이 전해질 정도로 용인은 예로부터 좋은 터가 많기로 소문난 곳. 특히 구성면은 ‘구성현’이 있던 자리로 옛날에는 제법 번화한 고을이었다.옛날의 명성을 잇기라도 하듯 최근 고풍스런 분위기의 건물 한 채가 이 곳 언남리에 들어섰다. 차를 마실 수도 있고 전통 한정식을 맛볼 수도 있다. 때로는 가야금 소리가 분위기를 맞춰 주기도 한다.

지태환 고숙희씨 부부가 ‘해뜨락 그루터기’를 오픈한 것은 지난 9월 초. 이제 두어 달을 갓 넘겼음에도 특이한 건물 분위기 때문인지 제법 시선이 몰린다. 이 곳은 지난 5월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8월 말 완공됐다. 웰메이트 와이어패널로 기본 골조를 세우고 나머지는 건축주 지태환씨를 중심으로 공사가 진행됐다. 손수 진두지휘를 했지만 건축에는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웰메이트로부터 소품이나 분위기 등 많은 조언을 구했다.

내외 벽체는 황토로 마감해 옛스러움을 강조했고 창호로 쓰인 고재는 철거 현장을 찾아다니며 헐고 난 오래된 목재를 구해 사용했다. 지붕에 얹은 돌기와는 지태환씨가 직접 강원도와 충청도를 돌아다니며 구한 자연석. 외부 분위기부터 철저히 옛스러움을 강조했기 때문에 내부도 같은 분위기로 이끌었다. 내실 문은 옛문살로 디자인한 다음 한지를 얹었고, 홀 한쪽엔 장터분위기도 연출했다. 솟을대문 옆엔 가야금을 타기 위한 무대도 마련했다.

두어 달 남짓. 그동안 들린 손님층은 아주 다양하다. 젊은층에서 중장년층, 원주민은 물론 외지인에 이르기까지 알음알음 발걸음이 분주하다. 특히 분당, 수지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이 곳 사람들의 발길도 잦은 편. 어떤 손님은 가야금 소리를 들으러 시간에 맞춰 일부러 찾기도 하고, 어떤 예술인은 ‘지나는 길에 눈길을 못 떼고 들렸다’고 전하기도 한다. 지씨 부부에겐 마냥 흐믓한 일이다.

그러나 이 곳을 열기 전까지만 해도 이들 부부는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과연 장사가 잘 것이냐 하는 문제를 놓고 ‘자문자답’을 여러 번 되풀이 했다. 일반 전원카페처럼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위치한 것도 아니고, 도심의 목 좋은 곳에 자리잡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언남리는 도회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분당에서 수지로 이어지는 개발열기 덕분에 이제는 농촌이라고 하기에도 그렇다. 변화의 기로에 있는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그러나 막상 문을 열고 보니 이러한 문제는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 됐다. 빨라지는 도시화 바람을 적절히 탄다면 의외의 가능성이 기대되는 것이다. 그래서 외부와 격리된 독특하고 편안한 ‘전원공간’으로 꾸민다는 방침을 세웠다. 멀리 다리품을 팔지 않고 편안하게 들릴 수 있는 공간. 무작정 저녁바람을 쐬러 나왔다 반바지 차림으로 들려도 좋을 공간. 가족단위로 맛있게 저녁식사를 하기에도 좋은 공간.

음식맛에도 자신 있다. 고숙희씨는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일급 요리사. 분위기 좋은 카페들이 ‘정작 음식맛은 신통치 않다’는 통념을 깰 참이다. 이런 생각 저런 구상에 가을밤이 길기만하다. 내년 이맘때 쯤이면 나무들이 빼곡히 둘려지고 마당엔 낙엽들도 더 많이 쌓일 것이다. 그리고 가야금소리도 더욱 구성 지리라는 기대도 해 본다.

설계 포인트

내실과 홀 분위기 분리시키는데 주안점

‘해뜨락 그루터기’가 위치한 구성면은 도농복합적인 성격과 함께 젊은층과 중장년층이 적절히 혼합된 곳이다. 또 외지인의 유입이 증가하면서 원주민과 외지인의 비율도 점차 대등해지는 지역이다. 이러한 특성을 감안해 건축주는 차와 음식을 동시에 취급하고 싶어했다.

이 같은 지역적 특성과 건축주의 의견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반영됐다. 우선 차와 음식을 동시에 취급하되 분위기는 엄격히 분리하기로 했다. 주로 식사를 하게 될 내실은 입구 좌측과 2층에 배치해 홀과 격리되도록 했다. 음식냄새나 식사 분위기가 홀에서 차를 마시는 손님들에게 줄지도 모를 영향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다.

내실은 1층에 큰 방 2개와 작은 방 3개를 만들고 2층에는 큰 방 하나를 만들었다. 주로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손님 접대나 회식, 가족단위 손님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차분하게 이끌었다. 옛문살 문양을 이용한 미닫이 여닫이문도 적절히 활용했다. 홀은 전체적으로 라운드를 주어 야외를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을 최대화 시켰다.

건축정보

위치: 경기도 용인시 구성면 언남리
대지면적: 200평
대지구입년도: 83년
대지구입금액: 평당 50만원
현대지 시세: 평당 200만원
건물형태: 조립식 와이어패널
공사기간: 99년 5월~8월
건평: 1층 60평, 2층 10평
실내구조: 홀, 주방, 화장실, 내실 6개
방위: 남향
총건축비: 3억원 (실내외 인테리어 및 조경비, 집기류 포함)
구조체: 와이어패널
내외벽마감: 황토
지붕마감: 자연석
바닥재: 시멘트, 자연석
식수공급: 상수도
내실난방: 심야전기 보일러
입지여건: 구성면 소재지
생활권: 수지 15분, 분당 25분(승용차 기준)

■ 설계 및 골조시공: 웰메이트(02-553-9228)


田 글·사진 류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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